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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발광 17세] - 세상은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기에...
12  쭈니 2019.01.08 11:46:38
조회 106 댓글 0 신고

감독 : 켈리 프레몬

주연 : 헤일리 스테인펠드, 블레이크 제너, 헤일리 루 리차드슨

어머, 저 영화는 꼭 봐야 해!

회사에서 심각한 월요병에 시달린 후 칼퇴근하여 집으로 청소까지 마친 나는 멍하니 케이블 영화 채널을 보다가 "어머, 저 영화는 꼭 봐야 해!"를 외쳤다. 밤 10시 30분에 [지랄발광 17세]라는 독특한 제목의 영화가 방영한다는 자막이 뜬 것이다. [지랄발광 17세]는 국내 개봉 제목 때문에 내 눈에 띈 영화이기는 하지만 [범블비]를 통해 매력을 발산한 헤일리 스테인펠드 주연의 영화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내가 [지랄발광 17세]를 주목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그것은 바로 올해가 바로 나의 아들이 17세가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아직 아들은 내게 착하고 귀엽기만 하지만 언제 사춘기 반항을 시작할지 알 수 없기에 요즘 나는 바짝 긴장 중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지랄발광 17세]는 내가 꼭 봐야 할 영화처럼 보였던 것이다.

밤 10시 30분. 마치 사춘기 학부모를 위한 교육 비디오를 시청하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TV 앞에 앉았다. 그리고 1시간 40여 분 동안 낄낄거리며 영화를 즐겼다. [지랄발광 17세]는 예상보다 유쾌한 영화였는데, 자극적인 국내 제목과는 달리 네이딘(헤일리 스테인펠드)의 반항이 지랄발광 수준까지는 아니어서 부담 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불공평했던 네이딘의 인생

[지랄발광 17세]는 브루너(우디 해럴슨) 선생에게 "나, 오늘 자살할 거예요."라는 당돌한 선언을 하는 네이딘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과연 열일곱 네이딘의 인생이 어떻길래 그녀는 자살을 결심했을까? 네이딘은 태어났을 때부터 자신은 불공평했다고 투덜거린다. 오빠인 데리언(블레이크 제너)은 모든 것을 갖춘 완벽남이지만, 그에 비해 자신은 모든 것이 뒤떨어진 것이다.

학교에서도 언제나 외톨이였던 네이딘에게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크리스타(헤일리 루 리차드슨)라는 친구가 생겼다는 점이다. 그리고 오빠만 챙기는 엄마, 모나(카이라 세드윅)와는 달리 자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는 아빠, 톰(에릭 킨리사이드)의 존재도 그녀가 이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무심한 하늘은 네이딘의 희망을 모두 빼앗아간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시작에 불과하다. 하나뿐인 친구 크리스타가 하필 데리언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처음엔 두 사람의 사랑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자꾸만 멀어지는 크리스티나를 바라보며 네이딘은 결국 폭발하고 만다. 사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희망은 이미 곁에 있었다.

눈뜨고는 못 봐줄 데리언과 크리스타의 닭살 행각,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엄마의 히스테리 때문에 결국 네이딘은 폭발하고 만다. 그러다가 홧김에 작성한 평소 짝사랑하던 닉(알렉산더 캘버트)을 향한 음란한 내용의 문자가 발송되자 네이딘은 더 이상 수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자살을 결심하는 지경에 이른다. 과연 네이딘은 이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지랄발광 17세]는 결코 네이딘을 최악의 궁지로 몰아넣지 않는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라면 네이딘을 좀 더 궁지에 몰아넣을 필요가 있어 보이지만 영화는 그런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화는 자극적인 국내 제목과는 달리 상당히 잔잔한 편이다.

결국 그러한 잔잔함이 [지랄발광 17세]를 진솔한 영화로 만들었다. 자신의 인생은 이미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네이딘.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안다. 이미 희망은 그녀의 곁에 있다는 사실을... 툴툴거리면서도 네이딘의 고민을 들어주는 선생님, 어리숙하지만 네이딘에게 먼저 다가서는 어윈(헤이든 제토) 등. 네이딘이 미처 깨닫지 못한 희망은 이미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보듬어주고 있었다. 

 

 

이 세상은 나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다.

네이딘의 반항은 이 세상이 자신에게만 불공평하고, 자신만 힘들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사실 모든 것은 완벽해 보이는 데리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혼자 몰래 삭혀야만 했던 그는 아버지 대신 집안의 가장이 되었고, 집안의 모든 말썽을 혼자 해결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대학도 집 근처로 알아보고, 동생의 반대 때문에 크리스타와의 사랑도 힘겹게 이어나가고 있다.

모나는 또 어떠한가? 사실 영화를 보다 보면 네이딘과 모다는 서로 닮았다. 그녀는 다 큰 어른이지만 인생의 버팀목이었던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자신의 인생을 버겁게 버티는 중이다. 그렇기에 네이딘의 반항을 보듬어줄 여유가 없다.

네이딘은 깨닫는다. 이 세상은 나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들 힘겹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러한 [지랄발광 17세]의 주제는 아들의 사춘기를 걱정하는 나에게도 와닿았다. 자식의 사춘기를 겪는 부모는 나뿐만 아니지 않은가. 내가 아무리 걱정해봤자 결국 바뀌는 것은 없다. 그저 하던 대로 아들을 대하고,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수 밖에... 네이딘의 작지만 귀여운 소동극을 보고 나니, 나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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