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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요시다 다이하치

주연 : 니시키도 료, 마츠다 류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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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대신 닭으로 선택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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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계획은 [해피 데스데이 2 유]를 보기에 앞서 케이블 TV에서 방영해주는 [해피 데스데이]를 보는 것이었다. 아들에게 배운 신기술(?)을 발휘하여 [해피 데스데이] 방영 시간에 맞춰 예약 버튼까지 눌러 놓았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해피 데스데이] 방영이 취소되고 그 대신 [커뮤터]가 방영되더라. [해피 데스데이]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얼마나 실망스럽던지...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선택한 영화가 [양의 나무]이다. [양의 나무]는 한적한 어촌 마을에 정착하기 위해 새로 온 여섯 명의 남녀와 그들의 과거, 그리고 그들을 관리해야 하는 순박한 시청 직원의 이야기이다. 영화의 장르가 스릴러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생각이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만만한 영화는 아니더라.

영화의 초반은 약간 코믹했지만, 평온하기만 했던 어촌 마을 우오부카에 살인 사건이 벌어지며 긴장감을 서서히 끌어올렸고, 노로로 축제 장면에서는 숨죽이며 영화를 봐야만 했다. 특히 미야코시 이치로(마츠다 류헤이)의 본성이 드러나는 장면에서의 긴장감은 과히 최고라고 할만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가서는 영화의 메시지가 애매해지던... [아키라]에 이어 [양의 나무]까지,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야 하니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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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섯 명의 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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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양의 나무]의 설정부터 살펴보자. 여섯 명의 범죄자가 우오부카라는 작은 어촌 마을에 오게 된 이유는 시범 운영 중인 가석방 제도 때문이다. 여섯 명의 범죄자들은 가석방 조건으로 우오부카에 10년간 정착을 해야 하는데 그럼으로써 일본 정부는 가석방된 모범수 관리 비용을 줄이고, 우오부카는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문제는 우오부카에 정착하게 된 여섯 명의 범죄자가 모두 살인범이라는 사실이다.

여섯 명의 캐릭터를 소개해보면... 우오부카의 이발소에 취직한 후쿠모토 히로키는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직장 상사를 죽인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평소 너무나도 순박하지만 일단 술이 들어가면 통제불능 상태로 돌변한다. 낚시 가게에서 일하는 스기야마 카츠시는 상해치사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으며, 노골적으로 이런 곳에서 어떻게 10년을 버티냐며 불만을 표시한다. 자신의 본성을 가장 숨김없이 겉으로 드러내는 타입이라 할 수 있다. 스기야마와 가장 반대되는 캐릭터는 택배원으로 일하는 미야코시 이치로이다. 그는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어 싸우다가 상대방을 죽인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여섯 명의 이주자들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우오부카에 정착하려 노력하지만, 그의 감춰진 내면에 그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세탁소에서 일하는 오노 카츠미는 과거 야쿠자 출신으로 철사로 라이벌 조직의 두목을 죽인 혐의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왼쪽 눈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그의 과거를 말해주지만 과거를 청산하고 새 출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간병인으로 일하는 오타 리에코는 남편을 목졸라 죽인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고, 청소원으로 일하는 쿠리모토 키요미는 폭력적인 애인을 죽인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과연 그들은 별 탈 없이 우오부카 마을에 정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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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엔 츠키스에의 상황이 코믹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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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명의 이주자의 정체를 알고 있는 츠키스에는 그들을 편견 없이 대하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특히 그들은 츠키스에의 인생에 깊숙이 개입하는데... 간병인으로 일하는 리에코는 거동이 불편한 츠키스에의 아버지에게 접근한다. 결국 츠키스에의 아버지와 리에코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을 선언하며 츠키스에를 당황하게 만든다. 리에코의 과거를 아는 츠키스에는 아버지의 사랑을 반대하며 나서지만 늦바람이 든 아버지의 열정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초에 아버지와 리에코의 사랑은 츠키스에가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특히 리에코는 자신이 남편을 죽인 이유를 솔직하게 츠키스에에게 고백함으로써 편견 때문에 굳게 마음의 문을 닫은 츠키스에의 마음을 연다. 하지만 이치로의 경우는 다르다. 그는 느닷없이 기타를 들고 나타나 츠키스에의 밴드에 가입하고 싶다고 하더니 츠키스에가 평소 짝사랑하던 아야와 사귀어 버린다.

