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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딘 데블로이스

더빙 : 제이 바루첼, 아메리카 페레라, F. 머레이 아브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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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위해 몇 시까지 일어나 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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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명절 연휴가 되면 나는 영화 보기 계획을 세운다. 집안의 장손인 탓에 명절 연휴에 여행 가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영화 보기야말로 명절 연휴를 보내는 최고의 선물인 셈이다. 이미 연휴 전날 오후에 [뺑반]을 보며 순조롭게 시작한 영화 보기 계획은 연휴 첫날인 토요일에 [드래곤 길들이기 3]로 이어졌다. 계획대로라면 이제 세편 남았다.

거의 대부분의 시리즈 영화가 그러하듯이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도 우리 가족에겐 특별한 추억이 있는 영화이다. 2010년에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위한 어린이날 선물로 [드래곤 길들이기]를 관람했었고(원래 [드래곤 길들이기]의 개봉일은 5월 20일이었지만, 5월 5일에 유료 시사회를 했었다), 2014년에는 [드래곤 길들이기 2]를 4DX로 보기 위해 온 가족이 집에서 한참 먼 용산까지 갔다가 아이파크몰에서 길을 잃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모두 길치이다.) 그러한 추억이 있기에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다 큰 아들을 데리고 반가운 마음으로 [드래곤 길들이기 3] 보기에 나섰다.

한가지 문제라며 집 근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드래곤 길들이기 3] 자막 버전 상영이 오전 7시 40분에 이어 저녁 시간대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우리말 더빙 버전을 볼 수도 없고, 결국 아들과 나는 새벽 6시 50분에 일어나 7시 10분에 [드래곤 길들이기 3]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서야 했는데, 아마도 나와 아들이 가장 이른 시간대에 본 영화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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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편의 기억을 더듬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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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드래곤 길들이기 3]를 보기 전, 나는 [드래곤 길들이기]와 [드래곤 길들이기 2]를 다시 한번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시간이 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전편에 대한 가물거리는 기억을 안고 극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애초에 이 시리즈가 복잡한 스토리 전개를 가진 영화는 아니기에 전체적인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그래도 대충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드래곤 길들이기]는 사나운 드래곤과의 싸움이 끊이지 않는 용맹한 바이킹이 사는 버크섬이 무대이다. 족장 스토이크(제라드 버틀러)의 아들인 히컵(제이 바루첼)은 드래곤 사냥에 소질이 없는 마을의 사고뭉치이다. 그런 그가 부상당한 드래곤 투슬리스를 만나게 되고, 투슬리스와 우정을 나누며 버크섬의 사람들에게 드래곤은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닌 함께 공존해야 할 대상임을 전파한다. 그리고 히컵 덕분에 버크섬은 드래곤과 평화롭게 공존하며 사는 곳이 되었다.

[드래곤 길들이기 2]에서는 드래곤 군단을 만들어 세계를 정복하려는 드라고 블러드비스트(디몬 하운수)라는 빌런이 등장한다. 스토이크는 드라고와의 일대 결전을 준비하지만, 히컵은 드라고와의 대화를 통해 평화를 성사시킬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히컵의 방식은 드라고에게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스토이크를 죽음으로 내모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다. 히컵에게 있어서 최악의 위기의 순간 20년 동안이나 떨어져 지냈던 어머니 발카(케이트 블란쳇) 덕분에 히컵은 다시 한번 위기를 극복하고 버크섬과 드래곤들의 평화를 지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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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악당 그라멜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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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고와의 대결을 통해 세상엔 드래곤을 괴롭히는 드래곤 사냥꾼이 많이 있음을 깨닫게 된 히컵은 투슬리스와 함께 드래곤 사냥꾼들에게 잡힌 드래곤을 풀어주는 장면으로 [드래곤 길들이기 3]는 시작된다. 히컵과 투슬리스의 맹활약 덕분에 버크섬에는 점점 드래곤이 수가 늘어나면서 드래곤의 천국이 된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드래곤들을 버크섬에 데려올 수는 없는 법. 이제는 드래곤의 파라다이스 히든월드를 찾을 때가 된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드라고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드래곤 사냥꾼 그라멜(F. 머레이 아브라함)이 등장하며 히든월드를 찾으려는 히컵의 계획은 앞당겨진다.

