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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형제] - 누구나 태어났으면 끝까지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는 거다.
12  쭈니 2019.05.07 17:18:03
조회 121 댓글 0 신고

감독 : 육상효

주연 : 이광수, 신하균, 이솜

[어벤져스 : 엔드게임] 속에 홀로 우뚝 선 이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개봉한지 1주가 지나고 2주 차가 되었지만 여전히 극장가엔 [어벤져스 : 엔드게임] 뿐이다. 다른 영화가 보고 싶어도 상영 자체를 하지 않으니 볼 수가 없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정말 많이 기대했고, 눈물이 날 정도로 재미있게 관람했지만, 그래도 이럴 땐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심각함을 절실하게 느낄 수가 있다.

5월 5일, 아들은 세 번째로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보기 위해 친구들과 극장으로 향했다. 아들이 집을 비운 틈에 나는 아내와 [나의 특별한 형제]를 보기로 했다. 하지만 집 근처 멀티플렉스는 황금시간대에 여전히 [어벤져스 : 엔드게임]만 상영하고 있어서 시간대가 맞지 않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조금 먼 멀티플렉스를 선택해야만 했다. 사정이 그러했기에 나는 [나의 특별한 형제]의 상영관이 썰렁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의외로 [나의 특별한 형제]를 보러 온 관객들이 꽤 많더라. 순간 괜히 [나의 특별한 형제]가 기특하게 느껴졌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지체 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 장애인 박종렬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장애를 가진 두 사람이 서로의 부족한 것을 채워주며 친형제나 다름없이 생활한 것에 영감을 없어 세하(신하균)와 동구(이광수)라는 캐릭터가 탄생했다. 대개 이런 유의 영화가 그러하듯이 [나의 특별한 형제] 역시 웃음 한 스푼과 감동 한 스푼을 적절하게 혼합해 놓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한 영화라는 느낌보다는 새롭고 신선한 영화라는 느낌이 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육상효 감독에게 이런 능력이???

솔직히 [나의 특별한 형제]의 감독이 육상효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영화에 대한 내 기대감은 반감되었다. 육상효 감독에겐 미안하지만, 그가 연출한 영화들은 한결같이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감독 데뷔작인 [아이언 팜]에서부터 [달마야, 서울 가자], [방가? 방가!],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까지... 육상효 감독은 주로 코미디 영화를 연출했는데, 그가 연출한 코미디 영화를 보며 나는 거의 웃지 못했다. 그나마 코미디 속에 사회적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방가? 방가!]가 제일 나은 편이기는 하지만 그 영화만으로 육상효 감독의 영화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런데 육상효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그가 애초에 코미디 영화에 강점이 있는 감독은 아니더라. 김홍준 감독의 [장미빛 인생], 김유진 감독의 [금홍아 금홍아], 임권택 감독의 [축제]와 [화장] 등 진중한 분위기의 영화에서 각본과 각색을 맡으며 그는 이름을 알렸다. 비록 연출은 값싼 코미디 영화가 대부분이지만, 애초에 그는 사회적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진중한 영화에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그런 면에서 특별하다. 물론 이 영화 역시 코미디 영화로 분류된다. 하지만 육상효 감독의 이전 영화들처럼 억지 설정으로 관객을 웃기려 드는 코미디 영화는 결코 아니다. 그저 지적 장애를 가진 동구의 천진난만한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한다. 그렇기에 순수 코미디 영화라고 하기엔 약간의 무리가 있다. 그 대신 [나의 특별한 형제]는 드라마적 요소와 사회적 메시지에 방점을 찍는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유쾌하게 웃으면서도 자연스러운 감동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누구나 태어났으면 끝까지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는 거야.

[나의 특별한 형제]의 시작은 어린 세하(안지호)가 박신부(권해효)가 운영하는 '책임의 집'에 오면서부터이다. 박신부는 세하에게 '누구나 태어났으면 끝까지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책임의 집'에 대한 설명을 한다. 책임에 대한 박신부의 설명은 이 영화의 주제이다. 유일한 보호자였던 어머니는 죽었고, 친척들은 세하를 '책임의 집'에 버렸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없다. 영화 초반 세하가 자살을 선택한 이유이다.

