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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

주연 :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주드 로, 벤 멘델슨, 아네트 베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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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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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에 개봉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충격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던 영화였다. MCU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들이 총출동했지만, 타노스의 핑거 스냅 한 방에 처절한 패배를 맞이해야만 했고,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 스타로드 등 MCU를 대표하는 슈퍼 히어로들이 소멸되기까지 했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가 끝난 후 결말에 대한 해석이 난무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 역시 충격에 휩싸여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결말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예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를 보고 나서 '1년을 어떻게 기다려!'를 외쳤었는데,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나가버렸고, 이제 한 달만 더 기다리면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개봉한다. 과연 타노스의 핑거 스냅으로 소멸된 슈퍼 히어로들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 무시무시한 타노스를 어떻게 무찌른단 말인가? 이 모든 해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에 [앤트맨과 와스프]과 [캡틴 마블]이 작은 힌트를 선물했다.

일단 [앤트맨과 와스프]는 소멸된 슈퍼 히어로들을 어떻게 되살릴지에 대한 힌트가 가득한 영화이다. 스콧 랭(폴 러드)이 갇힌 양자 영역과 양자 영역에 존재하는 시간의 소용돌이와 곰벌레가 타노스의 핑거 스냅에 희생된 전 우주의 절반을 부활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최근에 개봉한 [캡틴 마블]은 타노스를 어떻게 무찌를 것인가?에 대한 힌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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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적을 이기려면 강한 영웅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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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노스는 강해도 너무 강했다. 그리고 그것은 예견된 재앙이다.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으로부터 시작된 MCU도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MCU는 2018년까지 세 편의 '어벤져스'와 열일곱 편의 슈퍼 히어로 단독 영화를 만들었다. 문제는 시리즈가 진행되면 될수록 더 강한 빌런이 등장할 수밖에 없고, 더 강한 빌런이 등장하면 빌런을 이기기 위해서 슈퍼 히어로 역시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어벤져스'가 딱 그렇다. 2012년 개봉한 [어벤져스]의 메인 빌런은 로키(톰 히들스턴)와 치타우리 외계 종족이었다. 사실 로키는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빌런이지만 문제는 로키가 차지한 인피니티 스톤 중의 하나인 태서렉트 일명 스페이스 스톤이다.(태서렉트는 [캡틴 마블]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서렉트는 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고, 로키는 태서렉트의 힘을 이용해서 어마어마한 수의 치타우리 종족을 지구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로키와 치타우리 종족은 기존의 슈퍼 히어로들이 힘을 한데 뭉치는 것만으로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2015년에 개봉한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는 로키보다 더 막강한 빌런인 울트론(제임스 스페이더)이 등장한다.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브루스 배너(마크 러팔로)가 만들어낸 인공지능 로봇 울트론은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재생산함으로써 '어벤져스'를 위기에 빠뜨리는데, 울트론과 비슷한 과정에서 탄생한 비전(폴 베타니)이 없었다면 '어벤져스'는 아마도 울트론에게 쓰디쓴 패배를 당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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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최강의 빌런 타노스를 이기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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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이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는 당연히 울트론보다 더 막강한 빌런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시리즈 영화의 딜레마이다. 점점 강해질 수밖에 없다 보니 시리즈가 진행되면 될수록 무리수도 뒤따른다. 하지만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이때를 위해 아껴둔 빌런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타노스이다. 앤트맨, 호크아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들이 달려들어도 결코 이길 수 없는, 그래서 영화를 보는 관객을 멘붕에 빠뜨릴만한 최강의 빌런. 우리는 이미 타노스의 위력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로키와 치타우리 종족을 이기기 위해 '어벤져스'가 결성되었고, 울트론을 이기기 위해 비전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타노스를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답은 정해져 있다. 타노스와 비등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지금까지의 슈퍼 히어로의 능력과는 차원이 다른, 그런 엄청난 힘을 가진 새로운 슈퍼 히어로가 나와야 한다. 그렇게 선택된 것이 바로 '캡틴 마블'이다.

