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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12  쭈니 2019.02.07 00:04:53
조회 52 댓글 0 신고

감독 : 이한

주연 : 정우성, 김향기, 이규형

정우성과 나는 동기동창이다.

내가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드립 중의 하나가 '정우성과 나는 경기상고 동기동창이다.'라는 헛소리이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우성이 나와 동갑이고, 나와 함께 경기상고에 입학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우성은 경기상고 중퇴가 최종 학력이다. 당연하지만 나는 학창시절 정우성을 본 적도 없고, 정우성 또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드립을 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정우성은 학창시절은 어땠어?'라고 내게 묻는다. 그러면 나는 태연스럽게 '그건 나도 모르지.'라며 그제서야 진실을 말해준다. 그러면서 분위기를 유쾌하게 푸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정우성은 내게 특별한 배우이다. 앞서 밝혔듯이 결국 나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배우이지만, 사람들에게 자꾸 동창 드립을 치다 보니 정우성이 나오는 영화는 꼭 봐야 할 것 같고, 정우성이 나오는 영화를 자꾸 보다 보니 정우성에 대해서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냥 정우성의 팬이 되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설 연휴 둘째 날, 내가 뜬금없이 [증인]의 유료 시사회에 가야 한다고 선언한 것도 그래서이다. [증인]의 국내 개봉일은 2월 13일. 하지만 설 연휴 대목에 맞춘 유료 시사회와 이한 감독, 그리고 주연배우인 정우성과 김향기, 이규형이 무대 인사를 한다는 소식에 나는 아내에게 '설 연휴를 맞이하여 내 동창을 만나야 한다.'라며 집을 나섰다. 그리하여 [증인]은 설 연휴 기간 동안 극장에서 본 세 번째 영화가 되었다.

초심을 잃은 변호사의 이야기.

[증인]의 주인공은 민변 출신의 변호사 양순호(정우성)이다. 한때 그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약자의 편에 서서 싸웠지만,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혀 타협하고 말았다. 사실 나는 순호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파킨슨병에 걸린 아버지(박근형)를 부양해야 하고, 아버지의 보증 빚도 대신 갚아야 한다. 그러한 현실 앞에 신념은 사치에 불과하다. 결국 그는 대형 로펌에 들어가 돈을 위해 범죄자들을 변호하는 처지가 된다. 하지만 대형 로펌에 들어갔다고 해서 모두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파트너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

그런 순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로펌 대표(정원중)가 맡은 무료 변호를 도와주게 된 것이다. 노인의 간병인으로 일하던 미란(염혜란)의 무죄를 증명해야 하는 사건인데, 그녀는 자신이 간병하던 노인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지만, 자신은 노인의 자살을 막으려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웃집 자폐아 소녀 임지우(김향기)가 사건 현장을 목격했고, 그녀의 증언이 미란의 살인죄에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 건만 잘 해결하면 순호는 파트너 변호사로의 승진까지 기대할 수 있다. 당연히 순호는 이 사건에 의욕적으로 매달린다.

사건을 맡은 순호는 먼저 지우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지우는 좀처럼 순호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순호는 지우를 법정에 세우기 위해 그녀와 친해져야 하고, 그동안 관심 없었던 자폐아와의 소통법을 배워나간다. 그리고 드디어 지우를 법정에 세우는데 성공하고, 지우가 자폐아임을 내세워 미란의 무죄를 증명해낸다. 이제 순호의 앞날은 탄탄대로가 될 것이다. 그런데 기분이 영 안 좋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지우의 질문이 자꾸만 귀에 아른거린다.

좋은 사람이 될까? 좋은 변호사가 될까?