사정은 동구(김현빈) 역시 마찬가지이다. 동구의 어머니(길해연)는 동구를 수영장에 버리고 도망을 쳤다. 생활고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어린 동구에게는 유일한 울타리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다섯 살의 지능을 가진 동구 역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어쩌면 보통의 사람들(비장애인)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박신부의 가르침대로 악착같이 살아남는다. 박신부의 죽음으로 '책임의 집'엔 지원금이 끊기고 폐쇄될 위기에 처하지만, 두 사람은 자립을 선택하며 서로의 힘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세하가 봉사활동 인증으로 돈을 버는 장면에서 그들을 욕할 수 없었던 것은 그것이 돈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닌,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이었기 때문이다.

약한 사람끼리 힘을 합치면 강해진다.

끝까지 살아가야 할 책임을 가지고 악착같이 살기 위해 바둥거리는 세하와 동구의 이야기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들의 자립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장애인 소재의 영화는 대부분 장애인과 장애인을 돕는 비장애인 가족이 주인공이다. 2016년 개봉작인 [형]이 대표적이다. 유도 국가대표 선수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휠체어 신세가 된 두영(도경수)과 두영을 핑계로 가석방된 사기 전과 10범의 형 두식(조정석)의 이야기를 담은 [형]은 두식이 두영을 도우며 점점 가족으로서의 사랑과 의무를 느끼게 된다는 내용이다.

2018년에 개봉한 [그것만이 내 세상]은 또 어떤가. 한때는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이었지만 지금은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가 서번트증후군이 있는 장애인 동생 진태(박정민)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형]과 마찬가지로 조하는 진태를 통해 가족으로서의 사랑과 의무를 느끼게 된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장애인이 비장애인 가족의 도움으로 살아야 하고, 비장애인 가족은 장애인 가족을 통해 사랑과 의무를 배운다는 점이다. 그런데 꼭 장애인은 비장애인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것일까?

[나의 특별한 형제]는 바로 그러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세하와 동구는 장애인이지만 서로 의지하며 얼마든지 잘 살아간다. 오히려 동구를 책임지겠다며 뒤늦게 나타난 동구의 어머니가 두 사람의 행복을 방해한다. 만약 [나의 특별한 형제]가 뻔한 영화였다면 동구는 뒤늦게 어머니를 만나 가족의 보살핌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세하와 동구의 진정한 행복은 누구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의 자립에 있다고 육상효 감독이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행복한 이유

영화 후반 동구의 어머니와 세하가 동구를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는 장면에서 사실 나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세하가 의심했던 것처럼 동구의 어머니가 나쁜 마음을 먹고 동구를 다시 데려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동구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구 어머니의 항변처럼 동구가 세하와 함께 한다면 평생 세하의 뒤치다꺼리만 하면서 살아야 하기에 동구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동구는 가족에게로 돌아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동구의 모습을 보며 내가 잘 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가족의 곁에서 동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는 것이 동구가 가족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그렇다면 동구는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 있어서 행복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동구는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세하의 몸이 되어주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힘들어 보일지 몰라도 그것이 동구에게 할 일이고, 할 일이 있기에 동구는 행복했던 것이다. 동구와 세하를 갈라 놓는 것은 동구에게 할 일을 빼앗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동구가 행복할 리가 없다.

[나의 특별한 형제]를 보며 나도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나는 장애인을 돕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는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더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맞는 말이다. 장애인이라 해서 언제까지 가족의 짐이 되어 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리고 세하와 미현(이솜)의 뜬금없는 커플 맺기가 없는 점도 마음에 들고, 지적 장애인 연기를 완벽하게 해낸 이광수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이래저래 [나의 특별한 형제]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광풍 속에서 홀로 찬란하게 빛나는 작지만 행복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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