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 - 우리가 진실을 외면할 때 감당해야할 대가
감독 : 로브 라이너
주연 : 우디 해럴슨, 제임스 마스던, 로브 라이너, 토미 리 존스
진짜 언론이란 무엇일까? 민주주의가 정착하면서 진짜 언론에 대한 질문은 수도 없이 재기되었다. 하지만 해답은 간단하다. 진짜 언론이란 진실만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에 굴하지 않고, 여론에 편승하지 않고, 아무리 불편한 진실이라도 있는 그대로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 그것이 진짜 언론이 아닐까?
진짜 언론을 다룬 영화들을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2016년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마션],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등 수많은 화제작을 물리치고 당당히 작품상을 수상한 토마스 맥카시 감독,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마이클 키튼 주연의 [스포트라이트]가 대표적이다.
[스포트라이트]는 2002년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폭로한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의 실화를 다룬 영화이다. 그렇다면 30년에 걸쳐 약 90명의 사제들이 수 십 명의 아동을 성추행을 하는 동안 어떻게 이 스캔들은 은폐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당시 미국 사회의 가톨릭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그러한 지역 사회의 반발과 반향속에서 결국 진실을 밝혀냈고, 2003년 미국 최고의 언론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에 맞선 언론도 있다. 제임스 밴더빌트 감독, 케이트 블란쳇,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트루스]는 2004년 재선을 준비 중인 부시 대통령의 군 복무 비리를 폭로한 CBS 뉴스 프로그램 60분 팀의 활약과 좌절을 담고 있다. [트루스]가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부시 정부가 60분 팀의 주장을 증거조작이라 왜곡하며 결국 굴복시킴으로서 재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부시 정부의 이러한 전략은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제기했던 JTBC에게도 똑같이 이용되기도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주연의 [더 포스트]는 1971년 뉴욕 타임즈의 펜타곤 페이퍼 특종 보도를 담은 영화이다. 펜타곤 페이퍼는 30년간 감춰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을 담은 문서인데, 닉슨 대통령은 펜타곤 페이퍼 보도가 미국의 이익에 해가 된다고 주장했지만 뉴욕 타임즈는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라며 보도를 강행했다.
앞서 언급한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로브 라이너 감독의 [충격과 공포] 역시 권력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려 했던 나이트 리더의 워싱턴 지부 기자들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9.11 테러를 핑계 삼아 이라크 전쟁을 벌이려는 부시 정부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 했던 나이트 리더의 기자들. 하지만 당시 애국심에 눈에 먼 미국 국민들은 오히려 나이트 리더의 기사를 외면했고, 결국 이라크 전쟁은 발발하며 나이트 리더 기자들은 쓰디쓴 패배를 맛본다.
여기서 다시 2002년 당시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2001년 9월 11일 미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9.11 테러가 발생한다. 미국 국민들은 분노했고, 부시 행정부는 즉각적으로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부시 행정부는 빈 라덴을 잡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공격 대신 이라크에 대한 전쟁 정당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라크가 빈 라덴을 후원하고 있으며,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가 있다는 사실을 거짓 정보를 흘리면서...
나이트 리더 기자들은 이에 의문을 품는다. 수니파인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이슬람원리주의자인 빈 라덴은 앙숙 관계라는 것은 중동 전문가 사이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며,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가 있다는 것조차 믿을 수 없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미국 분위기는 9.11 테러에 분노하며 빈 라덴과 그를 돕는 이라크를 척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었고,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로 또다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결국 주류 언론 모두 당시의 여론에 휩쓸려 부시 정권을 옹호하며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기에 이른다.
[충격과 공포]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부시 정권의 권력에 굴하지 않고, 애국심에 눈이 먼 여론에 휩쓸리지 않으며, 오직 진실만을 추구했던 라이트 리더 기자들의 외로운 싸움을 묵묵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부시 정부가 그토록 원했던 이라크 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모두들 알겠지만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충격과 공포'는 신속하게 적을 제압하는 미국의 군사전략을 자칭하는 것으로 이라크 전쟁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라크에서는 대량 살상 무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렇게 이라크 전쟁은 승리했지만 이라크에 서구식 민주주의를 주입하겠다는 미국의 계획은 결코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담 후세인 축출 이후 아랍 세계는 종파 분쟁이 재점화되어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그러한 가운데 IS와 같은 테러단체가 생겨나며 지구촌에는 아직 테러와의 전쟁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거짓된 정보로 인하여 시작된 전쟁의 참상은 전쟁의 화염 속에 직접 뛰어든 미국의 젊은 병사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솔직히 [충격과 공포]는 앞서 언급한 저널리즘 영화와 비교해서 그다지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영화가 너무 평탄하게 진행되고, 캐릭터들도 그다지 입체적이지 않다. 특히 밀라 요보비치, 제시카 비엘이 연기한 캐릭터는 그저 캐릭터의 남녀 비율을 맞추기 위해 억지 짜 맞춤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분단국가에서 살며 언제든 전쟁의 위협을 느껴야 하는 우리들에겐 의미 있는 영화이다. 전쟁이 손쉬운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평화라는 사실을 이라크 전쟁을 통해 깨달을 수 있으며, 진실을 외면한 대가로 치룬 미군의 희생이 우리나라의 일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