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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조 코니쉬

주연 : 루이스 서키스, 딘 차우무, 앵거스 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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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휴가 날 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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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첫 연차휴가계를 회사에 제출했다. 무슨 일이 있어서 휴가계를 제출한 것은 아니고, 휴식도 필요하고, 중학교 시절 마지막 방학을 맞이하여 집에서 뒹굴뒹굴하고 있는 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해서 무작정 휴가계를 제출한 것이다. 이렇게 별 계획 없이 휴가계를 제출하다 보니 막상 휴가 날에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니 꼭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아들과 하루 종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휴가가 아닐까?

연차휴가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아들과 영화를 보러 갔다. 아내는 '기껏 휴가까지 내놓고 또 영화냐?'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쩌겠는가? 나도, 아들도 영화를 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것을... 그날 우리가 본 영화는 [왕이 될 아이]이다. 사실 [왕이 될 아이]는 꼭 극장에서 챙겨보고 싶은 기대작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아서왕의 전설을 현대의 어린이판으로 옮겨 놓은 [왕이 될 아이]의 예고편을 보며 병맛 코미디의 유쾌함을 느꼈던 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더라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일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왕이 될 아이]를 본 후 카레 전문점 코코이치방야에서 아들은 5단계, 나는 8단계로 매운 카레를 먹었고, 대형 서점에서 쭈구리고 앉아 책도 읽고, 집으로 돌아와 2시간 동안 함께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그러고 나니 꿀맛 같던 하루의 연차휴가가 지나가버렸더라.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그날 한 것이라고는 영화 한 편 본 것뿐, 별다른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가끔 이렇게 별일 없이 빈둥거리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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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소년이 세상을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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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으로 먼저 살펴본 [왕의 될 아이]는 가벼운 어린이용 코믹 판타지였다. 영화는 그 유명한 아서왕의 전설을 차용하고 있지만, 무대는 현대의 영국이고, 주인공은 12살 소년, 소녀들이다. 알렉스(루이스 서키스)는 학교 일진인 랜스(톰 테일러)와 케이(리아나 도리스)에게 쫓기던 와중에 우연히 공사장 한복판의 돌에 꽂혀 있는 중세의 검을 발견한다. 검을 빼들고 집으로 돌아온 알렉스에게 절친인 베더스(딘 차우무)는 혹시 엑스칼리버가 아니냐고 호들갑을 떨고 두 사람은 그럴리가 있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이후 알렉스에겐 이상한 일이 연달아 일어 난다.

그 옛날 아서왕에게 패배를 당하고 지하의 세계에 감금된 아서왕의 이복누나 모가나(레베카 퍼거슨)가 부활을 준비하자, 이에 맞춰 모나가를 무찌를 수 있는 유일한 무기 엑스칼리버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엑스칼리버는 알렉스를 모가나에 맞서 싸울 영웅으로 선택한다. 이제 알렉스는 아서왕이 그러했듯이 원탁의 기사들을 모아 모가나와 맞서 싸워야 한다.

내용만 놓고 본다면 [해리 포터 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의 성장형 판타지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영화를 들여다보면 [해리 포터 시리즈]와는 달리 [왕이 될 아이]는 코믹한 분위기가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이끈다. 알렉스를 도와 모가나와 맞서 싸울 전설적인 마법사 멀린(앵거스 임리)의 등장이 그러한데, 멀린은 엉뚱한 십 대 모습인데 재채기를 하면 부엉이로 변신하고, 노인(패트릭 스튜어트)의 모습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워낙에 우스꽝스러워 [왕이 될 아이]의 대표적 코믹 코드가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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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훌륭한 배우들의 비중은 왜 이따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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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은 [엑스맨 시리즈]에서 프로페서 X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국의 명배우 패트릭 스튜어트가 맡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패트릭 스튜어트의 멀린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앵거스 임리라는 낯선 배우가 연기한 어린 멀린이다. 그런데 패트릭 스튜어트뿐만이 아니다. 절대악 모가나를 연기한 레베카 퍼거슨의 악녀 연기를 기대했지만, 그녀의 비중은 우정 출연 정도에 불과하다. 그것도 시종일관 우스꽝스러운 나무뿌리 분장을 한 모습이거나 용으로 변해 불을 내뿜는 장면뿐이다. '이 훌륭한 배우들을 가지고 도대체 뭔 짓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뿐이다.

하지만 패트릭 스튜어트와 레베카 퍼거슨의 비중의 이따위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왕이 될 아이]가 어른들의 이야기가 아닌 아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철저하게 12세 소년, 소녀인 알렉스, 베더스, 랜스, 케이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아버지의 부재라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알렉스의 트라우마 극복기, 알렉스에게 기대기만 하는 나약한 베더스의 용기, 불안한 미래를 잊기 위해 자신보다 약한 아이들을 괴롭혔던 랜스와 케이의 깨달음까지...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모가나의 지옥의 군대가 알렉스의 학교를 공격할 때도 어른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 대신 수업을 대신한다는 말에 열광하며 스스로 알렉스의 기사가 되겠다고 나선 어린 학생들이 모가나의 지옥의 군대에 맞서 싸우며 세상을 구한다. 솔직히 지옥의 군대와 어린아이들의 대결은 조금 무리수가 아니었나 생각이 되기도 한다. 단 몇 시간의 준비로 무시무시한 지옥의 군대와 맞서 싸우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렸지만, 최소한 [왕이 될 아이]가 관객에게 말하고 싶었던 주제를 확실하게 표현하는데엔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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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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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왕이 될 아이]가 관객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패트릭 스튜어트, 레베카 퍼거슨이라는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해놓고 제대로 활용조차 하지 않았고,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어린이 기사단을 출동시켜 영화 자체의 긴장감을 현저하게 저해시키면서 도대체 조 코나쉬 감독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이 세상의 새로운 주인이자 희망에 대한 것이다.

절대악 모가나가 기나긴 침묵을 뒤로하고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려 했던 이유는 지금 현재 우리의 세상이 혼탁하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의미한 테러가 자행되고, 인류의 평화를 해치고 자국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독재자들이 창궐한 세상. 모가나가 그 옛날 아서왕에게 했던 마지막 저주가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모습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 놓은 것은 바로 우리 어른들이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왕이 될 아이]는 이 혼탁한 세상을 정화시킬 수 있는 희망은 어린아이들뿐이라고 이야기한다. 너무 순수해서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아이들은 혼탁한 세상을 만든 어른들을 대신해서 절대악 모가나와 맞서 싸운다. 아이들의 싸움이니만큼 최첨단 무기가 등장하는 스펙터클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진심을 다해 모가나의 지옥의 군대와 맞서고 어른들이 모르는 사이 세상을 구해낸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어린아이들의 취향에 맞는 판타지 영화인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원래의 기획 의도가 그러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