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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밥 퍼시게티, 피터 램지, 로드니 로스맨

더빙 : 샤메익 무어, 헤일리 스테인펠드, 리브 슈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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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퓨처 파이트'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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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와 아들은 '마블 퓨처 파이트'라는 스마트폰 게임에 푹 빠졌었다. 내 인생 처음으로 게임 아이템을 사기 위해 과금을 했고, 일일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마블 퓨처 파이트'에 대한 나의 집착은 꽤 심했었다. 내가 그토록 '마블 퓨처 파이트'에 푹 빠진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마블의 슈퍼 히어로 때문이다. '마블 퓨처 파이트' 덕분에 나는 마블의 슈퍼 히어로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마블 퓨처 파이트' 덕분에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스파이더맨이 내가 알고 있는 피터 파커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마블 퓨처 파이트'가 신규 업데이트되며 마일스 모랄레스라는 검은 옷을 입은 스파이더맨이 등장했고, 심지어는 스파이더 그웬이라는 스파이더 우먼까지 나왔다. 당시 나는 '피터 파커 = 스파이더맨'이라는 공식을 당연시했기에 마일스 모랄레스와 스파이더 그웬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일스 모랄레스와 스파이더 그웬은 다행히(?) '마블 퓨처 파이트'에서 필수 캐릭터는 아니었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의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바람에 2년 전 어렵사리 끊어버린 '마블 퓨처 파이트'가 떠올랐다. 당시 마일스 모랄레스와 스파이더 그웬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내가 과연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를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이라니... 다행히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좋아서 내 걱정은 잠시 접고, 나와 함께 '마블 퓨처 파이트'에 흠뻑 빠졌다가 탈출한 아들과 토요일 저녁, 극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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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 모랄레스에 대한 첫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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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를 관람하는데 있어서 내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피터 파커의 스파이더맨이 아닌, 마일스 모랄레스의 스파이더맨을 내가 과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우려이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하니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2002년 샘 레이미 감독이 [스파이더맨]에서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에게 그러했듯이 서두르지 않고 아주 천천히 관객에게 마일스 모랄레스를 소개하고 익숙해지게끔 이끈다.

마일스 모랄레스(샤메익 무어)는 브루클린에 사는 평범한 흑인 소년이다. 경찰인 그의 아버지는 그를 백인 부유층이 다니는 명문 학교에 입학시킨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들에게 좀 더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마일스는 그러한 부모의 기대가 부담스럽다. 다시 예전처럼 브루클린의 친구들이 다니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서 일부러 시험을 망치고 한다.

마일스가 아버지보다 삼촌인 애런(마허샬라 알리)과 가깝게 지내는 것은 그러한 이유이다. 앞뒤 꽉 막힌 아버지와는 달리 자신을 더 잘 이해해주는 삼촌이 마일스에겐 더 편한 것이다. 기분전환을 위해 삼촌과 함께 지하철의 낡은 창고에서 그라피티 아트를 즐기던 중 운명처럼 마일스는 방사능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 능력을 갖게 된다. 이렇게 마일스가 스파이더맨이 된 사연은 피터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내가 마일스 모랄레스라는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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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파커 스파이더맨의 죽음, 그리고 마일스가 짊어질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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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놀라운 것은 기존의 스파이더맨인 피터의 죽음이다. 피터는 헐크처럼 괴물로 변한 그린 고블린과의 대결로 첫 선을 보이는데 그의 임무는 킹핀(리브 슈라이버)의 차원 이동기를 막는 것. 킹핀은 죽은 아내와 아들을 다른 차원에서 데려오기 위해 차원 이동기를 작동시키지만, 그럴 경우 현재 차원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피터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킹핀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이 장면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의 죽음보다 더 큰 충격을 내게 안겨줬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이것은 스파이더맨의 영원한 주제이다. 피터는 삼촌인 벤 파커(클리프 로버트슨)의 죽음에 책임감을 느끼고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슈퍼 히어로의 임무를 수행한다. 마일스도 마찬가지이다. 그의 눈앞에서 스파이더맨이 죽었고, 피터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임무를 마일스에게 넘겨준다. 이로써 마일스 또한 큰 힘에 따른 큰 책임감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이제 막 스파이더맨이 된 마일스가 어찌 여러 빌런을 부하처럼 거느린 킹핀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이때 등장하는 것이 새로운 차원에서 온 늙고 지친 피터 B. 파커(제이크 존슨)이다. 그는 슈퍼 히어로의 책임을 위해 셀 수도 없을 만큼 인류를 구하고 악당을 처치했지만 MJ는 떠났고, 이젠 똥배가 불룩하게 나온 중년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 킹핀이 연 차원 이동기를 통해 새로운 차원에 떨어진 것이다. 피터 B. 파커가 보기에 마일스는 그저 풋내기 어린애에 불과하고, 마일스가 보기에 피터 B. 파커는 한심한 노땅에 불과하다. 그들이 서로 티격태격하며 킹핀의 연구소에 몰래 숨어드는 장면은 신구 스파이더맨의 브로맨스가 돋보이는 명장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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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모두 모여라. 스파이더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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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B. 파커와 마일스 모랄레스가 킹핀의 비밀 연구실에서 올리비아 옥타비우스가 변한 레이디 옥토퍼스와 싸우는 장면에서 나는 또다시 '마블 퓨처 파이트'의 추억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레이디 옥토퍼스는 '마블 퓨처 파이트'에서 닥터 옥토퍼스의 유니폼을 구매하면 얻을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에서 레이디 옥토퍼스를 만나게 될 줄 몰랐기에 더욱 반가웠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스파이더 그웬(헤일리 스테인펠드)의 활약이다. 물론 스파이더 그웬이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걸크래쉬 매력을 풀풀 풍기며 멋지게 등장할 줄은 몰랐다. 그뿐만이 아니다. 메이(릴리 톰린) 숙모의 터프함, 마치 배트맨의 기지를 연상하게 만드는 호화로운 스파이더맨의 비밀 아지트까지...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새로운 볼거리를 내게 연달아 선보였다.

그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새로운 차원에서 온 또 다른 스파이더 피플들이다. 이미 피터 B. 파커와 스파이더 그웬이 모습을 드러냈고, 비밀 아지트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과거에서 온 스파이더맨 누아르(니콜라스 케이지), 미래에서 온 페니 파커(키미코 글렌), 그리고 돼지 스파이더맨인 스파이더햄이다. 이들은 모두 그림체가 다른데, 스파이더맨 누아르는 흑백이고, 페니 파커는 일본 만화풍이다. 스파이더햄은 개그 만화풍이다. 이쯤 되니 놀라움에 즐거운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