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는 데이빗(존 조)과 파멜라(사라 손) 부부,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마고(미셸 라)의 일상을 컴퓨터에 저장된 디지털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이메일과 컴퓨터 속 스케줄러 프로그램으로 압축시킨다. 그 속에는 마고의 탄생과 성장에 의한 기쁨이 있고, 파멜라의 죽음에 의한 슬픔이 있다. 이러한 [서치]의 오프닝은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오프닝이라 일컬어지는 픽사의 [업]과 비견할만하다.
인상 깊은 오프닝 이후 [서치]는 목요일 저녁에 이뤄진 데이빗과 마고의 짧은 화상 대화 장면을 통해 앞으로 영화가 이렇게 PC 화면으로만 진행될 것임을 선언하고, 목요일 한밤중 깊은 잠에 빠진 데이빗에게 걸려 온 마고의 부재중 전화 3통을 통해 긴장감을 서서히 끌어올리며 스릴러의 정체성을 확보한다. 그리고 마고는 실종된다.
금요일에만 하더라도 마고가 학교에 있거나,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갔거나, 친구들과 캠핑을 갔을 것이라 생각했던 데이빗은 토요일이 되어도 마고가 나타나지 않자 결국 경찰에 실종 신고를 낸다.  로즈메리 빅(데브라 메싱) 형사가 마고의 실종 사건 담당으로 배정되고, 데이빗은 집에 두고 간 마고의 노트북을 통해 마고의 행적을 추적한다. 

 

분명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은 전형적인 스릴러 영화일 뿐이다. 실종된 딸, 딸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부성애는 [테이큰]을 비롯하여 이미 수없이 많은 영화들이 해왔던 이야기이다.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서치]는 새롭다. 그리고 그러한 [서치]의 새로움은 영화의 내용이 아닌 형식에서 나온다.
앞서 언급했듯이 [서치]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PC 화면으로만 진행된다. 분명 '어떻게 PC 화면으로만 영화를 진행시킬 수가 있느냐?'라는 의문이 생길 법도 하다. 나 역시 그러했으니까. 하지만 영화 중간중간 스토리 전개를 위해 PC 화면이 아닌 일반 화면이 나올 법도 한데 [서치]는 고집스럽게 PC 화면만 고집한다. 그런데 그러한 장면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오히려 일반 화면보다 더한 스릴을 안겨주기까지 한다.
[테이큰]을 떠올려보자. [테이큰]에서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는 파리로 여행을 떠났다가 납치된 킴(매기 그레이스)을 찾기 위해 위험천만한 지하 세계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전직 특수요원이었기에 가능하다.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찰이 실종된 딸을 찾을 때까지 집에서 노심초사 기다릴 것이다. 데이빗도 그러하다. 그는 몸으로 뛰는 것은 로즈메리 형사에게 맡기고 자신은 마고의 노트북을 뒤진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전직 특수요원 브라이언 밀스에게 대리만족을 느낀다면, 데이빗에게는 감정이입을 통한 공감을 느낄 수 있다. [서치]의 스릴은 그러한 공감에서 비롯된다.  

 

데이빗은 마고의 계정 비밀번호를 알아내어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텀블러, 유캐스트 등 SNS 사이트를 통해 노트북에 남겨진 마고의 행적을 뒤쫓는다. 그러면서 데이빗은 마고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사실은 마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사춘기에 접어든 자식을 둔 모든 부모의 모습이 아닐까? 마고는 피아노 레슨을 이미 6개월 전에 그만뒀고, 학교에선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이다. 엄마를 잃은 마고는 아내를 잃은 데이빗 만큼이나 괴롭고 외로웠던 것이다.  
[서치]는 굉장히 치밀하다. 데이빗이 집에서 마고의 노트북을 통해 마고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은 전혀 허점이 보이지 않는다. 비록 쫓고 쫓기는 액션은 없지만, [서치]는 마고의 비밀이 하나씩 벗겨지는 과정을 통해 완벽한 스릴을 안겨준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로즈메리 형사의 추적과 집에서 마고의 노트북을 통한 데이빗의 추적이 각각 펼쳐지는 동안 [서치]는 후반부로 치닫는다. 중반까지는 '마고는 어디로 갔는가? 그녀는 왜 사라졌나?'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후반에 가서는 마고가 범죄의 피해자임이 밝혀지며 영화는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대로 영화가 끝났다면 나는 [서치]가 새로운 형식의 영화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스릴러 영화로써는 기본 점수 밖에 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서치]는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최근에 봤던 스릴러 영화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스릴러 영화의 반전에 인색한 편이다. 대부분의 반전은 일찌감치 눈치채는 편이고, 억지 반전에 대해서는 반전의 허술함을 지적하며 스스로 스릴러 영화와의 추리 게임에서 이겼다고 자축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서치]의 반전은 일찌감치 눈치채지 못했을뿐더러, 아무리 파헤쳐 봐도 허술함을 발견할 수도 없었다.
[서치]에는 두 개의 반전이 있다. 그런데 두 개의 반전 모두 영화 초반에 암시를 해두었다. 그렇기에 반전이 제시되었을 때 뜬금없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특히 두 번째 반전에는 소름이 돋았다. 마고의 실종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며 지금까지 전개되었던 모든 수수께끼가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듯 단번에 해소된다.
이러한 반전이 있었기에 [서치]는 내게 새로우면서도 완벽한 스릴러 영화가 될 수 있었다. 이런 놀라움은 1999년 [식스 센스]를 보며 느낀 이후 오랜만인데, 솔직히 [식스 센스]는 당시 스포일러가 횡행하던 시절이라 영화를 보기 전에 반전을 알아버린 까닭에 충격이 덜했다. 하지만 [서치]는 영화에 대한 별다른 정보나 기대 없이 무심코 선택한 영화라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서치]는 블록버스터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도 아니지만, 국내 개봉에서는 역주행을 하며 일일 박스오프스 3위로 데뷔하여 6일 만에 1위에 올랐다고 한다. (덕분에 나도 [서치]를 놓치지 않고 선택할 수 있었다.) 역시 재미있는 영화를 찾아내는 관객의 눈은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