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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 청춘 로맨스 영화의 경쾌함을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즐기다.
12  쭈니 2019.07.09 16:21:11
조회 51 댓글 0 신고

감독 : 존 왓츠

주연 : 톰 홀랜드, 제이크 질렌할, 젠다야 콜맨, 사무엘 L. 잭슨

2019년 마지막 MCU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19년 MCU의 마지막 영화이자, MCU 페이즈 3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이 개봉했다.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올여름 최강의 화제작답게 개봉과 동시에 우리나라 박스오피스를 빠르게 장악했지만 화요일 변칙 개봉이라는 악수를 둔 것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일이다. 정상적으로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개봉했더라도 흥행에 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변칙 개봉 논란 속에서 화요일에 일찌감치 개봉했으나 나는 아들의 기말고사가 끝나는 금요일까지 관람을 미뤄야만 했다.

지난 금요일 저녁, 기말고사를 끝내고 홀가분해진 아들과 함께 (시험 성적은 불문율에 부치고)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다. 남들보다 무려 3일이나 늦게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을 보러 가는 것이기에 스포 차단을 위해 나름 노력을 했지만, 영화가 끝난 후 쿠키영상이 몇 개인지 알아보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쿠키 영상에 대한 스포를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히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어벤져스 : 엔드게임]과는 달리 스포가 영화의 재미있는 관람을 망치지는 않았다.

따라서 내 글 또한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 대한 스포를 마구마구 싸질러 놓을 예정이다. 혹시라도 아직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을 아직 보지 못했으며, 절대로 그 어떤 자그마한 스포도 당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내 글 읽기를 멈춰주길 바란다.

'아이언맨'의 죽음 그 이후...

누가 뭐래도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MCU에서 가장 충격적인 영화였다. 물론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마지막 장면도 충격적이긴 했다. 타노스(조슈 브롤린)의 핑거 스냅 하나로 절반가량의 슈퍼 히어로가 먼지가 되어 사라졌으니 말이다. 그래도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는 희망이 있었다. 1년 뒤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모든 것이 되돌려질 것이라는 희망 말이다. 그러나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는 희망조차 없다. 타노스는 무찔렀지만 그 과정에서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희생되었고,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도 은퇴를 선언하며 팔콘(안소니 마키)에게 방패를 물려주며 퇴장을 선언했다.

특히 '아이언맨'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언맨'을 좋아했던 아들이 '아이언맨'이 죽는 장면에서 충격을 받은 표정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2008년 4월 30일 국내에 개봉한 [아이언맨]이 MCU의 첫 문을 연 영화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아이언맨'은 MCU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아이언맨'이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관객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것이다. 지금까지 MCU를 이끈 '아이언맨'이 사라진 상황에서 MCU 페이즈 4는 어떤 슈퍼 히어로가 이끌게 될까? 이 질문은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으로 이어진다.

토니 스타크에 의해 '어벤져스'가 되었고, 그를 아버지처럼 따랐던 피터 파커(톰 홀랜드)는 '아이언맨'이 없는 세상에서 혼란을 겪는다. 그의 선택은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고 평범한 고등학생이 되어 MJ(젠다야 콜맨)와 사귀는 것뿐이다. 하지만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와 마리아 힐(코비 스멀더스)은 피터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피터는 닉 퓨리의 전화를 안 받으면서까지 피하지만 운명은 그가 '아이언맨'의 후계자가 되게끔 이끈다.

다른 차원에서 온 미스테리오와 엘리멘탈

피터의 고난이 시작된 것은 타노스의 핑거 스냅으로 인하여 차원의 틈이 생겨 버리고, 다른 차원(지구 -833)에서 지구의 4원소(물, 불, 흙, 공기) 성분을 가진 빌런 엘리멘탈과 엘리멘탈을 막는 슈퍼 히어로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가 나타나면서부터이다. 닉 퓨리는 '스파이더맨'이 미스테리오와 함께 엘리멘탈을 막아주길 바라지만, 피터는 이 모든 것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는 '아이언맨'의 진정한 후계자는 자신이 아닌 미스테리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토니 스타크가 자신에게 남겨준 유산인 공격 위성 이디스의 권한을 넘겨주기까지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첫 번째 반전이 일어난다. 피터가 미스테리오에게 이디스의 권한을 넘겨줌과 동시에 미스테리오가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사실 다른 차원에서 건너왔다는 것은 모두 꾸며낸 이야기이고, 엘리멘탈 역시 미스테리오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특수효과로 만들어낸 홀로그램과 드론일 뿐이다.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 미스테리오가 등장한다는 소식에 많은 추측이 난무했다. 미스테리오는 '스파이더맨'의 숙적 중 한 명이지만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의 예고편에서는 마치 '스파이더맨'의 조력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코믹스와는 달리 MCU에서는 미스테리오가 빌런이 아닌 슈퍼 히어로일지도 모른다고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역시나 미스테리오는 그저 빌런일 뿐이다.