우유부단한 츠키스에가 여섯 명의 이주자들 때문에 평온한 인생에 소용돌이가 치는 장면은 꽤 흥미롭다. 츠키스에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낯선 이주자들 때문에 젊은 어머니가 생길지도 모를 처지가 되었고, 오랜 세월 짝사랑하던 이야마저 빼앗겼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의 과거를 알고 있기에 그들의 진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양의 나무]는 의심이라는 씨앗을 영화 초반부터 뿌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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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으로 시작된 긴장이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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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낯선 이주자들로 인하여 평온했던 일상이 꼬여버린 츠키스에의 상황은 코믹하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것이 관객 역시 츠키스에처럼 여섯 명의 이주자들의 과거를 알고 있고, 그렇기에 츠키스에처럼 그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 모르던 여섯 이주자들이 노로로 축제에서 마주치는 장면에서는 조만간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을 관객에게 안겨준다.

그 불씨는 축제장에서 술을 마신 히로키가 폭주하면서부터 시작한다. 히로키의 폭주를 막기 위해 나선 카츠미와 이치로가 자신과 같은 범죄자 출신임을 알게 된 카즈시는 음모를 꾸민다. 그리고 결국 신문에 실린 이치로를 보고 마을을 찾은 정체불명의 남자가 불씨를 폭발시킨다. 이제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새 출발이 불가능함을 알게 된 이치로는 폭주하고 만다.

분명 이치로는 살인자이다. 그는 과거에도 살인자였고, 우오부카 마을에 정착한 이후에도 살인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가 진정 원했던 것은 평범한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츠키스에와 친구가 되기 위해 기타를 배웠고, 아야와 사랑에 빠지며 자신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무너진 순간, 그는 츠키스에와 함께 바닷가로 향한다. 이치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기에 이 장면은 그 어떤 섬뜩한 스릴러만큼이나 나에겐 긴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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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것의 이중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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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이 영화가 의미하는 것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 동안 영화에 몰입하고 있었고, 영화의 흐름에 맞춰 의심하고 긴장하며 츠키스에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만으로도 [양의 나무]는 내게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였다.

그래도 영화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해보자면... [양의 나무]는 모든 것의 이중성을 이야기하는 영화인 듯하다. 일단 우오부카 마을의 여섯 범죄자 출신 이주자들이 그렇다. 카즈시를 제외한 다섯 명의 이주들은 겉보기와는 전혀 다른 내면을 가지고 있다. 가장 흉악한 인상을 하고 있는 카츠미의 진심, 순박했던 히로키가 술을 마신 후 드러낸 모습, 리에코와 키요미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상처, 그리고 무엇보다 이치로가 숨기고 있던 악마적인 내면까지... 그들은 과거 때문에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의 이중성은 우오부카 마을의 수호신인 노로로에도 적용된다. 노로로는 물고기의 형상을 한 괴수인데, 처음엔 마을 사람들을 죽이는 요괴였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노로로와의 대결에서 승리하여 벼락에 떨어뜨려 죽임으로써 마을의 수호신으로 격상되었다. 마을 사람들을 죽인 요괴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의 두 얼굴을 하고 있는 노로로. 그것은 노로로 축제의 전통에서도 드러나는데, 마을 사람들은 노로로의 얼굴을 보면 죽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에는 노로로 축제 기간에 두 사람이 선택되어 바다로 재물로 바쳐진 적도 있다고 한다. 그중 한 사람은 노로로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남지만 다른 한 사람은 노로로의 재물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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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면서 식물이기도 한 '양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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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우리는 영화의 제목인 '양의 나무'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영화의 오프닝에는 '동타타르 여행기' 중의 한 구절을 자막으로 소개한다. 씨앗은 곧 싹을 틔워 타타르의 새끼 양이 될 것이다. 양이면서 또한 식물. 그 피는 꿀처럼 달고 살은 생선처럼 부드러우며 늑대만이 그것을 탐할 것이다.

오늘 MEGANE님의 블로그를 통해 사실인데 '양의 나무'의 모델은 '바로메츠'라는 환상 속 식물이라고 한다. 이는 유럽과 몽골 지방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데 사실 '바로메츠'는 서양인들이 목화를 두고 영이 열린다고 오해하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어찌 되었건 영화에서 키요미가 발견한 '양의 나무'가 그려진 그림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중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

양이라는 동물이 열리는 나무라는 식물의 존재. 결코 공존할 수 없는 동물과 식물의 혼합된 '양의 나무'는 살인자이지만 순박한 우오부카 마을의 이주자들과, 요괴이면서 수호신인 노로로, 그리고 평범한 삶을 갈망하지만 살인자의 길을 버리지 못한 이치로가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내면까지 모든 것을 아우른다. [양의 나무]를 처음 봤을 때는 마지막 장면의 의미가 이해 안 되어 혼란스러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러한 혼란마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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