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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청펀펀

주연 : 펑위옌, 진의함, 천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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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원 할인권을 받기 위해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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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susu에서 3월 1일에서부터 3일까지 SK 고객 전용관 영화 한 편을 보면 2천 원 할인권을 준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아들이 [데드풀 2 : 순한맛]을 보고 싶다고 했고, oksusu에서 [데드풀 2 : 순한맛]이 5천 원이니 은근히 2천 원 할인권이 욕심나더라. 그래서 아들에게 [데드풀 2 : 순한맛]을 보고 싶으면 SK 고객 전용관 영화 한 편을 무조건 봐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렇게 선택된 영화가 [청설]이다.

2천 원 할인권을 받기 위해 본 영화인 만큼 나와 아들이 [청설]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만 로맨스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감과 이 영화에 대한 좋은 평, 그리고 로맨스 영화인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반전이 있다는 사실이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 [청설]을 선택하게끔 만들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청설]은 청춘의 사랑을 그린 영화답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로맨스 영화였다. 부모님을 도와 도시락 배달 일을 하는 청년 티엔커(펑위옌)와 청각장애인 수영선수인 언니 샤오펑(천옌시)를 도와주는 억척 소녀 양양(진의함)의 사랑이라는 단순한 이야기가 1시간 50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지루하지 않게 펼쳐졌다. 하지만 나와 아들에게 [청설]은 영화를 보며 가장 많이 웃은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코미디 영화가 아닌 로맨스 영화에서 웃음이라니... 조금 의아하겠지만, 나와 아들에겐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 (이후 영화의 스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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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반전이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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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아들이 SK 고객 전용관의 수많은 영화 중에서 [청설]을 보게 된 이유는 물론 내 강요도 있었지만, 마지막 반전이 있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아들에게 [청설]의 내용을 이야기해줬는데, 그중에서 양양에 대해서는 청각장애인인 언니가 장애인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억척 소녀라고 설명했었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부터 양양은 청각장애인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한 내 생각은 영화의 첫 장면과도 연결된다. 수영 대회 장면에서 출발신호를 듣지 못하는 샤오펑을 위해 양양이 출발 대기 중인 샤오펑의 몸에 손을 댔다가 떨어뜨리며 출발신호를 대신하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양양이 청각장애인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내내 양양과 티엔커가 수화로 대화하는 장면에서 "제발 말을 해."라며 답답해했다.

영화 중반쯤 아들이 "아빠, 설마 이 영화의 반전이 양양은 청각장애인이 아니다는 아니겠죠?"라며 묻는다. 나는 "설마 그럴 리가..."라고 대답했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불안해짐을 느껴야만 했다. 결국 나는 아들에게 "만약 양양이 청각장애인이 아닌 것이 반전이면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라고 약속을 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1만3천5백 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줘야만 했다. 2천 원을 아끼겠다며 [청설]을 봤다가 1만3천5백 원을 썼으니 정확하게 1만1천5백 원을 손해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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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되다'를 수화로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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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러하니 나와 아들은 [청설]의 반전에 초점을 맞추어 영화를 봤다. 나는 제발 양양은 청각장애인이 아니다가 반전이 아니길 바라며 영화를 봤고,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아들은 양양은 청각장애인이 아니다가 반전이길 바라며 영화를 봤다. 그리고 결과는 아들의 승리였다. 그러한 까닭에 [청설]은 로맨스 영화의 재미가 아닌, 색다른 재미를 나와 아들에게 안겨줬다.

하지만 [청설]이 나와 아들에게 2019년 본 영화 중에서 가장 큰 웃음을 준 이유는 따로 있다. 영화에서 샤오펑이 부상을 당해 장애인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되자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온 장면이 있다. 샤오펑은 자신을 위해 희생한 양양을 위해 올림픽 메달을 선물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게 되자 자책을 하며 수화로 '나는 네게 짐만 되고 있어'라고 이야기한다. 이 장면에서 샤오펑은 자신의 뺨을 때린다.

이 장면에서 아들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아빠, 수화로 짐이 된다가 뺨을 때리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그 순간 나는 배꼽을 잡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슬프고 감동적인 장면인데, 아들의 어이없는 말 한마디가 [극한직업]을 볼 때보다 더 큰 웃음을 내게 안겨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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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고 사랑스러운 로맨스 영화를 색다르게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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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 한번 강조하지만 [청설]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로맨스 영화이다. 티엔커와 양양의 사랑은 예뻤고,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티엔커의 부모와 양양의 언니도 귀여웠다. 티엔커와 양양의 사랑을 방해하는 그 어떤 설정도 없도 둘의 사랑을 밀어붙인 청펀펀 감독의 뚝심도 대단했다.

그러한 순수함이 [청설]의 명성을 만들었다. 2010년에 개봉했던 영화가 2018년에 재개봉된 사실만으로도 [청설]이 얼마나 많은 로맨스 영화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엔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즐긴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나와 아들은 [청설]을 큰 웃음으로 즐긴 것이다. 당연한 줄 알았던 설정이 반전으로 둔갑했을 때의 당혹감이 즐거움이 되고, 영화의 장면을 오해한 아들의 엉뚱한 한마디가 큰 웃음이 되는... 그렇게 [청설]은 나와 아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준 영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