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피터 버그
주연 : 마크 월버그, 로렌 코핸, 이코 우웨이스

피터 버그 감독과 마크 월버그가 또다시 의기투합했다. 이 두 사람은 2014년 국내 개봉작 [론 서바이버]에서 처음 만난 후 [딥워터 호라이즌], [패트리어트 데이]를 거쳐 [마일 22]까지 무려 네 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했다. 그만큼 피터 버그와 마크 월버그는 찰떡궁합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 영화 중에서 [론 서바이버]만 북미 흥행 1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영화들은 흥행 성공작이라 하기엔 조금 미지근한 만큼 어쩌면 두 사람의 협업은 예상보다 빨리 끝맺음을 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마일 22]는 솔직히 특별할 것이 그다지 없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영화이다. 미국의 군사, 외교의 사각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비밀조직 '오버워치'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영화는 처음부터 미국의 조용한 중산층 마을에서 신분을 위조한 채 숨어지내는 러시아 테러조직 소탕 작전을 통해 '오버워치'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후 '오버워치'의 팀장 실바(마크 월버그)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다. 유실된 세슘의 위치를 알고 있는 인도네시아 경찰 리 누르(이코 우웨이스)가 망명을 요청하고, 리 누르만이 알고 있는 정보를 캐내기 위해 '오버워치'는 리 누르를 미국행 수송기에 태워야 한다. 수송기까지의 거리는 22마일. 하지만 리 누르의 목숨을 노리는 적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하는 미국의 비밀조직에 대한 영화는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하지만 피터 버그 감독은 이렇게 낡고 낡은 소재에 특별함을 부여한다. 그 첫 번째는 캐릭터이다. 주인공인 실바라는 캐릭터 자체가 독특하다. 대개 이런 유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홀로 활동하거나, 아니면 팀원들을 다독이는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한다. 그런데 실바는 다르다. 그는 팀원들에게 막말을 쏟아내고 짜증을 내며 닦달한다. 팀원들 모두 실바가 분노조절 장애라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지금까지 이런 캐릭터는 본 적이 없기에 신선하다. 물론 마지막에 가서는 츤데레같은 면도 보이긴 하지만...
아무리 비밀조직에 활동하는 특수부대원이라도 가족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어야 관객도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대부분 그러한 역할은 주인공이 맡는다. 그런데 [마일 22]에서는 부대원 중 하나인 앨리스(로렌 코핸)가 그 역할을 짊어진다. 비밀조직 '오버워치'의 부대원이지만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앨리스는 임무 때문에 어머니날 행사에 참가할 수 없어서 괴롭다. 그렇다면 그녀는 임무를 완수하고 딸과 만나 감격의 포옹을 할 수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또한 신선하다.
세계를 위협에 빠뜨릴 수 있는 치명적인 비밀을 알고 있는 리 누르도 색다르다. 대부분 이런 역할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가련한 여성이다. 그런데 리 누르는 완벽한 인간 병기이다. 공격력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실바를 능가하는 만랩 수준이다. 미국 대사관에서 리 누르가 두 명의 킬러를 상대로 벌이는 액션은 [마일 22]의 최고 명장면이다. 리 누르를 연기한 이코 우웨이스는 [레이드]를 통해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액션배우라고 한다. 

 

 

[마일 22]의 두 번째 특별함은 시가전이다. 사실 이건 충분히 예상했던 부분이다. 실감 나는 시가전은 피터 버그 감독의 주특기이니까. 충분히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내 눈으로 확인을 하니 확실히 영화적 쾌감이 대단했다. 이 영화는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저렇게 때리고 부수는데 로케이션 장소는 괜찮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이 영화의 마지막 특별함은 의외의 결말이다. 애초에 [마일 22]는 후속편 제작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실제로 나는 갑작스러운 결말에 뒷부분에 뭔가 더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엔딩 크레딧을 한참 동안 지켜봤다. 대부분 이런 유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임무를 완수하고 가족과 만나는 해피엔딩이다. 그런데 [마일 22]는 정반대이다. 아마도 후속편에서 제대로 결말을 낼 것으로 보이는데, [마일 22]의 북미 흥행이 미지근해서 속편 제작이 불투명해졌다고 한다. 이유가 어떻든 그 덕분에 [마일 22]는 예상 가능한 결말을 넘어선 독특한 결말의 영화가 될 수 있었다.
나는 대체적으로 [마일 22]에 만족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기대를 모았던 국내 걸그룹 2NE1 출신 씨엘(본명 이채린)의 비중이다. 알려진 바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킬러 역이라고 해서 리 누르를 노리는 킬러 중의 한 명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알고 보니 '오버워치' 요원 중 한 명으로 액션 대신 컴퓨터에 앉아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대사도 거의 없다.  한가지 위안이라면 씨엘과 존 말코비치의 투 샷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