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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 엔드게임] - 나는 정녕 그들을 3000만큼 사랑한다.
12  쭈니 2019.04.29 13:43:19
조회 189 댓글 0 신고

감독 : 안소니 루소, 조 루소

주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스칼렛 요한슨, 제레미 레너, 폴 러드, 카렌 길런, 조슈 브롤린

※ 이 글은 스포 덩어리인 만큼 영화를 아직 못 봤다면 가급적 읽지 않기를 추천함.

스포와의 전쟁이 이제 끝났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개봉한 4월 17일 수요일부터 나의 가족은 스포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이미 1년 전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스포 테러를 당한 경험이 있는 아들이 특히 스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스포 유출이 빈번한 인터넷 접속을 아예 끊어버렸고, 등하교를 위해 버스를 탔을 땐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고 음악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미리 본 반 친구들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스포를 100%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한다. 아들에게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쿠키영상이 없다고 한마디 했던 나는 아들에게 스포일러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만큼 아들은 예민했다.

나 역시 스포와의 힘겨운 전쟁을 벌여야 했다. 회사 업무 때문에 아들처럼 인터넷을 끊어버리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될 수 있으면 영화 관련 블로그, 게시판엔 얼씬도 하지 않았고, 영화와 상관이 없는 글을 읽더라도 댓글은 절대 읽지 않았다. 하지만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스포를 당했으니 그 주범은 바로 구글이다. 구글에서 타노스를 검색한 후 건틀렛을 클릭하면 검색한 내용의 절반이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물론 구글의 의도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 대한 패러디였을 테지만, 나는 혹시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타노스의 최후에 대한 스포가 아닌지 의심을 해야 했고,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보고 나서 내 의심이 맞았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껴야만 했다.

그 외에도 어이없는 스포 경험담이 이어졌다. 아들의 친구는 이어폰을 끼고 버스에 올라탔는데, 얼굴도 모르는 어떤 녀석이 아들 친구에게 '아이언맨' 포즈를 취하더니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고 한다. 아내의 회사 동료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갔다가 영화를 보고 나온 어느 관객의 대화를 통해 스포를 당해버렸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화제성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정말 기쁜 것은 토요일 아침에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봄으로써 이제 스포와의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스포에 대한 노이로제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마음으로 스포 가득한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어벤져스'의 반격은 5년을 기다려야만 했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타노스(조슈 브롤린)의 핑거 스냅으로 인류의 절반을 잃은 '어벤져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들의 망연자실은 어쩌면 당연하다. 최강의 슈퍼 히어로들인 그들 입장에서는 처음 겪어보는 처절한 패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의 호출로 지구에 도착한 '캡틴 마블'(브리 라슨) 덕분에 희망이 생겼다. '캡틴 마블'은 우주에 표류 중인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네뷸라(카렌 길런)를 구출하고, 네뷸라의 정보에 따라 타노스가 숨어 있는 행성을 찾아낸다. 이제 타노스에게 인피니티 스톤을 빼앗아 모든 것을 원상태로 되돌려 놓으면 된다. '어벤져스'에게 새로운 지원군 '캡틴 마블'이 있으니 블랙 오더를 모두 잃은 타노스와의 전투는 승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어벤져스'의 희망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미 타노스는 인피니티 스톤을 소멸시킨 이후였기 때문이다. 분노에 찬 '토르'가 타노스의 목을 베어버리지만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진즉에 그랬어야만 했다.) 아무것도 되돌리지 못한다. 그렇게 5년이라는 세월이 부질없이 흘러버린다.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는 타노스에 의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고 있고, 토니 스타크는 페퍼 포츠(기네스 팰트로)와 가정을 이루어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지구에 새로운 아스가르드를 건설한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는 배불뚝이 아저씨가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만이 쉴드에 남아 인류를 지키려 애쓴다. 하지만 그녀 역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영화의 분위기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양자 영역에 갇혀 있던 '앤트맨'( 폴 러드)이 우여곡절 끝에 돌아오면서부터이다. 양자 영역은 현실 세계와는 전혀 다르게 시간이 흐르고 있었고, 이를 이용한다면 시간 여행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타노스가 핑거 스냅을 했던 5년 전으로 가서 과거를 바꾸면 시간적 흐름이 흐트러질 수 있으니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발견하기 전의 과거로 가서 잠시 인피니티 스톤을 빌려 사라진 사람들을 되돌려 놓고, 다시 원래의 시간대로 인피니티 스톤을 갖다 놓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다.

