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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 거창한 주제가 아닌 보편적인 사랑, 희생에 대한 영화가 아닐까?
12  쭈니 2019.02.10 15:54:22
조회 69 댓글 0 신고

감독 : 알폰소 쿠아론

주연 : 얄리차 아파리시오

제91회 아카데미 작품상이 유력하다?

현지 시간으로 오는 2월 24일 개최되는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여덟 편의 작품상 후보작이 발표되었다. 그중에서 [블랙 팬서], [보헤미안 랩소디], [그린 북], [스타 이즈 본]은 국내에도 개봉하여 나 역시도 이미 관람했고, [블랙클랜스맨],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바이스] 현재 국내 미개봉이지만, 조만간 개봉 일자가 잡힐 것으로 기대가 된다.

문제는 [로마]이다. [로마]는 극장 개봉이 아닌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제맛이라 생각하는 나와 같은 보수적인 관객 입장에서는 관람하기 참 난감한 영화이다. [옥자] 개봉 당시 나는 넷플릭스에 가입하기는 했지만 [옥자]를 극장에서 관람하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넷플릭스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로마]는 외국어 영화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년도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이 제90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을 거머쥐었음을 감안한다면 [로마]의 아카데미 수상도 기대해볼 만하다. 이쯤 되니 나 역시 [로마]를 보지 않을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솔직히 내 취향의 영화는 아니었다.

[로마]를 봤다. 러닝타임이 무려 2시간 15분인 이 흑백 영화를 보는 동안 솔직히 나는 너무나도 지루했다. 그래, 나도 안다. [로마]는 대부분의 영화 전문가들에 의해 극찬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고, 수많은 영화 애호가들을 아름답고 위대한 영화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우게끔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 혼자 '지루하다'라고 평가한다면 영화 볼 줄 모르는 무식한 놈으로 취급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이 영화에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했는걸...

[로마]는 1970년 멕시코시티 내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는 중산층 가정의 입주 가정부로 의사인 안토니오와 생화학자인 소피아 부부, 그들의 3남 1녀 자녀들과 아이들의 외할머니 테레사, 그리고 그들의 반려견인 보라스까지 돌봐야 한다. 카메라는 그 흔한 배경음악 없이 클레오의 일상을 묵묵히 따라가기만 한다.

사실 클레오의 인생이 드라마틱 할 정도로 굴곡졌다고 하기는 힘들다. 물론 그녀의 인생은 평범하지 않다. 가식으로 가득 찬 안토니오와 그에게 버림받은 소피아의 아픔을 지켜봐야 했고, 그녀 자신도 동료의 소개로 만난 페르민과 사랑에 빠져 임신을 했지만 버림받아야 했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은 1971년 6월 10일에 발생한 코퍼스크리스티(성체 축일) 대학살의 현장에 있었다는 점인데, 영화에서는 그 역사적 사건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오히려 그로 인하여 죽은 아기를 낳은 클레오의 개인적 비극에 초점을 맞춘다.

클레오라는 개인에게 철저하게 맞춰진 영화의 초점

[로마]는 널리 알려졌다시피 멕시코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이 영화의 마지막엔 'Para Libo(리보를 위하여)'라는 자막으로 영화를 끝맺음하는데 리보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어린시절 유모 이름이라고 한다. 아마도 [로마]의 진정성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그러한 감독의 경험담을 토대로 했기 때문이 아닐까?

1996년 개봉한 배창호 감독의 [러브 스토리]가 생각났다. [러브 스토리]는 배창호 감독과 그의 부인인 김유미의 실제 사랑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것으로 배창호, 김유미가 직접 주연까지 맡았다. 당시 나는 [러브 스토리]를 굉장히 지루하게 보고나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감독이란 직업은 참 좋구나. 자신의 개인적 사랑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서 관객에게 특별한척하며 선보일 수 있으니... [로마]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알폰소 쿠아론의 개인적 기억이 없었다면 클레오의 인생 드라마는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분명 클레오의 인생 속에는 1970년대 멕시코의 정치적 격랑의 현장이 담겨 있고, 중산층 가정이 겪는 가정 내 불화와 백인 고용주 가족과 인디오 피고용인으로 나뉜 지배 구조도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주제는 영화적 재미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채 전혀 과장되지 않은 절제된 상황으로만 이루어져 내겐 밋밋하게만 느껴졌다.

거창한 주제가 아닌 보편적인 사랑과 희생의 이야기가 아닐까?

멕시코의 정치적 격랑의 현장을 본격적으로 그리고 싶다면 코퍼스크리스티 대학살 장면에 대한 비중을 높였어야 했다. 평생 무술을 연마하겠다며 비장하게 말한 페르민이 총을 든 우익 무장단체가 되어 코퍼스크리스티 대학살 현장에서 클레오와 마주치는 장면은 영화의 가장 극적인 장면이었으나 그뿐이다. 영화에서 어린아이들이 물 풍선을 장난으로 군용차에 던졌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와 클레오의 부모가 정부에게 땅을 빼앗겼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당시 멕시코의 정치적 상황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지만 이러한 장면이 시각화되지 않아 내 입장으로서는 마음 와 와닿지 않았다.

백인 고용주와 인디오 피고용인의 지배 구조도 비슷한데, 임신을 한 클레오를 소피아가 따스하게 안아주고, 테레사는 클레오와 함께 아기 침대를 사주러 시내에 나갔다가 코퍼스크리스티 대학살의 현장을 목격하는 등 오히려 백인 고용주인 소피아 가족은 오갈 데 없는 클레오를 가족처럼 안아줘서 지배 구조의 불합리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의 마지막 수영을 하지 못하는 클레오가 파도에 휩쓸린 파코와 소피를 구해주는 장면에서 결국 영화는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로마]의 주제는 멕시코의 정치적 격랑, 지배 구조의 불합리성 등 거창한 것이 아닌 아주 보편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러브 스토리]에서 배창호 감독이 관객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로마]에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그저 유모가 자신에게 해준 사랑과 희생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분명 내겐 지루했지만, 그래도 알폰소 쿠아론의 진심만큼은 느껴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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