사실 [캡틴 마블]을 보고 나서 아내와 아들은 이구동성으로 '캡틴 마블'(브리 라슨)이 너무 세서 영화의 긴장감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사실이 그렇다. [캡틴 마블]은 영화의 대부분을 캐럴 댄버스가 자신의 능력을 각성해서 '캡틴 마블'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아무래도 '캡틴 마블'을 처음 소개하는 영화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다. 캐럴 댄버스가 능력을 각성하고 나서부터는 '어벤져스'가 타노스의 핑거 스냅에 속절없이 당했듯이, 영화 속의 그 누구도 감히 '캡틴 마블'에 대적하지 못한다. '캡틴 마블'의 진정한 적은 타노스이기에 [캡틴 마블] 속의 빌런은 그저 들러리에 불과하다. 그것은 이 영화의 단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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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U팬을 위한 볼거리는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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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아내의 투덜거림 그대로 [캡틴 마블]은 긴장감이 부족한 영화이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슈퍼 히어로는 최강의 숙적과 맞서 싸우며 위기를 맞이하다가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거두지만, [캡틴 마블]은 그렇지 않다. 영화의 후반, '캡틴 마블'의 표정은 여유가 넘쳐나고, 이에 맞서는 빌런은 엄청난 '캡틴 마블'의 힘에 압도되어 당황한다. 그렇게 대결은 싱겁게 끝이 난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캡틴 마블]은 '캡틴 마블'과 타노스의 대결을 위해 정작 본 영화에서는 긴장감을 잃어버렸지만, 그 대신 다른 재미를 준비해놓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의 젊은 시절의 모습은 [캡틴 마블]의 최고 재미이다. '어벤져스'를 결성한 쉴드의 수장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던 닉 퓨리는 [캡틴 마블]에서 탱글탱글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왜 '어벤져스' 프로젝트에 올인했는지, 그리고 왜 한쪽 눈이 그렇게 되었는지, [캡틴 마블]은 자세히 설명한다. 닉 퓨리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에서 쉴드가 하이드라에 장악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 후 한동안 MCU에서 뜸했기에 그의 젊은 시절 모습은 더욱 반가웠다.

[캡틴 마블]에는 닉 퓨리 외에도 또 한 명의 반가운 쉴드 요원이 등장한다. 쉴드의 신입 요원인 필 콜슨(클락 그레그)이다. 그는 닉 퓨리의 최측근으로 [어벤져스]에서 로키에게 죽임을 당한 후 영화가 아닌 드라마 <에이전트 오브 쉴드>에서 맹활약했다. <에이전트 오브 쉴드>의 전 시리즈를 챙겨본 나로서는 닉 퓨리와 마찬가지로 탱글탱글한 모습으로 깜짝 등장한 그의 모습에 마음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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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만 꼬아 놓았을 뿐인데... (이후 스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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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이 개봉하기 전에 주드 로가 캡틴 마벨에 캐스팅되었다는 정보가 흘러 들어왔다. 캡틴 마벨은 크리 종족 출신으로 크리의 지도자인 인공지능 슈프림 인텔리전스가 지구 인류의 진보를 평가하기 위해 지구에 보냈으며, '캡틴 마블'의 멘토이자 친구로 함께 수많은 모험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주드 로가 연기한 캐릭터는 캡틴 마벨이 아닌 욘 로그이다.

어쩌면 사소한 오해였는지도 모른다. 원래 캡틴 마벨은 남성 캐릭터이고, 주드 로라는 주연급 배우가 [캡틴 마블]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주드 로가 캡틴 마벨에 캐스팅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것은 고도로 계산된 마블의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주드 로를 캡틴 마벨로 착각함으로써 [캡틴 마블]의 진짜 빌런 정체를 감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살짝만 꼬았을 뿐이지만, 영화 후반, 크리족과 스크럴족의 상황이 역전되며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가 있었다.

하긴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은 나와 있었다. 최근 국내 TV에서 방영 중인 <에이전트 오브 쉴드 시즌 5>에서도 빌런은 크리족이 아니었던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스크럴족이 빌런이 아닌, 크리족에 쫓기는 난민이라는 설정은 조금 충격적이다. 마블 코믹스 <시크릿 인베이전>에서도 밝혔듯이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스크럴족의 능력은 최악의 빌런으로 걸맞기 때문이다. 스크럴족의 리더인 탈로스(벤 멘델스)의 측은한 모습과 스크럴족에게 정착을 행성을 찾아주기 위해 우주로 여행을 떠나는 '캡틴 마블'의 모습은 캡틴 마벨 캐스팅 오해로 빚어진 신선한 반전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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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쿠키영상은 2개이다. 첫 번째 쿠키영상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와 연결된 장면이고, 두 번째 쿠키영상은 [캡틴 마블]의 씬스틸러 고양이 구스와 태서렉트에 관한 것이다. 두 번째 쿠키영상에서 "겨우 이걸 보려고 10분이나 기다린 거야?"라며 허탈해 하는 관객도 있었지만, 나는 충분히 기다릴 가치가 있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태서렉트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