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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피카츄] - '포켓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
12  쭈니 2019.05.08 15:07:18
조회 91 댓글 0 신고

감독 : 롭 레터맨

주연 : 라이언 레이놀즈, 저스티스 스미스, 캐서린 뉴튼

귀여운 포켓몬이 실사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아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던 나는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결실은 '포켓몬'에서 이루어졌다. (두 번째 결실은 MCU이다.) 주말이면 아들과 함께 TV에서 방영하는 '포켓몬'을 봤고, 내 용돈을 쪼개서 아들에게 두툼한 '포켓몬 도감'도 사주었다. 아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포켓몬' 이야기를 창작해서 들려줬으며, 그 이야기를 모아 '포켓몬스터 웅'이라는 아들만을 위한 동화책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당연히 방 한구석에는 '포켓몬' 피규어가 한가득 진열되어 있다.

아들이 여덟 살이었던 2010년부터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개봉한 '극장판 포켓몬스터'를 아들과 함께 극장에서 보는 것이 연례 행사였다. 2010년에 개봉한 [극장판 포켓몬스터 DP : 환영의 패왕 조로아크], 2011년에는 [극장판 포켓몬스터 베스트위시 : 비크티니와 흑의 영웅 제크로무], [극장판 포켓몬스터 베스트위시 : 백의 영웅 레시라무]를 연달아 봤다. 사실 이 두 영화는 같은 내용에 주인공만 제크로무와 레시라무로 바꾼 것이었지만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관람했다가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2012년 [극장판 포켓몬스터 베스트위시 : 큐레무 VS 성검사 케르디오]를 마지막으로 '극장판 포켓몬스터'를 크리스마스 날 극장에서 보는 연례 행사는 끝이 났다. 하지만 2017년 '포켓몬 GO'라는 위치 기반 증강현실 게임이 출시되면서 아들과 나의 '포켓몬' 사랑은 다시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아들과 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포켓몬'이 이번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로 개봉했다. 당연히 아들과 나는 영화를 보기 위해 당장 극장으로 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말하는 피카츄, 그것도 무려 라이언 레이놀즈 목소리이다.

사실 [명탐정 피카츄]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애니메이션으로 익숙한 '포켓몬'을 실사로 구현한 화면에 이질감이 느껴졌고, 귀엽게 '피카 피카'만 하던 피카츄가 나옹처럼 말을 한다는 설정은 어처구니가 없기까지 했다. 그런데 피카츄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가 바로 라이언 레이놀즈이다. 귀여운 피카츄와 [데드풀], [킬러의 보디가드]와 같은 성인 액션 영화로 익숙한 라이언 레이놀즈의 목소리가 쉽게 매치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영화의 내용도 내 불안을 가중시켰다. [명탐정 피카츄]는 최고의 '포켓몬' 트레이너를 꿈꾸는 지우와 친구들이 '포켓몬'과 함께 여행을 하며 체육관 배틀을 한다는 애니메이션의 내용과는 달리 기억을 잃은 피카츄(라이언 레이놀즈)가 팀 굿맨(저스티스 스미스)과 만나 팀의 아버지인 해리의 실종 사건을 수사한다는 말 그대로 스릴러 영화의 외형을 띄고 있다. 여러모로 보나 [명탐정 피카츄]는 지금도 내 기억 속에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중 최악의 영화로 기억되고 있는 1993년작 [슈퍼 마리오]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내 불안은 기우에 불과했다. 실사로 구현한 '포켓몬'의 모습에 여전히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거부감을 들 정도까지는 아니었고, 피카츄가 말을 한다는 설정은 영화 마지막의 반전과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라이언 레이놀즈가 피카츄의 목소리를 연기한 부분은 오히려 신의 한 수였다. 귀여운 피카츄의 외모와 까칠한 라이언 레이놀즈의 목소리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려 내 웃음을 유도한다. [명탐정 피카츄]는 비록 짜임새가 있는 스릴러가 되지는 못했지만 '포켓몬'을 좋아하는 아들과 내가 즐기기에 충분한 오락 영화였다.

미완의 팀 굿맨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

분명 [명탐정 피카츄]는 충분히 즐길만한 오락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기에는 약간의 부족함이 있다. 그것은 바로 팀 굿맨이라는 주인공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축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명탐정 피카츄]에서 팀의 첫 등장은 친구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탕구리 사냥에 나선 모습이다. 언제나 외톨이인 그를 안쓰럽게 생각한 친구는 팀에게 '포켓몬' 파트너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 권유한 것이지만 팀은 오히려 탕구리에게 혼쭐이 나고 만다. 이후 그는 라임 시티에서 탐정으로 일하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소식을 듣게 된다.

