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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이름은 장미] - 올드한 감성으로 그려낸, 코미디로 위장한 신파
12  쭈니 2019.02.12 12:34:04
조회 114 댓글 0 신고



 

 

 

감독 : 조석현

주연 : 유호정, 박성웅, 오정세, 채수빈, 하연수

단언컨대 이 영화는 코미디가 아니다.

지난 1월 22일, 나는 회사에 연차 휴가를 내고 아들과 함께 집 근처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향했었다. 그날 내가 아들과 함께 보려고 계획했던 영화는 [왕이 될 아이]와 [그대 이름은 장미]. 하지만 오전에 [왕이 될 아이]만 보고, [그대 이름은 장미] 관람은 취소했다. 이유는 아들이 [그대 이름은 장미]를 그다지 보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긴 아들이 보기에는 [그대 이름은 장미]가 너무 올드해 보이긴 했다. 결국 아쉬움을 남기고 [그대 이름은 장미]의 관람은 나중으로 미뤄야만 했다.

내가 [그대 이름은 장미]를 보고 싶어 했던 이유는 단 한가지 웃음 때문이다. 당시 나는 기대했던 [내안의 그놈]에 실망하며 코미디 영화에 목말라 있었다. [내안의 그놈]에 이어 개봉한 코미디 영화는 [그대 이름은 장미]와 [극한직업]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극한직업]이 코미디 영화에 대한 갈증을 속 시원하게 해소시켜 줬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극한직업]보다 [그대 이름은 장미]를 먼저 봤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내안의 그놈]을 봤을 때보다 더 큰 실망감에 휩싸여 [극한직업]에 대한 기대감마저 접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단언컨대 [그대 이름은 장미]는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포스터에 '눈물나게 빵 터진다'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반전과거 추적코미디'라고 [그대 이름은 장미]를 소개했지만, 그 무엇 하나도 이 영화와 맞지 않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대 이름은 장미]가 코미디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70년대식 신파가 더 어울린다.

어쩌면 조석현 감독은 [그대 이름은 장미]를 보며 관객이 웃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이 영화에서 웃을 만한 부분은 1970년대 홍장미(하연수)가 음반 기획사에 들어가 최순철(최우식)을 만나는 부분뿐이다. 예고편에도 나왔듯이 순철은 의도적으로 과장된 복고풍 헤어스타일과 기괴한 창법을 구사하며 관객을 억지로 웃기려 한다. 하지만 장미가 과로로 쓰러졌을 때에는 순철이 선보인 몸 개그와 인공호흡을 고민하는 장면에서는 진정 웃어야 할지 난감했다. 급박한 순간에 느닷없는 코미디라니...

20년 후 성인이 된 순철을 코미디 연기의 달인 오정세가 맡은 것도 코미디를 기대할만한 부분이다. 게다가 성인이 된 장미(유호정)가 과거의 남자인 유명환(박성웅)을 우연히 만나며 벌어지는 소동극도 잘만 다듬는다면 코미디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그대 이름은 장미]는 무엇 하나 내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오정세의 연기는 '나 홀로 사랑'에 빠진 순철의 애절함만 묻어 있었고, 명환의 존재감은 굉장히 희박했다.

[그대 이름은 장미]는 애초에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의 장르를 굳이 따져 본다면 70년대식 신파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70년대 장미와 명환(이원근)의 사랑과 이별이 그러하다. 의도적으로 70년대 멜로 영화를 차용한 듯한 장미와 명환의 이야기는 마치 오래된 고전 영화를 보는 것만 같다. 90년대 장미가 딸 현아(채수빈)의 장래를 위해 떠나보내는 장면도 마찬가지이다. 이걸 코미디로 홍보한 [그대 이름은 장미]의 홍보 관계자는 제발 영화 본연의 재미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능력부터 키우길 바란다.

 

 

 

 

반전과거 추적코미디라더니?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그대 이름은 장미]의 반대말은 '반전과거 추적코미디'이다. 일단 이 영화엔 반전과거 자체가 없다. 그리고 과거를 추적하지도 않는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코미디도 아니다. 도대체 무엇 하나 맞는 것은 없다. 일단 영화의 초반 부분부터 살펴보자. 영화는 바닷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장미와 제자들과 함께 게스트하우스에 방문한 순철의 모습을 보여주고 곧바로 1978년 장미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그대 이름은 장미]가 편집의 묘미를 살려서 현재의 장미와 과거의 장미를 교차해서 보여주며 장미의 과거를 조금씩 관객 앞에 꺼내드는 방식을 예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1978년 장미의 과거는 그냥 막힘없이 30여 분 동안 진행된다. 그럼으로써 장미가 어쩌다가 명환과 헤어졌는지, 현아의 아버지는 누구인지 처음부터 그냥 전부 공개한다.

'반전과거 추적코미디'라면 관객들은 장미의 과거를 전혀 예상하지 못해야 하고, 예상과는 다른 과거에 깜짝 놀라며 영화를 즐겨야 한다. 그런데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장미의 과거는 너무 뻔하고, 그것도 그냥 초반에 전부 공개해버리며 아무런 궁금증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홍보를 반어법으로 했나 싶을 정도였다.

 

 

 

그 시절 어머니의 희생은 위대하지만...

내가 [그대 이름은 장미]에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영화와는 전혀 다른 홍보 때문이다. '반전과거 추적코미디'라는 영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홍보 때문에 나는 잘못된 기대를 하게 되었고, 그 잘못된 기대는 당연히 영화에 대한 실망으로 연결되었다. 차라리 정직하게 영화를 홍보했다면 이렇게까지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그대 이름은 장미]는 장점도 많은 영화이다. 일단 영화 속 장미의 인생 역경은 공감이 되었다. 국민의 치마 길이마저 통제를 하려고 했던 당시 군사독재 정권의 만행은 영화에서 '그땐 그랬지'라는 추억회상처럼 처리되었지만, 국민의 자유, 개성에 대한 억압이 당연시되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는 청춘을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장미가 겪는 IMF의 아픔은 기성세대의 좌절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이다. 최고의 경제 호황을 겪으며 이제 먹고 살만하다고 생각되던 바로 그때 불어닥친 IMF 한파는 아무런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았던 사람들은 좌절에 빠뜨렸다. [그대 이름은 장미]는 그러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지만, IMF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장미가 현아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해낸다.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솔직하자.

[그대 이름은 장미]가 코미디로 거짓 위장을 하지 말고, 그저 군사독재 시절과 IMF를 겪어야 했던 우리들의 어머니가 겪어야 했던 아픔과 희생을 너무 무겁지 않게 표현한 영화라고 솔직하게 관객에게 고백했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분명 코미디를 기대하고 영화를 본 나의 배신감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 영화가 솔직했다고 하더라도 워낙에 영화 자체의 감성이 올드하고, 그 표현이 투박해서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겠지만, 최소한 장미의 희생에 눈시울이 약간 촉촉해지며 감상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것으로 부족한가? 꼭 거짓 홍보로 관객 몇 만 명이라도 더 동원해야 속이 시원한가? 제발 그러지 말자. 그거 제 살 깎아 먹는 바보 같은 짓이다.

영화를 볼 땐 배신감 때문에 짜증이 많이 났지만 하루가 지나고 나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풀린다. 어찌 되었건 이 영화는 유호정, 박성웅, 오정세의 노련한 연기가 돋보였고, 하연수, 이원근, 최우식의 풋풋한 연기도 잘 조화를 이룬 영화이니까. 배신감은 잠시 접어 두고, 그들의 연기에 만족감을 느끼려고 지금 나는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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