MCU 11년을 결산하는 시간 여행

사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시간 여행은 2018년 7월 [앤드맨과 와스프]가 개봉되면서 예견된 것이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양자 영역이라는 낯선 소재를 관객에게 소개하며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은근히 내비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제 어디로 시간 여행을 갈 것인가?라는 점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로키가 치타우리 종족을 앞세워 뉴욕을 침공했던 2012년이다. 그런데 막상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공개되고 나니 시간 여행은 한 곳으로 국한되지 않고, 여러 곳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면서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MCU의 11년을 완벽하게 결산하는 뜻깊은 장면들로 이어졌다.

MCU 페이즈 1을 마무리 지었던 [어벤져스]는 마블의 슈퍼 히어로를 한데 모은 첫 번째 영화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영화이다. '헐크'(마크 러팔로),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앤트맨'은 이 현장을 다시 찾는다. 2012년 뉴욕에는 3개의 인피니티 스톤이 있는데, 하나는 타노스가 지구 침공을 위해 로키(톰 히들스턴)에게 하사한 치타우리 셉터, 즉 마인드 스톤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로키가 치타우리 종족을 지구로 불러들이는데 이용한 태서랙트, 즉 스페이스 스톤이고, 마지막 하나는 에이션트 원(틸다 스윈튼)이 가지고 있는 타임 스톤이다. 세 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는 과정에서 이미 죽음으로써 MCU를 퇴장한 로키와 에이션트 원을 다시 보는 반가움을 느낄 수 있고, '하일 하이드라'라고 외치면서까지 마인드 스톤을 확보하는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에서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로키가 혼란을 틈타 스페이스 스톤을 가지고 사라지자(명불허전 로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는 1970년 뉴저지의 쉴드 비밀 기지로 가서 창고에 있는 스페이스 스톤을 찾아낸다. 이 과정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페기 카터(헤일리 앳웰)와 안타까운 만남을 가지고, '아이언맨'은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존 슬래터리)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눈다. MCU를 대표하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소원이 시간 여행을 통해 이뤄진 셈이다.

드디어 외친 '어벤져스 어셈블'

