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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그놈] - 그런데 두 시간 내내 누가 웃었을까?
12  쭈니 2019.01.09 18:11:00
조회 235 댓글 0 신고

감독 : 강효진

주연 : 정진영, 박성웅, 라미란, 이수민

제대로 낚였다.

"뻔한 영혼 체인지물.. 근데 두 시간 내내 웃었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어느 영화 기자의 [내안의 그놈]에 대한 리뷰 제목이다. 이 리뷰는 "일단 이 영화의 줄거리만 본다면 바로 흥미를 잃게 될 것이다. 이제는 시대착오적 소재라 해도 과언이 아닌 '뻔한' 영혼 체인지를 소재로 활용했으니, 시작부터 무리수를 둔 영화라 느껴질 것이다. 게다가 전작인 <미쓰 와이프>에서도 이와 비슷한 설정을 쓴 바 있는 강효진 감독이란 점에서 이야기 창작 면에 있어서 한계를 보이는 건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실제로 몇몇 설정에서도 <미쓰 와이프>의 장치를 의도적으로 차용한 장면들이 눈에 띄었을 정도다."라며 [내안의 그놈]의 소재에 대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한다. 하지만 "시작부터 불안감이 느껴진 영화였으나 <내 안의 그놈>은 2018년 개봉했다면 올해 최고의 코미디 영화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예상치 못한 웃음과 재미를 시종일관 불러오는 예상보다 잘 만든 코미디 오락물 이었다."라며 결국엔 [내안의 그놈]을 극찬했다.

나는 영화 평론가의 평론을 읽지 않는다. 그들만의 언어로 작성된 평론을 읽다 보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 기자의 리뷰를 믿지 않는다. 관객을 위한 객관적인 리뷰가 아닌, 영화사를 위한 광고성 리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뻔한 영혼 체인지물.. 근데 두 시간 내내 웃었다."라는 리뷰는 믿고 말았다. 영화 소재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한 후, 영화를 극찬하니 리뷰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고 말았던 것이다.

내가 이렇게 어리석게도 영화 기자의 리뷰를 믿었던 이유는 요즘 내가 웃음에 굶주려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성 따위는 필요 없이 2시간 내내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가 지금 내겐 너무 필요했다. 그렇기에 나는 [내안의 그놈]에 대한 영화 기자의 리뷰를 홀라당 믿고 말았다. 그러나 내가 낚였다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기자에게 제대로 낚여 질질 끌려갔다.

두 시간 내내 딱 한 번 '피식' 웃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내가 [내안의 그놈]에게 바란 것은 결코 영화적 만듦새가 아니다. 캐릭터가 대충이어도 상관없고, 이야기 전개에 구멍이 슝슝 뚫려도 관심 없다. 오로지 얼마나 나를 웃길 것인가에 나는 초점을 맞추며 영화를 봤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한지 30분이 지나도, 1시간이 지나도, 내가 기다렸던 웃음은 결코 터지지 않았다. 혹시 내가 이상한 건가 싶었어 극장 안 다른 관객들의 표정까지 살폈다. 30여 명이 자리 잡은 극장 안은 마치 예술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처럼 조용하고 엄숙했다. 내 옆 좌석에 아이돌 그룹 B1A4의 팬인듯한 여고생 두 명이 노골적으로 정진영을 응원하고 있었지만, 그녀들조차도 [내안의 그놈]을 보며 큰 소리로 웃지 않았다.

나는 [내안의 그놈]을 보며 정확히 딱 한 번 웃었다. 영화 후반부 카페에서 동현(정진영)이 미선(라미란)에게 저돌적으로 키스를 하는 장면은 젊은 아이돌 출신 정진영과 중년 여배우 라미란의 키스신이라는 특이성 덕분에 나를 웃음 짓게 만들었는데, 그마저도 소리를 내며 '껄껄' 웃은 것이 아닌 '피식' 웃음이었다. 그것이 끝이었다. 이 한 번의 '피식' 웃음 때문에 내 소중한 2시간이 투자되었다고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었다.

두 시간 내내 웃었다며? 정말 어느 부분에서 그 기자는 웃었던 걸까? 이건 비꼬는 것이 아니고 진심으로 그에게 묻고 싶다. 억지스럽고, 뻔하기만 한 이 영화를 보며 두 시간 내내 웃었다는 그 기자가 진심으로 부럽다. 나도 그렇게 웃고 싶단 말이다. [내안의 그놈]에 너무 실망을 한 나머지 2019년 나의 웃음을 위해 대기 중인 [그대 이름은 장미], [극한직업]마저도 의심스럽다. 특히 [극한직업]은 예고편만으로 웃음 폭탄을 예감했지만, 이제는 그러한 내 감조차도 믿을 수가 없다. 

 

 

쫄지마. 날 낚았다고 널 죽이진 않겠어.

[미쓰 와이프]보다 한참 후퇴했다.

나를 제대로 낚은 영화 기자가 지적했듯이 [내안의 그놈]을 연출한 강효진 감독은 2015년 [미쓰 와이프]를 연출했었다. [미쓰 와이프]는 잘 나가는 싱글 변호사 연우(엄정화)가 어느 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하고, 한 달 동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면 원래의 삶으로 돌려보내주겠다는 수상한 남자 이소장(김상호)의 제안을 받아들여 애 둘 딸린 아줌마의 삶을 경험한다는 내용이다. [미쓰 와이프]는 잘 나가는 싱글 변호사에서 애 둘 딸린 구질구질한 아줌마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연우의 해프닝이 웃음을 자아냈고, 가족의 따뜻함을 느낀 연우의 모습에서 찡한 감동을 선사했던 영화이다.

