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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박호찬, 박수진

주연 : 김동욱, 고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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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가시나들]의 CGV 보이콧의 최대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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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김재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이 CGV 보이콧을 선언했다. CGV가 [칠곡 가시나들]을 8개관에서 교차 상영을 하겠다고 통보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김재환 감독은 CGV 아트하우스에서 배급을 맡은 [어쩌다, 결혼]과 비교하며 CGV 결정의 부당함을 언론에 호소했고, 이는 그동안 알면서도 모른척했던 거대 멀티플렉스의 횡포라는 이슈를 양산했다.

[칠곡 가시나들]이 CGV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본의 아니게 주목을 받게 된 영화가 있다. 바로 [어쩌다, 결혼]이다. 사실 [어쩌다, 결혼]측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측면이 있다. 순 제작비 4억 원이 들어간 저예산 영화라고 하지만 모든 영화는 더 많은 관객에게 보이길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측면에서 CGV가 [어쩌다, 결혼]에 많은 상영관을 내주기로 한 결정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반가움도 잠시, [칠곡 가시나들]의 CGV 보이콧으로 인하여 [어쩌다, 결혼]은 CGV와 한통속 악당이 되고 말았다.

[칠곡 가시나들] 논란 때문일까? [어쩌다, 결혼]은 개봉 일주일 만에 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상황에서 서둘러 VOD 시장에 출시되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이며, 김동욱, 고성희의 주연 외에도 이정재, 정우성의 깜짝 특별출연 등 흥행에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지만, 결국은 이대로 극장 상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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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결혼... 그리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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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예산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와 차별화가 되어야만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업영화에서는 할 수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던가, 파격적인 형식을 취하던가, 아니면 주제가 확실하던가. 그렇다면 [어쩌다, 결혼]은 어떨까? 사실 소재만 놓고 본다면 전혀 차별화를 느낄 수가 없다. 위장 결혼은 그동안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 드리마, 만화에서 써먹은 소재가 아니던가. 하지만 소재만으로 영화를 평가할 수 없는 법. 형식 면에서 뭔가 새로운 것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안고 [어쩌다, 결혼]을 봤다.

재벌 2세 정성석(김동욱)은 수많은 여자들을 만났지만, 가슴속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운명적인 여자 오혜진(이채은)을 만났는데, 문제는 그녀가 애 딸린 이혼녀라는 사실이다. 부모님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한 상황. 게다가 아버지는 결혼하지 않으면 모든 재산을 계모(염정아)와 배다른 동생에게 넘길 것이라 선포했다. 아버지의 재산도 받고, 혜진과 행복하게 살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위장 결혼뿐이다.

한때 육상 요정이었던 박해주(고성희)는 발목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은퇴한 후, 무엇을 하며 인생을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가족들은 서른이 된 그녀에게 이제 결혼을 할 나이라며 등을 떠밀지만, 그녀는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냥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해외에서 몇 년만 살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성석이 위장 결혼을 제안한다. 성석과 위장 결혼 후 함께 해외로 가면 만사 오케이. 처음엔 이 모든 것이 쉬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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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라는 것이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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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결혼]은 위장 결혼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성석과 해주를 통해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 사실 나 역시 결혼 전에는 '결혼 그까짓 거 별거 있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거추장스러운 허례허식을 벗어버리고 그냥 혼인신고하고 같이 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해보니 그게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결혼이라는 것이 나와 아내의 결합뿐만이 아니라 두 집안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성석과 해주도 간단하게 생각했던 위장 결혼 작전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그냥 후다닥 결혼식 올리고 해외로 튀어버리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해주의 극성 오빠들은 물론 성석의 보수적인 아버지까지 가세해서 일을 자꾸만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두 사람의 과거도 발목을 잡는데, 성석을 좋아하는 유부녀 조수정(김선영), 여사친 김신아(손지현)는 물론 해주와 하룻밤 잔 사이인 서과장(조우진)까지 가세한다.

영화 후반부 웨딩 파티 장면은 성석과 해주의 계획이 꼬여 버리는 총체적 난국을 보여준다. 성석과 해주는 해주의 절친인 송미연(황보라)의 가짜 알레르기 소동을 일으켜 웨딩 파티를 짧게 끝내려 했지만, 결국엔 위장 결혼이 들통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만약 [어쩌다, 결혼]이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를 꿈꿨다면 이러한 소동 끝에 성석과 해주는 결국 진짜 사랑에 빠지고, 이번엔 위장 결혼이 아닌 진짜 결혼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이로 발전하면 된다. 하지만 [어쩌다, 결혼]은 로맨틱 코미디의 당연한 결말을 살짝 비틀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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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만큼은 공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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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어쩌다, 결혼]이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다. 김동욱과 고성희의 매력 덕분에 영화는 그럭저럭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재미를 갖추고 있지만, 조연 캐릭터들이 너무 억지스러워서 공감이 되지는 않았다. 조수정, 서과장 캐릭터는 너무 과장되었고, 김신아의 한마디에 위장 결혼이 들통나는 장면은 어이가 없기까지 했다. 게다가 웨딩 파티 케이크 배달이 하필 혜진이라니... 이건 너무 우연에 치우친 억지이다.

그래도 [어쩌다, 결혼]에서 딱 한가지 공감되었던 것은 마지막 결말이다. 만약 이 영화가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처럼 성석과 해주가 결국 사랑에 빠지며 끝을 맺었다면 나는 이 영화가 저예산 독립영화인 이유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값싼 B급 로맨틱 코미디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어쩌다, 결혼]은 그런 최악의 결말을 선택하지 않았다.

위장 결혼을 선택한 성석과 해주는 결혼이라는 것을 쉽고 간단하게 생각했다. 성석은 사랑하는 혜진과의 미래를 위해, 해주는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결혼을 선택했다. 하지만 온갖 소동을 겪으며 결혼이 그렇게 쉽고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혼은 성석과 해주가 생각했던 것처럼 무언가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는 순간 그 결혼은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다. 성석과 해주는 위장 결혼 소동을 통해 그러한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한 단계 성숙해진 그들은 좀 더 나은 인생을 살게 되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것이 [어쩌다, 결혼]이 로맨틱 코미디라는 상업 장르를 포기하면서까지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