'토르'와 로켓 라쿤(브레들리 쿠퍼)은 2013년 제인 포스터(나탈리 포트만)의 몸속에 스며든 에테르, 즉 리얼리티 스톤을 찾기 위해 아스가르드로 가는데, 이곳에서 이루어진 토르와 토르의 어머니인 프리가(르네 루소)의 대화 역시 감동적이다. 프라가와의 대화 덕분에 '토르'는 정신을 차리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났으니 역시 어머니의 힘은 대단하다. 워머신(돈 치들)과 네뷸라는 2014년 파워 스톤을 손에 넣기 직전인 스타로드(크리스 프랫)을 때려 눕혀 파워 스톤을 손에 넣는다. 단, 그 과정에서 타노스가 ' 어벤져스'의 계획을 눈치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하지만 소울 스톤에서 문제가 생긴다.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는 소울 스톤을 손에 넣기 위해 자신이 아끼던 딸 가모라(조 샐다나)를 희생시켰었다.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채 소울 스톤을 찾아 보르미르 행성에 간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와 블랙 위도우는 둘 중에 한 명이 희생되어야만 하는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결국 희생을 자처한 것은 블랙 위도우. 이 장면에서 나는 첫 번째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블랙 위도우의 희생으로 모든 인피니티 스톤을 모은 '어벤져스'와 네뷸라를 통해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2014년의 타노스는 결국 다시 한번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바로 이 장면에서 '헐크'의 핑거 스냅으로 되살아난 '어벤져스'가 한 곳에 모이는 장면은 전율이 느껴진다. 특히 '캡틴 아메리카'가 외친 '어벤져스 어셈블'은 블랙 위도우의 죽음에 이어 두 번째로 내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어쩌면 나는 '어벤져스 어셈블'을 직접 듣기 위해 11년간 변함없이 MCU에 열광했던 것은 아닐까? 진정으로 가슴이 뜨거워지며 묘한 환희가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의 죽음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결국 문제의 그 장면이 나온다. MCU의 시작을 알렸고, MCU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던 '아이언맨'의 죽음. 사실 나는 이미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예견을 하고 있었다.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타노스에게 '아이언맨'을 살리는 조건으로 타임 스톤을 넘기는 장면에서 '아이언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그것이 '아이언맨'을 죽음으로 내몰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많은 팬들이 예상을 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직접 내 눈으로 확인을 하니 그 충격이 상상이상이더라. 특히 '아이언맨'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아들은 큰 충격에 빠져 말을 잇지 못했을 정도이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블랙 위도우와 '아이언맨'이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블랙 위도우'는 솔로 영화로 다시금 MCU를 찾을 예정이다. 그러나 '아이언맨'은 이대로 영원히 MCU에서 퇴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이언맨'의 장례식 장면에서 제2대 '아이언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폭풍 성장한 할리(타이 심킨스)의 모습이 잠시 비쳤지만 과연 토니 스타크가 아닌 다른 '아이언맨'을 상상조차 할 수 있을는지 장담하기 어렵다.

'캡틴 아메리카'는 인피니티 스톤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 과정에서 현재로 돌아오지 않고 과거에서 그토록 원했던 페기 카터와의 평범한 삶을 살았고, 팔콘(안소니 마키)에게 '캡틴 아메리카'의 상징과도 같은 방패를 물려주며 퇴장을 알렸다. 이로써 11년이라는 MCU 인피니티 사가는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아직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이 남아 있긴 하지만) MCU 페이즈 1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아이언맨'과 블랙 위도우는 죽음을 맞이했고, '캡틴 아메리카'는 은퇴를 선언했으며, '헐크'는 핑거 스냅으로 큰 부상을 당했고, '토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함께 자신만의 삶을 찾아 머나먼 여행에 나섰다.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객에게 인사를 하며 퇴장했다.

어찌 그들을 3000만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보기 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한국 관객들에게 '3000만큼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를 남겼었다. 처음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줄 몰랐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의미를 알겠더라. 토니 스타크의 어린 딸의 입장에서 3000이라는 숫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큰 어마어마한 숫자일 것이다. 그렇기에 아빠에게 3000만큼 사랑한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 의미를 알기에 토니 스타크는 뿌듯해했다. 그런 딸을 남겨두고, 희생을 자처해야만 했던 토니 스타크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영화가 끝나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나 역시 그들을 3000만큼 사랑한다는 것이다. 물론 MCU는 철저하게 상업적 논리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그렇기에 MCU의 목적은 얼마나 많은 관객을 불러 모아 돈을 벌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결국 그들을 향한 나의 사랑은 그들의 돈벌이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랴. 그들 덕분에 나는 즐거웠고, 그것으로 그들은 내 사랑을 받을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11년 동안 개봉한 MCU의 모든 영화들이 한결같이 내게 주옥같았으니 그들은 내게 3000만큼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아직 끝이 아니다. 인피니티 사가를 마무리 짓는 MCU 페이즈 3의 마지막 영화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이 곧 개봉을 앞두고 있고, 2020년에는 새로운 영화들이 페이즈 4를 이루어 나갈 것이다. 이제 페이즈 1의 슈퍼 히어로들은 추억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어떤 새로운 슈퍼 히어로들이 또 나를 웃고 울릴까?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엔딩 크레딧에서 슈퍼 히어로들의 모습과 자필 사인을 보며 내 가슴이 여전히 뜨겁게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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