시리즈 영화의 경우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빌런은 점점 강해진다. 그라멜이 바로 그러하다. 존재감조차 희미했던 1편의 빌런(이롬조차 기억이 안 난다)에 이어 2편의 빌런인 드라고는 확실히 강해졌다. 그리고 [드래곤 길들이기 3]의 빌런인 그라멜은 드라고와 다른 의미에서 강해졌는데, 드라고가 힘만 앞세우는 빌런이라면 그라멜은 천재적인 두뇌로 히컵을 괴롭힌다.

그라멜의 계획은 일단 히컵과 투슬리스를 떼어 놓는 것이다. 히컵과 투슬리스가 함께 하는 한, 그들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슬리스가 버크섬의 수많은 드래곤을 이끄는 알파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투슬리스를 히컵에게서 떼어 놓아야만 한다. 이에 그라멜은 라이트 퓨어리를 투슬리스 앞에 풀어 놓는다. 투슬리스는 첫눈에 라이트 퓨어리에게 반하고, 투슬리스가 제 짝을 찾음으로써 히컵과 점점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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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라이트 퓨어리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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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투슬리스의 짝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누구에게나 제 짝이 있다면 드래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히컵 또한 아스트리드(아메리카 페페라)와의 짝사랑이 [드래곤 길들이기 3]에서 결혼으로 완성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투슬리스의 짝인 라이트 퓨어리의 등장은 자연스럽다. 단, 투슬리스가 첫눈에 라이트 퓨어리와 사랑에 빠져야 하는 만큼 라이트 퓨어리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드래곤 길들이기 3]의 라이트 퓨어리 디자인은 굉장히 탁월했다. 내가 봐도 '우와~ 예쁘다'라는 탄성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그라멜이 라이트 퓨어리를 이용하는 것도 기발했다. 이미 힘으로 덤비는 드라고를 무찌른 히컵 입장에서 그라멜이 또다시 힘을 앞세워 덤볐다면 [드래곤 길들이기 3]는 너무 뻔해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온갖 술수로 히컵을 위기에 빠뜨리는 그라멜의 계획은 [드래곤 길들이기 3]가 전편과는 다른 재미를 획득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한다. 그라멜의 술수에 말려들어서 투슬리스가 점점 히컵과 멀어지는 장면에서 나는 긴장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히컵은 그라멜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드래곤과 함께 영원히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히든 월드를 찾는데 집중한다. 하지만 결국 깨닫게 된다. 인간과 드래곤이 함께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은 불가능함을... 히컵이 지금까지 맞섰던 드라고, 그라멜로 대표되는 빌런들이 인간은 드래곤과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기엔 너무 탐욕스럽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히컵은 부족과 드래곤을 위해서 아름다운 이별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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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를 아는 당신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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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 칠 때 떠나라'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말이 쉽지,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결단이 필요로 한다. 대부분은 박수칠 때 좀 더 머무르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야유가 쏟아질 때 떠난다. 대표적인 곳이 할리우드이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의 경우는 더 이상의 속편이 없더라도 억지로 속편을 만들어 기어코 혹평을 듣고야 만다. 그리고 결국 관객이 외면할 때 그러한 어리석은 짓을 멈춘다. 대표적인 [터미네이터]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2편까지 만을 고집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제작사는 기어코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이어나갔고, [터미네이터], [터미네이터 2]의 명성에 꾸준히 먹칠만 하고 있는 중이다.

과연 [드래곤 길들이기]는 박수칠 때 떠날 수 있을까?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흥행 순위를 보면 [슈렉 시리즈]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북미 흥행 성적을 낸 애니메이션이 바로 [드래곤 길들이기]이다. 북미에서만 무려 2억1천7백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2편 또한 1억7천7백만 달러를 벌었다. [드래곤 길들이기 3]가 아직 북미 개봉을 하지 못했지만 현지에서 쏟아지는 호평을 감안한다면 2억 달러는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드래곤 길들이기 3]는 관객과의 완벽한 이별은 준비했다. 인간이 찾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곳에 드래곤은 평화롭게 살고 있으며, 우리 인간들이 드래곤의 존재를 잊었거나 그저 전설로만 치부하는 이유는 드래곤과 함께 평화롭게 공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란다. 공감되었다. 만약 진짜로 영화 속의 드래곤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히컵처럼 공존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드래곤을 두려워하거나 이용하려 했을 테니까. 어쩌면 인간의 속성상 영원히 드래곤과 공존할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냥 이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드래곤은 드래곤대로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나는 [드래곤 길들이기 3]의 이별에 박수를 보내며, 혹시라도 드림웍스가 이 완벽한 이별을 망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