만약 [내안의 그놈]이 최소한 [미쓰 와이프]만큼만 해줬어도 나는 만족했을 것이다. 어차피 [내안의 그놈]에게 큰 기대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내안의 그놈]은 [미쓰 와이프]가 가지고 있는 재미의 50%도 가지고 있지 않다. 도저히 같은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차라리 [미쓰 와이프]를 어설프게 따라 한 신인 감독의 영화 같달까...

영화가 웃기지 않으니 영화의 헐거운 짜임새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안의 그놈]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영혼 체인지 부터가 어설프다. [미쓰 와이프]에서는 영혼 체인지라는 판타지적인 소재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내가 연우였더라도 이소장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테니까. 하지만 [내안의 그놈]은 그냥 억지스럽다. 라면집 할매(김부선)의 정체도 불분명하고, 영혼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은 아예 귀찮다는 듯이 대충 그려졌다.  

 

 

너희들의 영혼이 바뀌었다는 것을 믿으라고?

도대체 믿게끔 해야 믿지!

영혼 체인지 이후 전개는 그냥 막 나가자는 것이더라.

뭐 좋다. 영혼 체인지라는 소재 자체가 워낙에 판타지스러우니, [내안의 그놈]의 억지스러운 설정은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전개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판수(박성웅)와 동현의 영혼이 뒤바뀐 이후 [내안의 그놈]은 크게 두 개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먼저 동현의 왕따 문제이다. 동현은 소꿉친구인 현정(이수민)과 함께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으며, 그가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이유도 그 때문이다. 동현의 아버지인 종기(김광규)는 동현이 옥상에서 떨어진 이유를 밝히겠다고 나서지만 학교에서는 이 문제를 쉬쉬하며 넘어가려 한다. 동현의 몸을 얻은 판수는 종기에게 자신이 밝혀 내겠다고 말한다.

동현과 현정의 왕따 문제는 [내안의 그놈]을 효과적인 학원물로 만들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미쓰 와이프]에서도 연우는 하늘(서신애)의 문제를 멋지게 해결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내 기대는 곧바로 무너졌다. 동현의 왕따 문제는 판수의 일당백 싸움 실력으로 초반에 그냥 덮어진다. 현정의 왕따 문제 역시 마찬가지인데, [미쓰 와이프]에서 하늘이 겪은 사건을 게으르게 따라 한 것에 불과하다. 주먹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해 버리는 [내안의 그놈]의 문제 해결 방식은 그저 정진영의 액션을 돋보이게 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

동현의 왕따 문제가 판수의 싸움 실력으로 어영부영 해결되자 이번엔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 있는 판수를 향한 음모라는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된다. 판수의 라이벌인 양사장(윤경호)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판수의 아내와 짜고 판수가 거액의 돈을 빼돌리고 있다는 누명을 씌워 그를 없애려 한다. 이러한 스토리 전개는 [내안의 그놈]을 액션 느와르적 재미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박성웅의 출세작 [신세계]가 떠오른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판수의 편지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버린다. 동현의 문제도, 판수의 문제도, 재미있는 문젯거리를 던져 놓고 그냥 허무하게 해결해버린 것이다. 

 

 

동현의 왕따 문제? 판수의 누명 문제?

그딴 건 모르겠고, 그냥 나만 멋있어 보이면 돼!!!

정진영만 돋보이면 만사 오케이?

영혼 체인지는 언제나 내게 재미를 줬다. [미쓰 와이프]도 그랬고, 2017년에 개봉한 [아빠는 딸]도 나는 재미있었다. 완전히 다른 두 캐릭터가 서로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그로 인해 깨닫게 되는 것들은 뻔해 보여도 중간 이상의 재미를 내게 안겨줬다. 하지만 [내안의 그놈]은 아니다. 진정 나는 이 영화의 장점을 찾을 수가 없다. 아니, 딱 하나 있다. 그건 정진영 돋보이기이다. 정녕 정진영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내안의 그놈]은 값어치가 있는 영화일 것이다. 하지만 정진영의 팬이 아니라면 [내안의 그놈]은 도대체 내가 이 영화를 왜 보고 있는지 이유를 찾기가 힘든 영화가 되고 만다.

뚱보였던 동현이 며칠 간의 운동 만으로 몸짱, 얼짱이 되는 장면이 [내안의 그놈]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몸짱, 얼짱이 된 동현을 보며 학교 여학생들이 탄성을 지르는 장면 말이다. 그 장면은 [내안의 그놈]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내안의 그놈]을 보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정말 영화를 대충 만들었구나...라는 것이다. 문제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설정에서부터 전개, 결말까지 무엇 하나 공들인 것을 찾을 수가 없다. 강효진 감독이 억지로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내가 극장에서 본 영화를 두고 이렇게 신랄하게 비난한 것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웬만하면 그 어떤 영화에서도 장점을 찾아 장점을 토대로 재미있게 영화를 관람하려 노력하지만, 정진영 돋보이기라는 [내안의 그놈]의 장점은 내가 영화를 재미있게 관람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 이런 노잼 영화를 올해는 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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