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아리 산델
주연 : 매디슨 아이스먼, 제레미 레이 테일러, 칼릴 해리스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을 보러 가기 전, [구스범스]를 복습했다. 역시나 잭 블랙의 코믹 연기가 발군이었고, 오데야 러쉬의 상큼 발랄한 매력도 눈에 띄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몬스터들이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지만 투명인간만은 남았다는 설정을 통해 속편을 은근히 암시했던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렇다면 속편인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은 '투명인간의 복수'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은 롯데 시네마에서 단독 상영한다. 의외였다. 2016년 개봉 당시 [구스범스]는 누적관객 30만을 동원하는데 그쳤지만, 그래도 북미에서 [구스범스]가 8천만 달러, 지난 10월 12일에 개봉한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이 현재까지 4천5백만 달러라는 만만치 않은 흥행 성적을 올렸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마케팅 비용을 줄여야 하는 저예산 영화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독 상영 형식으로 개봉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에 대한 영화정보를 꼼꼼히 살펴보니 국내 흥행에 자신이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영화의 유일한 스타인 잭 블랙이 주연이 아닌, 특별출연으로 비중이 확 낮아졌다. 게다가 오데야 러쉬, 딜런 미네트, 라이언 리 등 전편의 주연들도 나오지 않는다. '투명인간의 복수'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내 기대 또한 무참히 짓밟혔다. 결국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은 굉장히 뜬금없는 속편 영화에 불과했던 것이다.

 

 

물론 [구스범스]와의 연결되는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구스범스]에서 몬스터들의 대장 격인 슬래피가 이번에도 소동의 주역이다. 사연은 이러하다. R.L. 스타인(잭 블랙)의 발표되지 않은 첫 번째 원고가 간직되어 있는 작은 마을, 할로윈을 앞둔 어느 날 소니(제레미 레이 테일러)와 샘(칼릴 해리스)은 어느 폐가에서 우연히 스타인의 책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그 책의 자물쇠를 풀어 펼친다. 그러자 책 속에서 슬래피가 튀어나온 것이다.
처음에 슬래피는 소니와 가족이 되기를 원했다. 스타인에게 그러했듯이 슬래피는 소니의 가족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혼내주며 소니의 환심을 사고자 했다. 하지만 스타인과는 다르게 소니와 대학 입학을 앞둔 소니의 누나 세라(매디슨 아이스먼)는 오히려 슬래피를 두려워했고 슬래피를 없애려 한다. 이에 화가 난 슬래피는 스스로 가족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슬래피가 새롭게 만들고자 했던 가족은 할로윈의 몬스터들이다.
사실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은 전편의 설정을 따를 수가 없었다. 전편의 설정은 스타인의 초고 원고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것이었는데, 슬래피가 스타인의 초고 원고들을 모두 불태워버린 것이다. 결국 슬래피를 비롯한 모든 몬스터들이 급하게 쓴 스타인의 책 한 권에 모두 갇힌 것으로 [구스범스]는 끝맺음했으니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에서는 다른 설정이 필요했다. 그것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스타인의 첫 번째 원고라는 억지이다.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의 가장 큰 문제는 스타인의 첫 번째 원고에서 튀어나올 수 있는 몬스터는 슬래피뿐이라는 사실이다. 이미 [구스범스]에서 수많은 몬스터들을 활용하여 난장판을 만들며 관객을 즐겁게 해줬는데, 속편에서는 고작 슬래피 하나만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슬래피에게 뜬금없이 초능력을 부여한다. 그 결과 마을의 할로윈 구조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웃지 못할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이건 뭐 [구스범스]의 속편보다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속편인 '할로윈이 살아있다'가 더 어울려 보인다.
그러면서도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은 [구스범스]의 속편임을 끊임없이 관객에게 어필하고자 노력한다. [구스범스]에서 인상 깊었던 몬스터인 설인과 늑대인간이 다시 등장한다. (물론 비중은 엄청나게 작아졌다.) [구스범스]의 거대한 사마귀 괴물은 거대한 풍성 거미 괴물로 대체되었다. [구스범스]에서 귀여운 정원 인형들이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하듯이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에서는 말랑말랑한 잴리인 구미 베어가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한다.
캐릭터 구성도 여자 하나, 남자 둘이다. 남자 캐릭터 중 하나는 암 유발 코믹 캐릭터로 만들어버린 것도 [구스범스]를 연상시킨다. [구스범스]에서 잭(딜런 미네트)의 이모 로레인(질리언 벨)이 웃음을 유발했다면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에서는 소니의 옆집 괴짜 동양인 미스터 추(켄 정)이 로레인의 역할을 대신한다. 

 


 

[구스범스]에서 버려진 놀이공원이 마지막 결전 장소라면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에서는 버려진 전기 공장이 결전 장소이며, 책 한 권으로 모든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도 똑같다. 문제는 그 몬스터들이 책에서 튀어나온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에 빨려 들어간다는 점이지만 말이다. 결국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은 [구스범스]의 설정을 스스로 파괴해놓고, [구스범스]의 속편임을 드러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꼴이다.
솔직히 지난 주말 연달아 본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와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을 단순 비교하자면 두 영화의 재미는 엇비슷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에 어느 정도 만족하면서도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에 실망감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에는 [구스범스]라는 전편이 있기 때문이다. [구스범스]가 있기 때문에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을 기대했고, [구스범스]가 있기 때문에 반대로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에 실망했다.
이건 속편의 운명이다. 분명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 자체만 놓고 본다면 어린 자녀들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이다. 하지만 [구스범스]와 연관 선상에 놓고 본다면 실망스러운 속편일 수밖에 없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그건 따지고 보면 [구스범스] 탓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구스범스]에서 슬래피는 스타인의 원고를 모두 불태워 버림으로써 스스로 속편의 가능성을 없앴다. 투명인간을 남기긴 했지만 [구스범스]에서 투명인간의 인지도는 슬래피에 한참 뒤처지기 때문에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은 억지를 쓰더라도 슬래피를 되살리는 방법을 선택했고, 그것이 [구스범스]의 속편으로써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을 실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말았다. 

 

 

 

 

이건 모두 처음부터 시리즈를 기획하지 않은 [구스범스]의 실수이다. 그래서일까?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은 후속편의 가능성을 활짝 열며 영화를 마무리했다. 스타인(잭 블랙)이 책 속에 빨려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후속편은 책 속에서 벌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게다가 슬래피가 불태운 원고들도 스타인의 책장에 모두 꽂혀 있었다. 뒤늦게 [구스범스]의 시리즈화에 발동을 건 것이다.
결국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은 [구스범스]의 시리즈화를 위해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억지를 쓸 수밖에 없는 영화인 셈이다. 뭐 좋다. 이 영화 한편이 욕을 뒤집어쓰고, 이후 영화들은 [구스범스]의 후속편으로 완벽한 완성도를 보인다면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의 억지 설정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니까...
부디 [구스범스 : 몬스터의 역습]의 억지 설정을 무의미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3편은 제대로 된 설정으로 좀 더 높은 캐릭터 설정과 완성도로 만들어지길 바라겠다.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집에서 먼 롯데 시네마까지 가야 하는 바람에 짜증이 밀려왔지만, 2~3년 후 나올지도 모를 [구스범스 3]을 위해 내 짜증은 잠시 가슴속에 묻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