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켄지와 미유키 공주의 사랑은 그냥 평범한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관객과 영화이 사랑이 된다. 분명 [마법에 걸린 사랑]과 [플레전트빌]에서 시작되었음직한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가 [시네마 천국]의 감동을 이야기하니 영화를 보는 내내 신기할 수밖에 없다.
내가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또 있다. 이 영화는 일단 굉장히 가볍다. 현실 세계로 온 미유키 공주는 영화 속 성격 그대로 막무가내 말괄량이이다. 처음 본 켄지를 시중 취급하며 마구 부려 먹는다. 그러한 미유키 공주 때문에 켄지는 곤욕을 치루지만  착한 성격 때문에 외톨이인 그녀를 모른척할 수도 없다. 그러는 사이 켄지와 미유키 공주는 사랑에 빠져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켄지와 미유키 공주가 속한 세계는 서로 다르다.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는 서로 다른 세계에 속했지만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 켄지와 미유키 공주에게 한가지 핸디캡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러한 핸디캡 덕분에 두 사람의 사랑은 진한 여운을 안겨주는 것이다. 영화 속 캐릭터가 현실 세계에 온다는 판타지에서 시작하여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로 진행되더니, 영화의 말미엔 최루성 멜로로 끝을 맺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전개가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타케우치 히데키 감독은 자연스럽게 장르와 분위기 변화를 조율해 낸다.   

 

어쩌면 미유키 공주를 향한 켄지의 사랑은 영화를 좋아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 나는 1년에 100편가량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극장에서 놓친 100편가량의 영화는 TV나 스마트폰, 컴퓨터 등으로  관람한다. 누군가는 내게 이렇게 충고한다. '영화 본다고 돈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 그 시간에 좀 더 생산적인 것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그렇게 이윤 타산적인 것이 아니지 않는가?
미유키 공주를 향한 켄지의 사랑도 그러하다. 영화사 사장의 딸인 나루세 토오코(혼다 츠바사)는 켄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만약 켄지가 그녀의 사랑을 받아준다면 그는 감독으로 탄탄대로에 접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나루세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유키 공주와의 사랑 때문에...
죽는 그 순간까지 미유키 공주와 행복한 나날을 보낸 켄지의 모습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 그는 결국 감독으로 입봉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속한 세계가 다른 미유키 공주와 남들 같은 사랑을 해보지도 못했지만, 그는 행복했을 것이다. 굉장히 여운이 남는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