나는 미스테리오가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의 빌런으로 아주 적절한 등장이라 생각한다. 미스테리오는 다른 빌런들과는 달리 막강한 슈퍼 파워를 지니고 있지 않다. 그의 능력은 단지 눈속임뿐이다. 하지만 미스테리오의 눈속임은 '아이언맨'의 후계자로써 슈퍼 히어로의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고등학생의 삶을 살 것인가의 기로에 선 피터의 혼란과 맞아떨어진다. 어쩌면 피터가 꿈꾼 평범한 고등학생의 삶은 미스테리오가 만든 홀로그램 영상처럼 그럴듯할 뿐, 전혀 현실성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닉 퓨리와 미스테리오가 그랬듯 모두가 '스파이더맨'을 주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피터 파커는 성장한다.

너무나도 순진하게 미스테리오에게 속은 피터, 그의 실수는 친구들을 위험에 몰아넣는다. 아마도 피터는 그제서야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슈퍼 히어로의 삶이 싫다고 도망친다면 그에 대한 대가는 자신뿐만 아니라 그가 진정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2002년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에서 피터(토비 맥과이어)는 자신의 힘을 돈벌이에 이용하다가 아버지와도 같았던 삼촌 벤(클리프 로버트슨)의 죽음을 목격해야 했다. 그러면서 피터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된다. 그러한 벤의 죽음은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서 미스테리오의 공격으로 대체된 셈이다.

그리고 바로 이 시점에서 쐐기를 박는 사건이 발생한다. 첫 번째 쿠키 영상에서 데일리 뷰글의 편집자인 J. 조나 제임슨(J.K. 시몬스)가 등장하며 사실 미스테리오가 영웅이고, '스파이더맨'이 빌런이며, '스파이더맨'은 고등학생에 불과한 피터 파커라는 사실을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밝혀 버린다. 이는 마치 마블 코믹스 <시빌 워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아이언맨'의 권유로 초인등록법 찬성파에 가담하며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스파이더맨'의 최악의 실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로 인하여 메이 숙모가 암살자의 총탄에 맞아 쓰러지고, 피터는 이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원 모어 데이>에서 악마 메피스토와 거래를 해야 했다. 그렇다면 과연 영화에서는 어떻게 될까?

미스테리오를 무찌르고, MJ와의 사랑도 획득하고, 모든 것이 만사 오케이인 줄 알았던 상황에서 벌어진 뜻밖의 상황. 일단 MCU에서 J. 조나 제임슨을, 그것도 또다시 J.K. 시몬스의 연기로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고,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드러난 이 초유의 사태가 불러일으킬 엄청난 폭풍이 기대되었다. 이제 피터는 슈퍼 히어로로서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악마와 계약이라도 해야 할 정도로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게 될 것이다.

유쾌한 청춘 로맨스에 슈퍼 히어로를 섞으면...

아! 진정 나는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이 재미있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비장했던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뒤로하고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유쾌하고 경쾌한 청춘 로맨스물의 외피를 두르고 있다.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의 후계자라는 부담스러운 책임감을 떠안아야 하고, 환영을 이용한 미스테리오와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만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결코 무겁지 않게 피터의 고뇌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 그것은 피터가 아직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친구들과 함께 떠난 유럽 여행, 그곳에서 피터의 유일한 목표는 MJ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뿐이다. 닉 퓨리가 슈퍼 히어로의 임무를 다하라고 윽박지르고, 여행을 가는 곳마다 엘리멘탈이 나타나 도시를 공격하지만 피터는 이 모든 무거운 짐을 미스테리오에게 떠넘길 구상만 할 뿐이다. 이디스를 이용해서 MJ와의 관계를 위협하는 친구 브래드(레미 히)를 죽일뻔하는 장면, 피터의 절친인 네드(제이콥 배덜런)와 베티(앵거리 라이스)의 뜬금없는 닭살 애정 행각 등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코믹한 분위기로 영화를 이끈다. 이렇게 실컷 웃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미스테리오의 음모와 피터의 성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MCU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이것이다. MCU에는 수많은 슈퍼 히어로가 있고 그들의 단독 영화는 각각의 개성을 갖추고 있다. 정치 스릴러의 매력을 뽐낸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청춘 로맨스의 매력을 MCU에 심어 놓았다. 그 덕분에 MCU가 훨씬 젊고 활기차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이렇게 MCU 페이즈 3는 밝고 활기차게 마무리되었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11년간 나를 즐겁게 했던 그들. 기쁜 마음으로 MCU 페이즈 4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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