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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한상호

더빙 : 박희순, 라미란, 김성균, 이수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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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공룡 박사의 꿈을 키워준 EBS 교육 다큐 <한반도의 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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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의 꿈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공룡 박사이다. 아들이 유치원 시절 공룡 박사가 되겠다고 처음 선언했을 땐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또래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공룡을 좋아하고, 그 어려운 공룡 이름을 줄줄 외운다. 우리 부부도 공룡 이름을 줄줄 외우는 아들이 처음엔 특별한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다른 아이들도 그렇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크면 꿈이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들의 꿈은 바뀌지 않았다. 공룡 박사라는 꿈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고생물학자로 구체화되었고, 과학중점고에 들어간 후에는 지구물리학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이쯤 되면 아들이 가야 할 길은 완전히 정해졌다. 나는 10대 시절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알지 못해 방황을 했었는데, 그런 면에서는 아들이 나보다 나은 것 같다. 문제는 결코 순탄하지 않은 과학자의 길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아들의 꿈이 구체화된 것은 2008년 EBS에서 방영된 <한반도의 공룡>을 보고 난 후였다.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진 <한반도의 공룡>은 어린 타르보사우루스 점박이가 엄마 타르보사우루스와 함께 온갖 역경을 헤쳐나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1부와 성인이 된 점박이가 엄마의 곁을 떠나 가정을 꾸리지만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2부, 그리고 제작 과정을 다룬 3부로 이루어져 있다. 당시 유치원생이었던 아들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한반도의 공룡>을 두 눈 반짝거리며 봤었다. 그 후 아들의 꿈은 확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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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개봉한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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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교육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타르보사우루스 화석을 토대로 점박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점박이가 죽어서 화석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아냄으로써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냈다. 그리고 <한반도의 공룡>의 열풍은 4년 후인 2012년 영화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3D]로 이어졌다.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3D]는 <한반도의 공룡>을 통해 인기를 얻은 점박이 캐릭터를 이용해서 상업 영화로 완성되었기에 교육 다큐멘터리인 <한반도의 공룡>과는 조금 다르다. 일단 티라노사우루스인 애꾸눈이라는 악당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점박이와 막내아들이 낙원을 찾아 살아남는 부분적인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3D]는 105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산 애니메이션으로는 의미 있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8년 12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 : 새로운 낙원]이 개봉했다. 2008년 교육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에서부터 시작된 점박이의 인기가 10년이 흐른 뒤에도 유효한 셈이다. 하지만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 : 새로운 낙원]은 1편 흥행 성적의 절반 정도 밖에 안되는 55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너무 빨리 극장 간판이 내려져 <한반도의 공룡>을 보며 공룡 박사의 꿈을 키워나간 아들과 함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 : 새로운 낙원]을 보려 했던 내 계획도 무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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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박사를 꿈꿨던 아들은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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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 아들과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석 달 전 극장에서 놓쳤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 : 새로운 낙원]을 봤다. 솔직히 나와 아들은 <한반도의 공룡>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고, 내 경우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웬만하면 좋게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기에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 : 새로운 낙원]을 재미있게 볼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영화의 시작부터 불안해지더니 영화의 중반부가 되자 실망감이 밀려 올라왔다.

일단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 : 새로운 낙원]은 더빙을 적극 차용한다. <한반도의 공룡>은 3인칭 내레이션으로 상황을 설명했고,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3D]는 점박이의 유년기, 청소년기, 성체, 이렇게 3단계로 나누어 점박이의 시점에서 내레이션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 : 새로운 낙원]은 내레이션이 아닌 더빙으로 영화를 진행된다. 그것도 전문 성우가 아닌 박희순, 라미란, 김성균 등 배우를 기용해서... 어쩌면 어린이 관객 입장에서는 내레이션보다는 더빙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공룡이 말을 하니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어쩌랴. 어찌 되었건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 : 새로운 낙원]은 어린이 관객을 타깃으로 한 영화이니 어린이 관객의 취향에 맞춰 제작된 것까지 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 : 새로운 낙원]은 무리수를 두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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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주제, 하지만 이상한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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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모든 가족을 잃고 둘만 남게 된 점박이(박희순)와 점박이의 아들 막내(이수혁)의 이야기이다. 아빠 점박이와는 달리 소심하고 겁이 많은 막내는 먹잇감인 초식공룡에게마저 쫓기기 일쑤이고, 이런 막내를 점박이는 나무라기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노니쿠스 3인방이 막내를 납치해 어디론가 사라지고, 점박이는 막내를 찾아 길을 나선다. 그러던 중 데이노니쿠스 3인방에게 사랑을 잃은 넉살 좋은 초식공룡 싸이(김성균)와 딸을 찾아 길을 나선 암컷 타르보사우루스 송곳니(라미란)를 만나 동행을 하게 된다.

일단 이 영화의 주제는 처음부터 명확하다. 겁쟁이인 막내가 모험을 통해 진정한 공룡의 제왕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1편에서 막내를 제외하고는 모든 가족을 잃은 점박이에게 송곳니라는 새로운 가족을 안겨주는 것이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 : 새로운 낙원]이 공공연하게 드러낸 영화의 주제이다.

하지만 이 주제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이상하다. 데이노니쿠스 3인방이 막내를 납치한 이유는 잡아먹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것 외엔 달리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데이노니쿠스 3인방은 막내를 죽이지 않고 가두기만 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수많은 새끼 공룡들이 갇혀 있다. 게다가 데이노니쿠스 3인방은 갇혀 있는 새끼 공룡들에게 먹이를 주며 사육하고, 매일 몇 마리씩 어디론가 끌고 간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아무리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고는 하지만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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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판타지를 꿈꾸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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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상황이 점입가경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특히 점박이와 싸이가 거대한 전갈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나는 아들에게 정말 백악기 시절에 저런 괴물 전갈이 있었냐고 물었다. 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순간부터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 : 새로운 낙원]의 정체는 명확해졌다. 이건 공룡 영화를 빙자한 판타지이다.

데이노니쿠스 3인방의 어이없는 행동들, 거대한 괴물 전갈의 등장에 이어 결국 데이노니쿠스 3인방을 조종하는 돌연변이 공룡이 등장하며 이 영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 : 새로운 낙원]의 뿌리가 교육 다큐멘터리인 <한반도의 공룡>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한반도의 공룡>의 영화 버전인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역시도 영화적 재미를 위해 약간 과장되었었다. 하지만 결코 도를 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 : 새로운 낙원]은 막 대놓고 도를 넘는다. 아무리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도 존재조차 하지도 않았던 괴물 전갈과 돌연변이 공룡이 등장하여 점박이와 친구들을 위협하다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거다. 이런 판타지적 캐릭터가 나오지 않아도 얼마든지 막내의 성장과 점박이의 새로운 가족 찾기는 가능했을 텐데, 한상호 감독은 최소한의 검증도 귀찮다는 듯이 그냥 편한 판타지로 영화를 대충 얼버무려 버렸다. <한반도의 공룡>을 보며 공룡 박사를 꿈꿨던 아이가 10년 후 이 영화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는지, 한상호 감독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했다. 영화가 끝난 후 실망감 가득한 아들의 표정을 보며 내가 다 미안해졌다. "지못미 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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