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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무비 2] - 애들 영화라고 무시하지 마라.
12  쭈니 2019.02.08 17:10:19
조회 58 댓글 0 신고

감독 : 마이크 미첼

더빙 : 크리스 프랫, 엘리자베스 뱅크스

나에게 깊은 깨달음을 안겨줬던 1편의 추억

5년 전쯤, 아들은 레고에 푹 빠졌었다. 처음엔 '레고 반지의 제왕 : 간달프 출동'으로 시작했던 아들의 레고 사랑은 '레고 반지의 제왕 : 모리아 광산'을 거쳐 '레고 어벤져스 : 퀸젯 공중전투'로 이어졌다. 문제는 작은 플라스틱 장난감에 불과한 레고가 무지 비싸다는 점이다. '간달프 출동'이 당시 3만 원대, '모리아 광산'은 15만 원대였으며, '퀸젯 공중전투'는 해외 구매대행까지 해서 10만 원대가 훌쩍 넘어갔다. 그야말로 서민 부모인 나와 아내는 레고 때문에 허리가 휘어질 정도였다.

토이저러스에서 새로 출시된 레고 시리즈를 두 눈이 반짝거리며 구경하는 아들에게 레고를 맘껏 사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값싼 영화는 실컷 보여줄 수 있었기에 당시 개봉한 [레고 무비]는 내게 굉장히 고마운 영화였다. 물론 [레고 무비]를 보고 나서 아들이 갖고 싶은 레고 시리즈가 늘어나는 후유증을 겪어야만 했지만...

솔직히 아들이 레고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나는 [레고 무비]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레고 무비]는 나와 아들이 보기에는 너무 유아적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아들은 물론 나도 [레고 무비]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특히 모든 것이 정해진 룰에 따라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진 로드 비지니스(윌 페렐)가 나처럼 느껴져 반성을 많이 했다. 나 역시 내가 정성껏 모은 피규어를 아들이 손대지 못하게 하느라 많이 야단을 쳤었다. [레고 무비]를 보며 '내가 바로 아들의 창의력을 방해하는 악당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뜨끔했었다.

5년 만에 돌아온 [레고 무비 2]의 매력

이렇듯 [레고 무비]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부모 관객에게도 깨달음을 안겨주는 영화였기에 나는 [레고 무비]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레고 무비] 이후 개봉한 [레고 배트맨 무비], [레고 닌자고 무비]에게는 안타깝게도 [레고 무비]만큼의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당연히 [레고 무비 2]에 대한 기다림만 간절해져갔다. 그리고 설 연휴 마지막 날 드디어 [레고 무비 2]가 개봉했다. 이 영화의 관람을 주말까지 기다렸다가는 자막 버전이 상영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들과 나는 재빨리 극장으로 향했다.

[레고 무비 2]는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공사장 인부 에밋(크리스 프랫)이 우연히 저항의 피스를 찾아 로드 비지니스를 무찌르고 레고 세계에 자유를 안겨주는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로드 비지니스는 패배를 인정하고 레고 세계의 자유를 허용하지만 한가지 단서를 붙인다. 바로 어린 여동생과 함께 놀아야 한다는 것. 그때부터 레고 세계에서는 새로운 위협이 몰라온다.

어린 여동생의 유아용 레고인 듀플로의 침략으로 레고 세계는 엉망진창으로 망가지고, 레고 세계의 영웅들이 듀플로를 무찌르기 위해 출동하지만 행방불명된다. 결국 레고 세계는 듀플로 외계인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거칠게 변해만 간다. 에밋만 빼고... 마치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를 연상하게 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가 되어 버린 레고 세계. 그 와중에 에밋만은 와일드 스타일(엘리자베스 뱅크스)과 함께 지낼 단란한 집을 만들며 행복을 꿈꾼다. 하지만 에밋의 단꿈도 잠시, 시스타 행성의 어마무시 장군이 지멋대로 여왕의 결혼식에 초대한다며 와일드 스타일을 비롯한 레고 세계의 지도자 다섯 명을 납치해간 것이다. 이제 에밋은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홀로 우주로의 여행을 떠나야만 한다.

