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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크리스토퍼 맥쿼리

주연 : 톰 크루즈, 헨리 카빌, 레베카 퍼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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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장면을 놓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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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속시간에 대한 강박이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약속시간에 늦은 적이 거의 없다. 항상 20분 정도 일찍 나가서 기다리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영화 상영 10분 전에는 항상 극장에 도착한다. 영화 상영 시간 이후에도 10분가량 광고가 나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나는 매번 20분 정도 일찍 극장에 도착하는 셈이다. 그러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그런 내가 딱 세 번 영화가 상영된 후 극장에 들어간 적이 있다. 첫 번째는 이화여대에 있는 아트하우스모모라는 소극장에서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다큐멘터리 [잊혀진 꿈의 동굴]을 봤을 때인데, 소극장은 10분간의 광고 타임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아들이 마실 음료를 사느라 시간을 허비해서 앞의 5분 정도를 보지 못하고 말았었다. 두 번째는 아들과 함께 부천의 한 극장에서 크리스 콜롬버스 감독의 영화 [픽셀]을 봤을 때인데, 예매 시스템 오류 때문에 극장 직원과 실랑이를 하느라 앞의 1, 2분 정도를 보지 못했다.

세 번째가 바로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이다. 이 영화의 경우는 거실 벽 시계가 고장 나서 시간을 잘 못 파악하는 바람에 너무 늦게 극장에 가서 영화가 시작하고 5분 정도가 흐른 후에 겨우 극장 좌석에 앉을 수가 있었다. 당시 극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두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했었다. 암튼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을 본지 6개월이 지나서 못 본 앞의 5분을 봤고, 앞의 5분을 보는 김에 2시간 2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를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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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단 헌트가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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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미션 임파서블]이 국내에 개봉한 것이 1996년의 일이다. 당시 나는 군 제대 후 복학을 준비 중이었고, 같이 알바를 하던 한 여자와 썸을 타던 중이었다. 그녀와의 데이트를 위해 당시 내가 선택한 영화가 바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당시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내 옆의 그녀를 까맣게 잊을 정도였고, 그녀와 나의 인연은 결국 비극으로 마무리되었었다.

이후 [미션 임파서블]은 시리즈를 이어나갔고, 2018년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이 여섯 번째 영화이다. 그리고 나는 이 시리즈가 개봉할 때마다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항상 극장에 앉아 에단 헌트(톰 크루즈)를 맞이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22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러가버렸다. 물론 아직도 스파이의 대명사는 제임스 본드이다. 제임스 본드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스파이로 활동을 했고, 조만간 25번째 영화가 개봉 대기 중이다. 에단 헌트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제임스 본드에 비한다면 아직은 어린아이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만 내게 에단 헌트는 특별하다. [미션 임파서블]의 추억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에 얽힌 추억만 놓고 따진다면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얽힌 추억은 더욱 파란만장하니까. 지금부터 나는 에단 헌트가 내게 있어서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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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단 헌트는 사랑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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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에게 있어서 사랑은 별 의미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신분을 감춘 채 살아야 하고, 언제 어디에서 위험에 빠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스파이가 사랑에 빠져 정착을 하는 순간은 은퇴를 의미한다. 제임스 본드가 바람둥이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제임스 본드는 임무를 위해 여자를 이용하거나 잠시 사랑에 빠지지만, 그 사랑은 결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바로 그러한 점이 제임스 본드와 에단 헌트의 차이이다. 오우삼 감독이 연출한 [미션 임파서블 2]에서부터 에단 헌트의 낭만주의적 경향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J.J. 에이브럼스 감독의 [미션 임파서블 3]에서는 아예 현장 요원을 그만두고 특수 요원 트레이닝 파트로 옮기면서 줄리아(미셀 모나한)와의 행복한 결혼을 꿈꾸기도 한다. 결국 악명 높은 국제 암거래상 오웬 데비언(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줄리아를 납치하자 눈물을 흘리며 줄리아를 구하기 위해 지극히 사적인 불가능한 임무에 나서기도 한다.

에단 헌트와 줄리아의 슬픈 사랑은 [미션 임파서블 3]에서 끝나지 않는다. 브래드 버드 감독의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는 임무를 마친 에단 헌트가 멀찌감치에서 줄리아를 지켜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에서도 줄리아를 향한 에단 헌트의 애틋한 사랑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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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생명도 그에겐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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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단 헌트가 특별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스파이에겐 금기시된 사랑에 그가 빠졌다는 점이다. 자신 때문에 줄리아가 위험해질 수 있음을 알게 된 에단 헌트는 줄리아를 떠나보내지만, 언제까지나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한다. 그리고 그녀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뛰어들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그러한 에단 헌트의 낭만주의적 경향은 그의 특별함의 시작에 불과하다.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은 에단 헌트에게 또 다른 특별함을 부여하는데, 그것은 바로 인도주의적 성향이다. 대부분의 스파이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킬 줄 안다. 인류를 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 그들이 한 사람을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어찌 보면 그것은 스파이의 당연한 책무이다.

그러나 에단 헌트는 다르다.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에서 그는 동료인 루터(빙 라메스)를 구하기 위해 인류를 위협할 핵무기를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겨주는 실수를 범한다. CIA 국장인 에리카 슬론(안젤라 바셋)이 에단 헌트의 실수를 탓하며 CIA 상급 요원 어거스트 워커(헨리 카빌)을 에단 헌트 곁에 붙인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에리카 슬론의 입장에서는 핵무기를 지키기 위해 동료의 목숨 따위는 미련 없이 포기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고, 그러지 않은 에단 헌트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 의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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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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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에서 에단 헌트는 계속 이런 식이다. 그는 희생을 최소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핵무기를 되찾기 위한 협상의 대가로 솔로몬 레인(숀 해리스)을 빼내야 하는 에단 헌트가 경찰의 희생이 불가피한 화이트 위도우(바네사 커비)의 작전을 무시하고 경찰의 희생 없이 솔로몬 레인을 빼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런 면에서 에단 헌트는 솔로몬 레인과 대척점에 서있다. 솔로몬 레인은 세계 평화를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려 하지만, 에단 헌트는 지금 당장 자신의 눈앞의 선량한 사람을 구출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많은 사람들이 잘 착각하는 것이 있다. 다수를 위해서라면 소수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위험하다. 내가, 혹은 내 가족이 희생되어야 할 소수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다수를 위해서라면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생각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것이 당연하다면 사람들은 다수가 되기 위해 아귀다툼을 할 것이며, 소수를 향한 폭력을 정당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에단 헌트는 내게 특별하다. 그는 사랑에 빠진 낭만주의자이고, 소수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인도주의자이다.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 폴아웃]은 그러한 에단 헌트의 인도주의적 경향을 더욱 확고하게 만드는데 기여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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