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선] - 두려움을 극복한 그들의 슬픈 사랑
감독 : 스콧 스피어
주연 : 벨라 손, 패트릭 슈왈제네거
2007년에 2월에 국내 개봉한 [태양의 노래]라는 영화가 있다. 국내 흥행 성적은 부진했지만, 개봉 후 꾸준히 입소문을 타며 2017년 3월에 재개봉되기까지 했던 영화이다. [태양의 노래]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주연을 맡은 유이, 츠카모토 타카시의 풋풋한 매력과 함께, 배우이기 이전에 싱어송라이터인 유이가 직접 작사, 작곡했다는 영화 속 노래들이 한몫을 해냈다.
[태양의 노래]가 미국에서 리메이크되었다. [스텝업 4 : 레볼루션]으로 감독 데뷔를 한 스콧 스피어가 메가폰을 잡았고,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을 바탕으로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패트릭 슈왈제네거와 디즈니 드라마 <우리는 댄스소녀>의 벨라 손이 주연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 3월 23에 개봉한 북미 흥행 성적은 처참했다. 개봉 첫 주에만 10위에 올랐을 뿐이고, 누적 흥행 성적은 9백만 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국내 흥행 성적은 나름 괜찮았던 편인데, 누적관객 32만명을 동원, 북미를 제외하고 이탈리아,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나라가 되었다. 아마도 [태양의 노래]의 리메이크가 국내 관객의 호감도를 높인 듯하다.
분명 [미드나잇 선]은 볼만한 청춘 멜로 영화이다. XP(색소성건피증)라는 희귀병 때문에 태양을 피해야 하는 케이티(벨라 손)와 그녀가 10년째 짝사랑해온 찰리(패트릭 슈왈제네거)의 슬픈 사랑을 92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압축해서 보여준다.
이 영화엔 주인공의 사랑을 가로막는 그 흔한 악역 캐릭터가 없다. 찰리에게 추파를 던지는 학교 내 퀸카 조 카마이클(티에라 스코브예)이 그러한 역할을 할 듯했지만 왜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금세 퇴장해 버리고, 주인공의 사랑을 응원하는 케이티의 단짝 친구 모건(퀸 쉐퍼드)과 가버(니콜라스 쿰베) 커플만 간간이 등장할 뿐이다.
그렇기에 [미드나잇 선]은 92분 동안 온전히 케이티와 찰리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원작인 [태양의 노래]가 러닝타임 119분임을 감안한다면, 러닝타임을 30분가량을 줄인 [미드나잇 선]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리라. 그래도 아내에 이어 딸마저 먼저 떠나보내야만 했던 케이티의 아버지 잭(롭 리글)의 아픔마저 생략해 버린 것은 분명 아쉬운 선택이라 생각한다. 그에게 좀 더 포커스를 맞췄더라면 관객의 눈물샘을 좀 더 자극했을 텐데 말이다.
모든 곁가지를 쳐낸 [미드나잇 선]은 케이티와 찰리의 사랑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두려움을 극복하는 여정이 된다. 찰리는 수영선수이다. 하지만 한순간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부상을 당했고, 자신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그는 케이티와의 사랑 덕분에 부상을 극복하고, 다시 수영선수로써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간다.
찰리와의 사랑을 통해 케이티가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은 더욱 감동적이다. 남들과는 달리 밤에만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케이티. 그녀는 햇볕이 내리쬐는 해변에서 엄마에게 기타를 배우는 꿈을 반복해서 꾼다. 하지만 엄마는 죽었고, 낮에는 밖에 나갈 수 없으니 그야말로 그 꿈은 꿈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녀는 햇빛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찰리와 요트에서 석양을 바라본다. 햇빛은 그녀에게 죽음을 뜻하는데, 결국 그녀는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한 것이다. 그리고 뜨는 태양이 아닌, 지는 태양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동안 자신을 옭아매던 태양에 대한 케이티의 당찬 도전이 아니었을까?
[미드나잇 선]의 최대 장점은 배우들의 매력이 풋풋하다는 점이다. 비록 패트릭 슈왈제네거의 연기력이 아직은 아버지를 닮아 조금은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조금은 부족한 연기력은 두 젊은 배우의 풋풋한 매력으로 충분히 가려진다.
9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도 부담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된다. 케이티와 찰리의 사랑 외에 모든 곁가지를 쳐버렸기에 러닝타임이 더 길었다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었을 듯하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걸작 멜로 영화가 될 수 없다면 차라리 이렇게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멜로 영화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아닐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영화 속 노래가 [태양의 노래]와 비교해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태양의 노래]가 오랫동안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유이의 감각적인 노래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미드나잇 선]이 [태양의 노래]의 뒤를 따르려면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케이티가 죽기 전 녹음했던 'Walk With Me (Charlie's Song)'이 흘러나올 때 내 눈시울은 좀 더 촉촉하게 젖었어야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Walk With Me (Charlie's Song)'보다는 케이티가 찰리의 권유로 낯선 사람들 앞에서 버스킹 하며 부른 'Sweetest Feeling'이 더 좋았다. 사랑에 빠진 케이티의 설레는 감성이 잘 묻어 나온 곡이다. 이 노래 가사처럼 찰리와의 사랑을 통해 케이티의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는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여운이 남는다.
머리를 만지고 립스틱을 발랐는데 옷을 못 고르겠어.
백 번도 넘게 옷을 입어봐. 제대로 꾸미고 싶어.
하지만 이 완벽한 기분이 있는 한, 다 잘 될 거야.
이 달콤함이 있는 한, 모든 걱정 사라질 거야.
모든 걱정 사라질 거야.
신발을 신고 슬쩍 돌아봐. 말해봐 어떻게 보여?
거울을 보며 키스를 날려 네게 달려가고 있어.
이 완벽한 기분이 있는 한, 다 잘 될 거야.
이 달콤함이 있는 한, 모든 걱정 사라질 거야.
모든 걱정 사라질 거야.
네 손을 잡고 이 도시를 다니며 우리가 본 멋진 광경들
이 완벽한 기분이 있는 한, 다 잘 될 거야.
이 달콤함이 있는 한, 모든 걱정 사라질 거야.
모든 걱정 사라질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