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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락] - 혐오의 시대를 반영하는 공포 영화
12  쭈니 2019.01.11 14:07:20
조회 48 댓글 0 신고

감독 : 이권

주연 : 공효진, 김예원, 김성오, 조복래

예고편이 정말 무서웠다.

지난 10월 31일, 나는 아내와 함께 극장 데이트를 했다. 그날 내가 고른 영화는 조선시대 좀비를 다룬 공포 영화 [창궐]이었다. 하지만 정작 [창궐]보다 나와 아내를 더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영화 시작 전 상영된 [도어락]의 예고편이었다. 침대 밑에서 누군가의 손이 튀어나와 공효진의 발목을 낚아채는 장면에서 아내는 얼마나 놀랬는지 비명을 지르며 들고 있는 과자를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날 이후 나는 농담처럼 아내에게 [도어락] 보러 가자고 졸랐고, 그럴 때마다 아내는 기겁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내가 [도어락]의 예고편만으로도 겁에 질렸던 이유는 영화의 설정이 워낙 무서웠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여성의 침대 밑에 몰래 기거하는 낯선 남자. 사실 이러한 설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괴담이다. (그래서 아내는 바닥이 막혀 있는 침대만 구입한다.) 그리고 꼭 침대일 필요는 없다. 외출하고 혼자 사는 집에 돌아왔는데, 집안에서 인기척을 느낀 적이 있지 않은가? 그때 느끼는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공포심을 [도어락]은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만큼이나 겁이 많은 나는 결국 [도어락]을 보기 위해 혼자 극장으로 향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평소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기에 [도어락] 보기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결국 [도어락]이 2차 판권 시장에 풀린 후, 거실에서 아내와 아들이 TV를 보는 와중에 안방 문을 살짝 열어둔 채 혼자 [도어락]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도어락]을 보고 나니 내가 기대했던 스릴러보다는 공포 영화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2013년 개봉했던 손현주, 문정희 주연의 영화 [숨바꼭질]처럼... (이후 스포 덩어리임) 

 

 

[도어락]을 혼자 보는 내 표정이 딱 저랬다.

너무 무서우면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거실로 뛰쳐나갈 준비를 한 채로...

나는 범인을 처음부터 알아챘다.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서 [도어락]의 영화 장르를 스릴러로 표기했다. 사실 맞다. 이 영화는 스릴러 영화이다. [도어락]은 혼자 사는 강승혜(한지은)라는 여성의 퇴근길을 CCTV 화면으로 뒤쫓은 후, 집에 돌아온 그녀가 누군가에게 습격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은행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조경민(공효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녀 역시 CCTV 화면으로 보여주며 승혜가 겪은 위협을 그녀 역시 맞이할 것임을 은연중에 내비친다.

이제 우리는 경민이 당하기 전에 범인을 찾아야만 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보니 경민의 집 '도어락' 덮개가 열려 있고, 한밤중에 누군가 경민의 문을 억지로 열려고 한다. 경민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한 상황에서 승혜가 당하기 전 그랬듯이 경민의 집에 전기가 나간다. 다행히 경민의 직장 동료 김성호(이천희)의 방문으로 경민은 위기를 잠시 모면하지만, 성호가 대신 살해당하며 그녀를 향한 위협이 바로 눈앞까지 도달했음을 영화는 경고한다.

이권 감독은 영화 초반부터 강력한 용의자인 김기정(조복래)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경민의 은행에서 난동을 피운 그는 경민에게 스토커 짓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기정은 너무 대놓고 '내가 범인이오.'라고 선언해서 오히려 나는 그가 범인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고 나니 진범은 바로 눈에 보이더라. 오피스텔 경비원인 한동훈(이가섭)말이다. 내가 추리력이 뛰어나서 진범을 알아맞힌 것은 아니다.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다시 말해 [도어락]은 스릴러 영화로서는 그다지 잘 만든 영화는 아닌 셈이다. 

 

 

얘가 범인이라고?

스릴러 영화 꽤나 본 사람이라면 얘는 미끼임을 금방 눈치챌 것이다.

남성은 그녀를 도와줄 수 없다.

분명 [도어락]은 스릴러 영화로는 불합격을 받을만한 영화이다. 이권 감독은 스릴러 영화 연출에는 미숙함을 드러냈다. 너무 대놓고 기정이라는 미끼를 투척했고, 영화 중반까지 큰 역할이 없었던 동훈을 필요 이상으로 카메라에 잡아내며 스스로 동훈이 범인임을 고백한다. 하지만 스릴러 영화로는 불합격이지만 공포 영화로는 제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경민을 도와줄 것으로 보였던 남성 캐릭터의 무능력이 있다.