영화 초반, 팀의 캐릭터의 특징은 '포켓몬'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과 아버지와의 소원한 관계이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왜 팀이 '포켓몬'을 거부하는지,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쩌다가 소원해졌는지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영화 중반 살짝 언급이 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포켓몬' 트레이너를 꿈꿨던 어린 시절의 팀은 체육관 배틀에서 '포켓몬'을 잃은 아픔을 겪었고, 그로 인하여 '포켓몬'과 파트너가 되는 것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팀의 첫 등장은 탕구리 사냥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아닌 팀이 '포켓몬'을 잃었던 기억의 악몽 정도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내 의견에 아들은 '포켓몬'을 좋아하는 관객 입장에서 처음부터 팀이 '포켓몬'을 잃는 장면으로 시작하면 영화의 분위기가 너무 암울해서 안된다며 반론을 펴기도 했다.)

팀과 아버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팀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가 일에만 몰두하자 아버지와 함께 사는 대신 외할머니와의 생활을 택한 것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아버지의 죽음에 무덤덤해하는 팀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게다가 팀은 아버지가 죽지 않고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갑자기 위험을 무릅쓰고 사건을 파고든다. 캐릭터의 일관성조차 없다. 물론 마지막 반전을 위해 해리의 모습을 노출시킬 수 없었던 사정은 이해가 되지만, 이래저래 팀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미완인 채로 영화에 무작정 뛰어든 꼴이 되고 말았다.

실사로 구현된 '포켓몬'을 보는 재미

미완으로 완성된 팀의 캐릭터가 [명탐정 포켓몬]의 가장 큰 아쉬움이다. 하지만 그것만 제외한다면 [명탐정 포켓몬]은 기대 이상의 재미를 내게 선사했다. 특히 애니메이션, 혹은 게임 화면으로만 봤던 '포켓몬'이 실사로 구축된 장면은 내게 큰 즐거움을 안겨줬다. 영화 초반 사나운 탕구리 장면에서부터 시작해서 라임 시티 요시다(와타나베 켄) 형사의 파트너 '포켓몬'인 블루의 까칠한 모습, R 세럼에 노출되어 사납게 변한 에이팜의 습격, 해리의 정보원인 마임맨의 우스꽝스러운 취조 장면과 지하의 불법 배틀에서 만난 리자몽의 무시무시한 모습, 그리고 인턴기자 루시(캐서린 뉴튼)의 파트너 '포켓몬'인 코믹한 고라파덕까지...

해리의 실종사건이 벌어진 라임 시티는 인간과 '포켓몬'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이상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거리 곳곳에서 익숙한 '포켓몬'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메인 '포켓몬'은 단연 뮤츠이다. 뮤츠는 전설의 '포켓몬' 뮤의 화석에서 DNA를 추출해서 불법적인 '포켓몬' 생체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포켓몬으로 영화 오프닝씬에서 해리의 실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사실 뮤츠는 첫 번째 '극장판 포켓몬스터'인 [극장판 포켓몬스터 : 뮤츠의 역습]에서 이미 영화에 다뤄진 바 있다. [극장판 포켓몬스터 : 뮤츠의 역습]은 뮤츠를 이용해 세계를 정복하려는 로켓단 두목인 비주기의 음모를 지우 일행을 막는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도 뮤츠는 자신을 만든 인간을 증오했다. [명탐정 피카츄]는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뮤츠의 탄생을 통해 '포켓몬'을 이용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과 주제가 일맥상통한다. 그럼으로써 애니메이션 팬들로 하여금 영화를 자연스럽게 즐기도록 유도한다.

좋은 콘텐츠의 위력

냉정하게 영화 자체만 놓고 평가하자면 솔직히 [명탐정 피카츄]에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앞서 언급했듯이 팀의 캐릭터 완성도가 부족했고, 팀이 아버지의 실종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 역시 스릴러 영화라고 하기엔 느슨하다. 영화의 마지막 반전도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애니메이션 '포켓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뮤츠의 정체성을 눈치챘을 것이며, 배우의 중량감만으로도 진짜 악역은 쉽게 노출되고 만다.

하지만 [명탐정 포켓몬]은 내게 냉정한 시선을 무장해제시켜 버린다. 영화를 가득 채운 실사화된 '포켓몬'의 모습만으로도 1시간 45분 동안 영화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나를 이끌었다. 특히 영화 중반 잉어킹이 갸라도스가 되는 장면에서는 묘한 쾌감마저 느낄 수가 있었다. ('포켓몬 GO'에서 잉어킹을 갸라도스로 진화시키기 위해 그토록 애를 썼는데, 영화에선 이렇게 쉽게 진화시키다니...) 이것이 [명탐정 피카츄]의 최대 무기이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목소리를 입힌 피카츄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걸쭉한 입담의 언밸런스한 매력은 이미 세스 맥팔레인 감독의 2012년 영화 [19곰 테드]에서 증명되지 않았던가. [명탐정 피카츄]를 보며 오랜 세월 사랑받는 콘텐츠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포켓몬'이라는 콘텐츠 하나로 느슨한 영화적 완성도를 커버하는 [명탐정 포켓몬]의 매력은 분명 엄청나다. 하지만 '포켓몬'에 별 애착이 없다면 [명탐정 피카츄] 역시 재미있게 즐길 수 없다는 것을 유의하기 바란다. 2편이 만들어진다면 '포켓몬'에 별 애착이 없는 관객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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