결국 [증인]은 초심을 잃은 순호가 지우를 만나 초심을 되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사실 순호가 잘못한 것은 없다. 그의 직업은 변호사이고, 의뢰인을 변호하는 것이 그의 일이기 때문이다. 의뢰인이 아무리 범죄자라고 할지라도 변호를 맡은 이상 의뢰인이 법의 보호를 받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순호에게 있어서 지우는 의뢰인인 미란에게 불리한 '증인'일뿐이다. 미란을 위해서라면 지우의 증언을 뒤집어야 하고, 지우의 증언을 뒤집기 위해서는 지우가 자폐아라는 사실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미란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순호에게 지우는 묻는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사실 순호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변호사의 길을 선택했었다.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끔 도와주기 위해 그는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기에 순호는 지우의 질문에 지금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좋은 변호사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일까?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좋은 변호사가 되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참 묘한 아이러니하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변호사가 될 수 없다. 반대로 좋은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좋은 사람은 이상이고, 좋은 변호사는 현실이다. 이 두 가지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순호는 선택을 해야 한다. 좋은 사람이 될 것인지, 좋은 변호사가 될 것인지.

변호사가 될 수 없기에 '증인'이 되기로 결심한 소녀

처음 순호의 눈에 비친 지우는 참 곤란한 '증인'이다. 그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고, 미란이 살인범이라는 유일한 증거이다. 하지만 자폐아인 그녀는 남과 다르기 때문에 접근하기 힘들다. 그녀를 법정에 세울 수만 있다면 자폐아라는 그녀의 특성을 이용해서 검찰이 내세운 유일한 증거를 무너뜨릴 수 있지만, 그녀가 법정에 서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녀를 법정에 세울 방법이 없다. 순호가 어떻게든 지우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순호는 지우와 친해지면서 그녀를 이해하게 되고,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된다.

여기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지우의 장래희망이 변호사라는 것이다. 지우는 남을 돕고 싶어서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도 알고 있다. 자신은 결코 변호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그녀는 '증인'이 되려 한다. 변호사는 될 수 없지만, '증인'은 될 수 있다는 그녀. 지우는 남들의 편견 가득한 시선 속에서도 법정에 서서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증인'이 된다.

그리고 그녀의 진심은 결국 통한다. 남들과는 다르고, 그렇기에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지우이지만,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그녀의 의지는 순호의 마음을 움직였고, 거짓이 아닌 진실을 세상 밖으로 내놓았다. 지우의 결연한 의지, 순호의 희생,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증인]은 나에게 가슴 찡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뻔한 감동을 넘어선 가슴 벅찬 감동

사실 [증인]의 영화 정보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이 영화가 뻔한 감동을 지니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라. 변호사와 자폐아 소녀의 만남. 영화가 무엇으로 관객의 감동을 쥐어짤지 눈에 훤히 보이지 않는가? 그러한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은 아니다. 영화는 내가 예상했던 수순으로 전개되었으니까.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감동의 농도는 진했다. 결코 뻔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슴 벅찼다.

이건 이한 감독의 연출력의 힘이 크다. 이한 감독의 데뷔작인 [연애소설]은 나에게 각별한 인연이 있는 영화이다. 나는 [연애소설]을 극장에서 두 번 보았는데, 첫 번째는 이은주가 좋아 혼자 봤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연애소설]을 함께 보겠다고...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운명처럼 아내를 만났고, 내 결심 그대로 아내와 [연애소설]을 함께 보며 사랑을 키웠다. 그 후 이한 감독은 [청춘만화], [내 사랑],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오빠생각]을 연출했다. 하지만 내가 장담하건대 [증인]은 이한 감독의 영화 중에서 [연애소설]에 이어 두 번째 걸작이라 할만하다.

정우성과 김향기의 연기도 엄청났다. 특히 김향기의 자폐아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김향기의 연기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지만 [증인]을 보니 한국 영화계를 이끌 대형 여배우의 기질이 엿보이더라. 관객의 감동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그녀의 연기는 자칫 뻔한 감동의 영화가 될지도 몰랐을 [증인]을 가슴 벅찬 감동의 영화로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증인]이 정식으로 개봉하려면 며칠 기다려야 한다. 나는 진심으로 [증인]이 [극한직업]의 흥행을 이어받아 관객의 마음에 가슴 따뜻한 봄기운을 전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나의 바람은 결코 내가 정우성의 동창이라서가 아님을 밝히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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