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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지구] - 특수효과는 의외로 좋은데, 나머지 부분은 예상보다 약하다.
12  쭈니 2019.07.17 17:04:22
조회 19 댓글 0 신고

감독 : 곽범

주연 : 굴초소, 오경, 조금맥

중국 SF 영화, 기대해도 좋을까?

중국의 영화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중국 시장을 겨냥해서 중국 배우들을 억지로 끼워 넣기를 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공산국가인 중국은 해외 영화 수입을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기에 10억이 넘는 중국 관객을 수용하기엔 해외 영화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국 관객의 눈은 자국 영화로 향하고 있다. 아마도 자국 영화의 흥행이 미국 영화를 앞지르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일본, 인도와 함께 중국도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도 가끔 미국 영화를 앞지르기는 한다.)

그러나 중국 영화의 한계는 철저하게 중국 관객에게 맞춰져 있다 보니 해외 시장에서 취약하다는 점이다. 과거 홍콩의 무술 영화, 느와르 영화들이 전 세계적으로 컬트적 인기를 끌었지만 그것도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나 역시 젊은 시절 중국(홍콩) 영화를 즐겨 봤지만, 요즘은 1년에 보는 중국 영화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중국의 영화 산업이 좀 더 발전하려면 해외 시장을 노려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SF 작가 류츠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유랑지구]가 제작되어 중국에서 흥행 대박을 쳤다. 제작비가 미국 달러로 환산해서 5천만 달러로 알려진 이 영화는 2019년 2월 5일 중국에서 개봉하여 개봉 첫 주 수익만 3억 달러를 벌어들였고, 최종적으로 7억 달러를 육박하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과연 세계 시장에서도 통했을까? 안타깝지만 아직은 아니다. 미국 SF 영화에 익숙한 전세계 관객들에게 이제 고작 걸음마 수준인 중국 SF 영화가 성에 찰리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4월 18일 개봉해서 2만 명이 채 되지 않는 누적관객을 기록했을 뿐이다.

이게 과학적으로 가능해?

만약 [유랑지구]가 우리나라에서 조금만 더 흥행을 했다면... 그래서 상영관이 조금만 더 많았다면... 나는 어쩌면 아들과 함께 [유랑지구]를 극장에서 챙겨봤을 것이다. 내가 [유랑지구]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독특한 설정 때문이다. 태양의 팽창으로 지구가 멸망할 위기에 빠지자 인류는 힘을 합쳐 '유랑지구'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유랑지구' 프로젝트란, 지구를 안전한 다른 태양계로 옮기는 것으로 이를 위해 지구 표면에 만여 개의 지구 엔진이 건설되고,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한파를 피해 지하 도시에서 생활하게 된다.

지금까지 지구 멸망에 대한 영화는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인류가 지구를 버리고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픽사 애니메이션 [월-E]가 그러했고, 우리나라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 영화 [인터스텔라]도 그러했다. 만약 지구 멸망의 날이 온다면 인류가 지구를 떠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랑지구]는 '아예 지구를 다른 태양계로 옮기겠다고 한다. '이게 과학적으로 가능해?' [유랑지구]에 대한 내 관심은 바로 그러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지구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들도 나와 같은 의문으로 토요일 밤 함께 [유랑지구]를 보기 시작했다.

[유랑지구]는 가까운 미래 태양이 팽창함에 따라 지구에 재난이 연이어 발생하게 되고, 결국 지구 멸망의 위기 앞에 각국은 '유랑지구' 프로젝트를 발동하며 시작된다. 병으로 아내를 잃은 중국인 우주비행사 류배강(오경)은 아들 류치를 장인 한지앙(오맹달)에게 맡기고 우주정거장의 승무원이 된다. 그렇게 17년의 세월이 흐른다. '유랑지구' 프로젝트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류배강은 17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돌아갈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이때 문제가 발생한다. 목성 궤도를 지나던 지구가 계산 착오로 인하여 목성의 인력에 영향을 받으며 목성과의 충돌 위험에 빠진 것이다.