경민의 집에 전기가 나가는 장면에서 첫 번째 경종이 울린다. 그때 성호가 나타난다. 성호는 경민이 기정에게 위협을 느낄 때마다 나타나 흑기사처럼 경민을 도와준다. 비록 경민은 성호를 의심하지만 성호가 범인이라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설정임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성호의 등장에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곧이어 성호는 죽는다. 경민을 도와줄 것으로 기대되었던 흑기사가 허무하게 퇴장해 버린 것이다.

담당 형사인 이형사(김성오)는 더 심하다. 성호의 살인 사건 당시 경민을 의심하는 헛발질을 하다가 유력한 용의자 기정을 증거 불충분으로 놓아주는 무능력만 보여준다. 영화 후반에서는 결정적으로 경민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줄 알았는데 성호가 그랬던 것처럼 어이없이 죽음을 당한다. 결국 경민을 도와주는 것은 같은 여성인 직장 동료 오효주(김예원) 뿐이고, 영화 후반부에는 경민 혼자 미처서 날뛰는 동훈을 상대해야만 한다. 

 

 

이 영화에서 경민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는

잘 생긴 흑기사 김성호도, 담당 형사인 이형사도 아니다.

남성의 도움 없이 여성들끼리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혐오의 시대를 반영하는 공포 영화

가만히 [도어락]의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남녀의 대결로 진행된다. 경민은 이 험한 세상에서 혼자 살아나가야 하는 여성이다. 그녀를 도와줄 남성 따위는 없다. 오히려 남성은 그녀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일 뿐이다. 경민에게 호감을 드러내며 은근히 접근하는 성호, 그리고 경민의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이형사 모두 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이형사의 경우는 성호 살인범으로 경민을 위협하고 호통치기까지 한다.

경민의 삶을 위협하는 기정, 동훈 모두 남성이다. 그들은 자신의 자격지심을 여성에 대한 삐뚤어진 우월감으로 해소하려 한다. 기정은 폭력으로, 동훈은 소유욕으로 경민을 옭아매려 한다. 경민에게 있어서 남성은 연애, 결혼의 대상이 아닌 위험한 존재일 뿐이고, 기정, 동훈에게 있어서 여성은 자신의 자격지심을 해소하는 범죄의 대상일 뿐이다. 2016년 5월에 벌어진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여성 혐오 사건과 2018년 11월 남녀 성대결로 번진 이수역 폭행 사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남과 여가 서로를 혐오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이 세상은 굉장히 각박해질 것이다. 남과 여는 결국 상호 보완적으로 서로 협동하여 사회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요즘 TV 뉴스를 보면 남녀 혐오 범죄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게시판 댓글에서도 서로에 대한 혐오가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도어락]은 그러한 혐오 시대를 반영하는 공포 영화인 셈이다. 

 

 

남과 여가 서로를 혐오하기만 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각박해질까?

세상의 반은 남자이고, 세상의 반은 여자이니 우리는 세상의 반을 혐오해야만 하는 것이다.

경민이 좀 더 강했으면 좋겠다.

확실히 [도어락]은 성공적인 스릴러 영화는 될 수 없었지만, 꽤 잘 만들어진 공포 영화는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그것은 바로 경민의 캐릭터 문제이다. 경민은 효주의 지적대로 너무 착하다. 그래서 당하기만 한다. 경민과 효주가 승혜를 찾아 철거촌에 가는 장면에서 경민의 나약함은 극에 달한다. 경민은 숨어서 승혜가 죽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고, 살인마가 다가올 때 두려워 꼼짝도 못 한다. 효주가 살인마를 향해 돌진했을 때도 경민은 그저 두려워 떨기만 할 뿐이다.

나중에 경민은 효주에게 자신의 나약함이 싫다고 고백하고 바뀌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그렇기에 나는 영화 후반 경민이 동훈에 맞서 싸우는 장면에서 경민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했다. 도와줄 것으로 기대했던 이형사가 어이없이 죽어버렸기에 경민의 활약이 절실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경민은 도끼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망치기 급급했다. 만약 못이 튀어나와 있지 않다면 그녀는 승혜와 같은 처지가 되었을 것이다. 영화의 끝맺음은 튀어나온 못 덕분에 동훈을 죽인 경민의 비명 소리이다.

왜 이렇게 경민을 나약하게만 그렸을까? 영화 후반 경민이 도끼를 들고 동훈을 내리치며 속 시원하게 욕이라도 한바탕 뱉어줬더라면 속 시원함이라도 느꼈을 텐데... [도어락]은 그러한 쾌감의 기교조차 부리지 못하고 영화를 마무리 짓는다. 참 아쉬웠다. 그래도 1시간 30분 동안 내가 눈을 감지 않아도 될 만큼 적당한 공포를 보여줬다는 점에는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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