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
주연 : 장 피에르 바크리

세상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계획대로 안되는 것이 더 많다. 그렇기에 우리는 고민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화를 낸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상황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계획에서 어긋난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이란 원래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정확히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떠들썩한 코미디로 승화시킨 영화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경력 30년 차 베테랑 웨딩플래너 맥스(장 피에르 바크리)이다.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 중인 그는 17세기 고성에서 의미 깊은 결혼식을 준비 중에 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이 결혼식은 엉망진창이 된다.
맥스에게 감정을 이입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다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신랑의 까다로운 요구는 점점 늘어나고, 애인 조지앙은 질투심 유발 작전으로 맥스의 속을 긁어놓는다. 주방 매니저와 밴드 가수는 처음부터 쌍욕을 터부으며 싸우고, 주방 매니저가 끌어들인 초짜의 실수도 메인 요리인 양고기가 상해버린다. 맥스의 처남은 신부가 옛 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신랑의 먼 친척이라 거짓말을 하며 신부에게 추근대고, 사진사는 사진 찍기보다 데이트 어플에 더 관심을 가지다가 신랑 어머니와 관계를 가진다. 맥스는 이 사고뭉치 팀원들을 이끌고 어떻게든 결혼식을 무사히 끝마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코미디인 만큼 과장된 상황을 연출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장된 상황 속에서 맥스의 위기는 점점 커져만 간다. 과연 이 결혼식은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 이러다가 맥스는 손해배상 때문에 망하지는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기까지 한다.
이 엉망진창 결혼식의 클라이맥스는 신랑이 신부에게 준비한 깜짝 이벤트이다. 거대한 헬륨 풍선을 등에 달고 우아하게 하늘을 날며 신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다. 맥스의 팀원들이 풍선의 끈을 붙잡아 줘야 하는데, 하필 이 순간 앙숙처럼 싸우던 주방 매니저와 밴드 가수가 사랑에 빠져 끈을 놓쳐 버린다. 그리고 신랑은 하늘 멀리 날아가 버린다.
그 이전까지의 사고는 애교에 불과하다. 하지만 신랑을 하늘 멀리 날려버린 사고는 신랑을 다치게 할 수도 있는 대형사고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이 장면에서 폭소를 터트릴 테지만, 당사자인 신랑은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며, 맥스는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 알 수가 없어 패닉 상태에 빠진다.  

 

분명 맥스에게 그날은 최악의 하루였을 것이다. 웨딩 플래너 30년 경력의 그로써도 이보다 더 최악을 없었을 것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웨딩 플래너라는 그의 직업을 상기한다면 더욱더 그는 화가 나고, 짜증이 났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 아니 이건 기적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붙이기엔 너무 소소한 반전일지도 모른다. 계획대로 움직여야 했던 상황에서는 맥스의 팀원들은 우왕좌왕하며 실수를 연발했다. 하지만 모든 계획이 무너지자 오히려 맥스 팀원들은 역량을 발휘한다. 그리고 이 엉망진창 결혼식을 최고의 결혼식으로 탈바꿈시킨다.
이것이 인생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어쩌면 그 인생은 재미없는 인생일지도 모른다. 계획대로 되지 않기에 예기치 않은 행운도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계획했던 것보다 더한 행복을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영화의 원제인 'C'est la vie'는 프랑스어로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뜻이다. 결국 국내 제목인 [세라비, 이것이 인생!]은 국어 선생이었던 맥스의 처남이 영화 내내 지적했던 중복 표현이다. 설마 국내 수입 배급사가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국내 제목을 지은 것일까? 그렇다면 그 센스를 인정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