다짜고짜 반항,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계산 착오

솔직히 [유랑지구]는 조금 뜬금없다. 왜 갑자기 태양이 팽창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치더라도 (함께 영화를 보던 아들은 이렇게 빠른 시일에 태양이 노화해서 팽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투덜거렸다.) 너무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다. 특히 17년 후 청년이 된 류치(굴초소)가 여동생 송이(조금맥)를 데리고 지상으로 가출을 하는 장면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그들의 반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머니의 치료를 포기하고, 자신을 버리고 우주로 떠난 어버지에 대한 반항심? 그렇게 지상으로 가출을 한다고 해도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그저 류치의 돌발 행동이 너무 철없어 보이기만 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왜 갑자기 지구가 목성과 충돌할 위기에 빠졌는가?'이다. 영화에서는 목성의 인력에 대한 계산 착오라고 하는데 지구 엔진을 만들어 '유랑지구' 프로젝트를 시행할 정도의 과학적 지식을 가진 인류가 겨우 목성의 인력을 잘 못 계산했다는 것은 뭔가 어색하다. 그렇다면 우주정거장의 슈퍼컴퓨터 모스의 의도된 실수가 아닐까? 실제로 모스는 동면을 취소하고 지구 구하기에 나선 류배강을 공격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다. 류배강이 보드카를 이용해서 모스를 불태우자 모스는 '인간에게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것은 애초에 불합리한 일이었군요.'라는 마지막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소멸된다.

[인터스텔라]가 그러했듯이 '유랑지구' 프로젝트도 1안과 2안이 있었다. 1안은 지구를 4.2광년 떨어진 새로운 태양계로 이주시키는 것이고, 2안은 지구를 포기하고 (당연히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도 포기하고) 새로운 태양계에 인류의 문명을 잇도록 하는 것이다. 아마도 모스는 2안이 더 합리적이라 생각했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일부러 지구가 목성과 충돌하도록 방치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결코 인류는 지구를 포기하지 않았을 테니까. 문제는 이 모든 것이 그냥 내 추측이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으니 이렇게 내 맘대로 추측을 하는 수밖에...

과한 신파가 살짝 흠

[유랑지구]에 대한 내 전체적인 평가는 '특수효과는 의외로 좋은데, 나머지 부분은 예상보다 약하다.'이다. 일단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캐릭터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 특히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류치의 반항이 어이없게만 받아들여지니 류치의 활약에 박수를 쳐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목성 충돌이라는 영화의 기둥이 되는 위기가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모스의 의도적인 계산 착오라고 한다면 [유랑지구]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전설적인 SF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인터스텔라]를 반쯤 섞은 듯한 아류작 밖에 안될 것이며, 의도된 계산 착오가 아니라면 이렇게 부실한 과학 기술로 2,500년 동안 어떻게 지구를 유랑시켜 새로운 태양계에 정착시키겠다는 것인지 막막하게만 느껴진다.

가장 큰 아쉬운 점은 후반이 될수록 영화 자체가 너무 신파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특히 영화 후반 류배강의 희생 장면에서는 아예 대놓고 관객에게 '제발 눈물을 흘려줘'라며 구걸을 하는 모양새이다. 신파도 어느 정도껏 해야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너무 대놓고 신파를 외쳐버리면 오히려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유랑지구]의 경우는 영화 후반부가 될수록 너무 신파스러운 전개 때문에 점점 유치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랑지구]가 제법 재미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특수효과가 생각보다 괜찮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구가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며 90%가 수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목성에 점점 근접해가는 장면은 꽤나 스펙터클했다.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목성의 위력에 압도되어 조마조마하더라. 그리고 [유랑지구]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영화를 본 후 아들의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영화 속 설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아내가 '이제 그만 떠들고 빨리 자!'라며 버럭 화를 낸 후에야 대화를 끝냈을 정도로... 참 오랜만에 아들과 웃고 떠들며 토론을 했던 즐거운 영화 관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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