또 다른 로드 비지니스가 되어가는 에밋

참 묘한 아이러니이다. 애초에 레고는 아빠(윌 페렐)의 수집품이었다. 그는 지하 창고에 거대한 레고 시티를 건설해 놓았고, 아들이 레고 시티를 부숴서 다른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였다. 결국 그런 아빠는 로드 비지니스라는 악당으로 표현되고, 로드 비지니스의 꽉 막힌 생각은 평범한 레고에 불과한 에밋에 의해 산산이 부서진다. 이제 레고는 아빠의 생각을 바꾼 아들의 것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여동생이 나타난다. 너무 어린 여동생은 레고 세계의 모든 것을 망가뜨린다. 자신이 건설한 레고 세계를 지키기 위해 아들은 예전의 아빠가 그랬듯이 여동생의 행동을 막아선다. 결국 아들은 또 다른 로드 비지니스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에밋이 우주여행 중 만난 터프가이 렉스(크리스 프랫)는 와일드 스타일이 에밋에게 바랬던 모습이다. 듀플로 외계인의 침략으로 황폐화된 레고 세계에서도 예전처럼 천진난만한 모습만을 고수하던 에밋. 그런 에밋에게 와일드 스타일은 제발 철 좀 들으라고 잔소리를 해댔다. 하지만 결국 에밋이 와일드 스타일의 바람대로 거칠게 변해 지멋대로 여왕과 배트맨(윌 아넷)의 결혼식을 막아내자 그들이 그토록 무서워했던 마마겟돈이 시작된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간단한 일이다. 아빠는 아들의 입장을 생각했고, 결국 자신의 고정관념을 깨고 레고를 아들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아들은 여동생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여동생과 반목했고, 결국 마마겟돈으로 모든 레고 세계를 어둠 속으로 몰아넣었다. 마마겟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들과 여동생이 서로 화합을 해야만 한다.

솔직히 1편과 같은 신선한 충격은 없었다.

결국 [레고 무비]가 아빠의 깨달음이라면 [레고 무비 2]는 아들의 깨달음이다. 그렇기에 나는 1편의 마지막 교훈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지만, 2편의 교훈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나와 함께 [레고 무비 2]를 본 아들 역시 어린 여동생이 없기에 영화에 대한 감흥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레고 무비] 마지막 장면에서 머리가 띵해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지만, [레고 무비 2]에서는 그저 '재미있네.'라는 감정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뭐 신선한 충격이 없다 한들 또 어떠랴. [레고 무비 2]는 1편과는 또 다른 재미를 가지고 있다. 우선 시간 여행이라는 조금은 복잡한 소재를 차용한 것은 신의 한 수이다. 단순히 에밋이 친구를 구하기 위한 우주여행기였다면 스토리 전개 자체가 밋밋했을 텐데, 터프가이 렉스를 등장시켜 스토리 전개 자체를 약간 복잡하게 꼬아 놓음으로써 오히려 영화적 재미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아들은 [레고 무비 2]를 보고 나서 [빽 투 더 퓨쳐]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레고 무비 2]의 시간 여행 장면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뿌듯해했다. (아들에게 [빽 투 더 퓨쳐]를 보여준 나 역시도 뿌듯했다.)

영화 속의 뮤지컬 장면도 좋았는데, 특히 지멋대로 여왕이 '난 악당이 아니야.'라고 호소하며 부른 노래는 정말 기발했다. 당연히 1편의 로드 비지니스를 잇는 빌런이라 생각했던 지멋대로 여왕의 진심이 느껴졌는데, 이는 영화의 마지막 반전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유쾌했다. 확실히 [레고 무비 2]는 1편에 비해 눈높이가 조금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적 재미만 놓고 본다면 결코 1편 못지않다.

애들 영화를 즐기는 성인 관객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이제 아들도 레고를 갖고 놀 나이는 지났다. 손재주가 없는 나 역시도 레고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레고에 푹 빠진 아들 때문에 [레고 무비]를 봐야 했던 5년 전과는 상황이 바뀐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고 무비 2]는 내게 여전히 재미있었다. 영화 속의 개그 코드도 나와 맞았고, 각종 영화 패러디 또한 유쾌했다. 반전을 곁들인 후반부 또한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는데 톡톡히 한몫을 해냈다. 분명 [레고 무비 2]는 성인 관객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레고 무비 2]의 자막 버전을 상영하는 극장을 찾는 것이 힘들다. 내가 개봉 당일 서둘러 [레고 무비 2]를 보러 극장에 간 이유도 그날이 아니면 자막 버전 상영이 없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연하다. [레고 무비 2]는 성인 관객보다 어린이 관객이 더 많이 볼 것이고, 어린이 관객이라면 자막보다는 더빙을 더 선호할 테니까... 돈을 벌어야 하는 멀티플렉스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크리스 프랫, 엘라자베스 뱅크스, 윌 아넷의 목소리가 빠진 [레고 무비 2]를 무슨 재미로 본단 말인가? 개봉 당일임에도 불구하고 집 근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는 자막 버전 상영이 아예 없었거나 아침 일찍, 밤늦게 관객이 거의 없을 때에만 상영을 하더라. 나처럼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성인 관객을 조금만 더 배려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순간이다. [레고 무비 3]가 개봉할 때쯤이면 이런 내 아쉬움도 해결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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