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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파벨 포리코브스키

주연 : 요안나 콜릭, 토마즈 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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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의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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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된 영화 중 의외의 영화가 있었다. 바로 폴란드 영화인 [콜드 워]이다. 대개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영화의 경우는 작품상에도 함께 노미네이트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콜드 워]는 촬영상, 외국어 영화상에 이어 감독상에만 노미네이트된 것이다. 비록 단 한 개 부문도 수상하지 못했지만, 도대체 [콜드 워]가 어떤 영화이길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의 쟁쟁한 감독들을 제쳐두고 폴란드의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에게 다섯 자리에 불과한 감독상의 한자리를 내줬는지 궁금했다.

사실 [콜드 워]는 아카데미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되기 전에 제71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이다.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블랙클랜스맨],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가버나움]이 모두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었음을 감안한다면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영화제인 칸영화제가 미국 내 영화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느껴졌다.

솔직히 나는 사랑을 소재로 한 유럽 영화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디든지 비슷할 텐데, 유럽 영화에서는 사랑 그 이상의 무언가를 잡아내려 한다. 그래서 공감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콜드 워]도 마찬가지이다. 영화는 졸라(요안나 쿨릭)와 빅토르(토마즈 코트)의 사랑 이야기이다. 하지만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은 영화의 배경을 1949년부터 1964년으로 설정함으로써 냉전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졸라와 빅토르의 사랑에 끼워 넣는다. 그럼으로써 영화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이데올로기에 갇힌 두 연인의 비극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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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는 두 사람을 어떻게 갈라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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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워]의 시작은 1949년 공산주의 체제하에 놓인 폴란드에서이다. 빅토르는 민속음악단 '마주르카'의 단원을 모집하기 위해 산골 출신의 빈민들을 모은다. 빅토르가 졸라를 만난 것은 바로 '마주르카' 오디션 현장에서이다. 사실 졸라는 자신의 신분을 속였다. 그녀는 산골 출신이 아닌 도시 빈민 출신이며, 범죄 이력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빅토르는 그러한 졸리의 출신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선발한다. 그리고 운명처럼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민속음악에 대한 순수한 의도로 시작된 '마주르카'는 정치에 이용되고, 자신의 음악적 꿈을 공산주의 체제에서 이룰 수 없음을 깨달은 빅토르는 졸라에게 함께 자유진영으로의 탈출을 제안한다. 1952년 동베를린, 공연이 끝난 후 자유 진영인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려는 빅토르. 하지만 졸리는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고 빅토르만 탈출하여 프랑스 파리에 정착하게 된다.

빅토르와 졸라는 1954년 파리에서 재회한다. 이탈리아인과의 결혼으로 자유로워진 졸라는 빅토르를 찾아가고 두 사람은 또다시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파리에서의 생활을 적응하지 못한 졸라는 폴란드로 돌아가고, 홀로 방황하던 빅토르는 위협을 무릅쓰고 졸라를 만나기 위해 폴란드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국을 배신한 혐의로 투옥된다. 공산 진영인 폴란드에서도, 자유 진영인 파리에서도 사랑을 완성할 수 없었던 두 사람. 1963년 졸라의 희생으로 출옥을 하게 된 빅토르는 졸라와 함께 둘만의 영원한 사랑을 완성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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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분으로 잡아내기엔 그들의 사랑은 너무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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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콜드 워]는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영화는 아니다.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가 두 사람의 사랑을 어떻게 비극으로 몰아넣었는지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은 담담하게 잡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조금 어리둥절해야만 했다. 무려 15년간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빅토르와 졸라의 사랑이 단 88분(엔딩크레딧을 제외하면 82분) 만에 영화가 끝나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가 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88분 만에 잡아내기엔 빅토르와 졸라의 사랑이 너무 복잡하다. 1952년 왜 졸라는 빅토르를 따라 자유진영으로 탈출하지 않았을까? 1954년 어렵게 자유진영으로 온 졸라는 왜 다시 폴란드로 돌아간 것일까? 1959년 빅토르는 사형당할 위협을 무릅쓰고 왜 폴란드에 간 것일까? 이러한 빅토르와 졸라의 감정 변화는 단순히 몇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공산진영과 자유진영을 오가며 사랑을 이어나갔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상세하게 설명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은 그들의 사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1952년 졸라가 빅토르와 함께 자유진영으로 탈출하지 않은 이유는 그저 두려웠기 때문이고, 1954년 다시 폴란드로 간 이유는 자유진영에 대한 실망 때문이란다. 1959년 빅토르는 졸라를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에 파리에서의 명성을 버리고 폴란드로 돌아갔고 한다. 이 모든 사정은 몇 마디 대사로 처리된다. 영화의 러닝타임을 30분 정도만 늘려서 그들이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좀 더 보여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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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요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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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은 [콜드 워]를 정말 담담하게 그려냈다.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 때문에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야만 했던 빅토르와 졸라의 상황은 눈물, 콧물 쏟아내며 감정 과잉으로 치달아도 될 텐데, 절대 그러지 않는다. 빅토르와 졸라는 자산의 운명을 그냥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사랑을 위해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는 장면에서 감동의 눈물이 밀려드는 대신, 그렇게라도 완전한 사랑을 꿈꾼 그들의 선택을 그냥 받아들이게 된다.

만약 [콜드 워]가 한국 영화였다면, 그래서 빅토르와 졸라의 사랑이 이데올로기 때문에 분단된 남과 북의 상황으로 바뀌었다면 아마도 눈물 한 바가지 쏟을만한 신파가 되었을 것이다. 처음엔 담담해도 너무 담담한 [콜드 워]의 전개가 당혹스러웠지만, 신파가 아닌 이렇게 담백하지만 슬픈 사랑도 색다른 맛이 있더라. 영화가 끝난 직후엔 '재미없었어.'라고 투덜거렸었는데, 영화를 본지 하루가 지나고 나니 묘한 여운이 계속 내 가슴을 맴돌았다.

요즘은 보기 드문 4:3 화면비율의 흑백 화면도 인상적이었고, 영화 속의 음악도 굉장히 좋았다. 특히 졸라가 부른 ' Dwa Serduszka (Two Hearts)'라는 곡은 영화의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노래의 느낌이 달랐다. 노래를 부르는 상황과 졸라의 표정 변화만으로 노래는 감미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절망스럽기도 했다. 만약 내가 아카데미 위원이었다면 [콜드 워]에 음악상과 여우주연상의 한자리를 내줬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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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심장 네 개의 눈이

낮에도 밤에도 눈물을 흘리네

검은 눈동자들이 눈물을 흘리네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없으니까

어머니가 나에게 금하셨네

이 남자를 사랑하지 말라고

심장이 돌처럼 차가워야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