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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코드] - 서양이 쓴 세계사를 그대로 믿어야 하는가?
12  쭈니 2019.02.06 10:31:45
조회 99 댓글 0 신고

감독 : 우광훈, 데이빗 레드먼

주연 : 데이빗 레드먼, 명사랑 아네스

나와는 다른 아들의 영화 취향

만약 나에게 영화 선택권이 쥐어졌다면 나는 결코 [직지코드]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정말 다큐멘터리 영화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다큐멘터리 영화인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기는 해지만 감동적이었다는 다른 관객들의 반응과는 달리 나는 그냥 지루하기만 했다.

하지만 아들은 아닌가 보다. 설 연휴 첫날밤, 그냥 잠자리에 드는 것이 아쉬워 아들에게 영화 한 편을 보자고 했더니 대뜸 [직지코드]를 선택한다. 사실 [직지코드]는 오래전부터 아들이 보고 싶다고 했던 영화이긴 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영화인 탓에 내가 차일피일 관람을 미루었는데, 결국 아들은 [직지코드]를 잊지 않고 이렇게 설 연휴 첫날밤을 함께 할 영화로 지목한 것이다.

[직지코드]는 사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흥미로운 소재를 지닌 영화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금속활자를 발명한 것이 독일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라 배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했던 시기보다 훨씬 이전에 금속활자를 써왔다. [직지코드]는 바로 이러한 진실에 대해서 추적하는 영화이다.

왜 그들은 '직지'를 숨기는가?

문헌에 따르면 그려 인종 때인 1230년경에 간행된 <상정예문>이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이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했다는 1455년보다 200여 년이나 앞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정예문>의 실물은 전해지지 않았다. 그다음으로는 1377년에 간행된 <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줄여서 '직지'라고 부르는데, '직지'는 <상정예문>과는 달리 실물이 있지만 우리나라가 아닌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캐나다인인 데이빗 레드먼은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고 조사에 착수한다. 그는 한국의 영화사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고, 정지영 감독이 제작 총지휘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직지'의 열람을 거부당하고,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에 이르는 촬영본을 도둑맞는 등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바로 이 시점에서 데이빗 레이먼은 의문을 제기한다. 왜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직지'의 열람을 거부한 것일까? 왜 '직지'가 현존하는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임이 확실한데 서양은 아직도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일까? 혹시 유럽의 금속활자 발명은 고려 금속활자 기술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은 것은 아닐까?

사라진 필름이 아쉽다.

분명 [직지코드]는 흥미로운 소재를 지닌 다큐멘터리 영화이지만, 영화 자체는 가설과 인터뷰로만 채워져 있을 뿐, 그 무엇도 증명해내지는 못한다. 특히 데이빗 레이먼이 유럽 촬영분을 한국의 제작자인 김민웅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너무 자주 나온다. 영화를 본 후 그에 대한 아쉬움을 아들이 토로했다. 나는 아마도 데이빗 레이먼이 유럽에서 촬영분을 도둑맞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 설명했다. 그래서 더욱 도둑맞았다는 그 필름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가 더 궁금했다.

결국 [직지코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지만,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서양인들에 의해 은폐된 '직지'의 비밀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로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영화 자체는 '직지'라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팀을 따라나서며 다큐멘터리 과정을 찍는 또 다른 다큐멘터리라는 인상을 안겨준다. 혹시 본편 다큐멘터리가 따로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찾아보니 그건 아닌가 보다.

그래도 [직지코드]를 통해 알게 된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1333년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 왕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편지에는 '고려왕이 우리가 보낸 그리스도인들을 환대해줘서 기쁘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한국에 온 최초의 유럽인을 1594년 세스페데스 신부로 기록하고 있는 천주교 역사를 뒤집는 놀라운 발견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구텐베르크가 고려의 금속활자 기술에 영향을 받아 금속활자를 발명했다는 가설이 사실로 확인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양이 쓴 세계사를 그대로 믿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서 출발했다는 [직지코드]의 제작 의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이기에 영화 관람 자체는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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