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조원희
주연 : 마동석, 김영광, 이유영

이상하게 [원더풀 고스트]라는 제목은 자꾸만 헷갈린다. 2003년에 개봉했던 한국 SF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 2012년에 개봉한 권철인 감독의 [원더풀 라디오]와도 헷갈렸고, 결정적으로 나는 [원더풀 고스트]를 [헬로우 고스트]라 부르곤 했다. [헬로우 고스트]는 2010년에 개봉한 김영탁 감독의 영화로 죽는 것이 소원인 외로운 남자 상만(차태현)이 어느 날 귀신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가슴 찡한 코미디로  누적관객 300만 명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원더풀 고스트]와 [헬로우 고스트]가 헷갈리는 이유는 한 남자의 눈에 귀신이 보인다는 소재가 비슷하기 때문인듯하다.
그래도 [부산행], [범죄도시], [신과 함께 : 인과 연] 등을 통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마동석과 [너의 결혼식]을 통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김영광 주연의 영화인 만큼 비록 영화 제목은 헷갈려도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다. 하지만 [원더풀 고스트]의 배급사는 뜻밖의 선택을 한다. [원더풀 고스트]를 CGV 단독 개봉으로 확정한 것이다. 물론 CGV가 국내 극장 체인 중 점유율 부동의 1위이긴 하지만 CGV에서만 상영을 한다는 것은 흥행적으로 불이익을 감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어쩌면 [원더풀 고스트]의 배급사는 이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영화 홍보비라도 줄여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심산으로 CGV 단독 개봉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닐까? 그러고 보니 마동석이라는 이름만 믿고  지난 5월 극장에서 본 [챔피언]의 만듦새도 극장에서 보기엔 민망한 수준이었다. 결국 예상대로 [원더풀 고스트]는 누적관객 44만 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실망스러웠던 [챔피언]이 112만 관객을 동원했음을 감안한다면 [원더풀 고스트]의 흥행 성적은 잘 나가던 마동석에게 급브레이크를 안겨준 영화인 셈이다. 도대체 [원더풀 고스트]는 어쩌다가 이런 지경이 되었을까? 

 

 

 

 

내가 [원더풀 고스트]를 굳이 극장에서 보지 않았던 이유는 CGV 단독 개봉이 의미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잘 만들었지만 규모가 작은 영화 중에서 간혹 단독 개봉으로 비용을 줄여 최대의 효과를 보곤 한다. [월요일이 사라졌다]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하지만 [원더풀 고스트]는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영화가 아니다. 어찌 되었건 마동석, 김영광이라는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두 배우를 투톱으로 내세운 영화가 아니던가. 도대체 얼마나 영화의 만듦새가 엉망이었길래...
지난 토요일, [원더풀 고스트]를 봤다. 막상 [원더풀 고스트]를 보고 나니 그렇게 엉망인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CGV 단독 개봉 소식과 함께 땅으로 곤두박질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극장에서 봤다면 본전 생각이 날 뻔했다는 점이다. [원더풀 고스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개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귀신이 보이는 남자의 이야기는 이미 수많은 영화, 드라마가 써먹은 소재이다. 굳이 [원더풀 고스트]와 제목이 비슷한 [헬로우 고스트]를 예로 들지 않아도 이윤기 감독의 2017년 개봉작 [어느날]과 KBS 드라마 <오늘의 탐정>과도 비슷하다. 이들의 특징은 뇌사상태에 빠진 주인공이 영혼이 되어 다른 사람 앞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원더풀 고스트]도 비슷하다. 그렇기에 [원더풀 고스트]를 보며 자꾸만 어디에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비단 내용뿐만이 아니다. 배우의 활용 면에서도 [원더풀 고스트]는 개성이 없다. 사실 캐릭터 설정은 좋았다. 딸바보 유도 관장 장수(마동석)은 교통사고를 당한 노부부를 구하려다가 아내를 잃은 아픔 기억이 있다. 그렇기 그는 남의 일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마을 파출소 경찰 태진(김영광)은 지나치게 오지랖이 넓다고 할 정도로 남의 일에 관심을 가진다. 그렇기에 약혼녀 현지(이유영)는 그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 얽혀버려다. 태진이 인신매매 조직의 뒤를 캐려 했던 것이 문제가 되어 태진은 인신매매 조직의 공격으로 뇌사상태가 되고, 장수는 그 현장의 목격자가 되어 인신매매 조직의 타깃이 된다. 그리고 뇌사상태가 된 태진은 영혼이 되어 장수의 눈에만 보인다. 여기까지는 꽤 좋았다. 서로 다른 두 캐릭터가 한 팀이 되어 만들어내는 캐미는 그동안 수많은 버디무비의 흥행 무기가 되지 않았던가.
하지만 [원더풀 고스트]는 마동석과 김영광이 구축해 놓은 이미지를 활용할 뿐, 그 이상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부산행], [범죄도시]로 대표되는 마동석의 맨손 액션은 [원더풀 고스트] 후반부에 고스란히 재현되고, 장수 앞에 얼쩡대는 태진의 모습은 마치 [너의 결혼식]에서 승희(박보영) 앞에 얼쩡대는 우연(김영광)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영화를 보며 마동석, 김영광의 이미지 소모가 걱정될 뿐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토리 전개가 꼼꼼하면 상관없다. 흔한 소재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고, 배우의 이미지가 예전 영화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영화만 재미있으면 얼마든지 용서가 되는 법이니까. 그런데 결정적으로 [원더풀 고스트]는 스토리 전개도 느슨하고 영화의 재미도 미지근하다.
장수의 눈앞에 나타난 태진의 영혼. 그로 인하여 벌어지는 에피소드의 코믹함은 [헬로우 고스트]와 비교해서 한참 뒤떨어진다. [원더풀 고스트]를 코미디의 장르 안에 넣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그렇다고 수사극으로써 영화가 치밀한 것은 아니다. 태진을 위험에 빠뜨린 인물에 대한 것은 영화 초반에 다 까발려지고, 그 뒤에 숨은 배후 인물 또한 중반에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조원희 감독은 비밀을 밝히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영화 중반에 참지 못하고 반전을 모두 드러낸다. 반전만 쉽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또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 장수의 주먹 한방에 모든 것을 기댄다.   
영화의 후반 감동 코드도 너무 뻔하다. 장수의 딸이 심장병에 걸려 이식 수술이 필요하다는 설정에서부터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였다. [헬로우 고스트]를 보며 예상 못 했던 반전과 그로 인한 감동으로 눈시울이 뜨거웠던 나로서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뻔하게 진행되는 영화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함께 영화를 볼 아들은 '교과서 같은 영화였다'라고 짧게 말한다. 여기에서 교과서 같은 영화라는 것은 좋은 의미가 아니다. 너무 뻔한 교훈과 감동이 지루하게 펼쳐져 있다는 뜻이다. 이건 조원희 감독이 차기작을 연출하는데 있어서 꼭 기억해야 할 충고가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올해 마동석 주연의 영화 [동네사람들], [성난황소]가 곧 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를 보고 나니 [동네사람들], [성난황소]도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