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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스 게임] - 화려한 실패 속에서도 결코 자신을 잃지 않은 용기
12  쭈니 2019.01.07 17:20:55
조회 48 댓글 0 신고

감독 : 아론 소킨

주연 : 제시카 차스테인, 이드리스 엘바, 케빈 코스트너

아론 소킨의 영화는 믿을 수 있다.

내 영화적 취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단 시각적으로 화려한 영화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SF, 판타지, 애니메이션이 나의 최애 영화 장르가 되었다. 그와는 반대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 보기 자체가 내겐 2시간가량의 현실 도피인데 굳이 영화에서조차 현실과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대사가 많은 외국 영화를 싫어한다. 대사를 읽느라 영상을 놓치기 일쑤이다. 이 모든 나의 영화적 취향을 감안한다면 아론 소킨의 영화는 내게 적합하지 않다.

아론 소킨은 각본가로 유명하다. 28살 젊은 나이에 쓴 시나리오 [어 퓨 굿 맨]으로 데뷔한 아론 소킨은 백악관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다룬 드라마 <웨이스 윙>, 뉴스 보도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뉴스룸>으로 이름을 알렸고,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스티브 잡스]등의 각본을 맡으며 각종 영화제의 각본상을 휩쓸었다. 그의 특기라면 실존 인물을 엄청난 대사량으로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론 소킨의 영화는 내 취향일 수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아론 소킨의 영화가 좋다. 그의 영화 속 실존 인물들이 마냥 미화되지 않고 빛과 어둠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드러내려 노력했다는 점도 좋았고, 그 수많은 영화 속 대사들도 귀에 쏙쏙 들어와 좋았다. 그렇기에 그의 영화감독 데뷔작인 [몰리스 게임]을 내가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포커의 여왕 몰리 블룸

이번에도 실존 인물 영화이다. 아론 소킨이 감독 데뷔작으로 선택한 것은 몰리 블룸의 이야기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혁명이라 할 수 있는 페이스북 개발자 마크 주커버그를 영화화한 [소셜 네트워크], 미국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구단주인 빌리 빈을 영화화한 [머니볼], 컴퓨터 천재 스티브 잡스를 영화화한 [스티브 잡스]와는 달리 [몰리스 게임]은 범죄자로 낙인찍힌 올림픽 스키 유망주 몰리 블룸을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조금은 뜻밖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서 드러난 몰리 블룸(제시카 차스테인)은 여러모로 보나 실패자에 가깝다. 일단 그녀는 올림픽 스키 유망주였지만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은퇴해야 했다. 그것이 그녀의 1차 실패이다. 그 후 로스쿨에 입학하였지만 학비를 벌기 위해 우연히 음성적 포커 하우스에서 일하게 되고 결국 로스쿨을 포기하며 2차 실패를 맛본다. 몰리의 아버지인 래리(케빈 코스트너)는 영화 후반 몰리에게 잘 나가는 로펌 변호사가 될 수 있었는데 왜 그런 선택을 하냐며 아쉬워한다.

몰리 블룸의 3차 실패는 포커 하우스라는 화려한 세계에 빠져서 자신이 점점 지하 범죄 세계에 빠지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결국 그녀는 러시아 마피아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고, FBI에 전 재산을 몰수당했으며, 검찰에 기소당해 감옥에 갈 위기에 몰린다. 이러한 3차 실패는 그녀로선 치명적이다. 결국 몰리 블룸은 실패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일단 지루하지는 않다.

[몰리스 게임]은 아론 소킨 특유의 속도감으로 몰리의 성공과 실패를 담아낸다. 현재의 그녀는 검찰에 기소당한 빈털터리 실패자로서 변호사 찰리 재피(이드리스 엘바)에게 변호를 부탁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과거의 그녀는 할리우드 스타에서부터 거대 기업인, 스포츠 스타까지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거액의 포커판을 운영한 운영자였다. 아론 소킨 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녀가 어떻게 몰락했는데 차근차근 설명한다.

일단 영화 자체는 지루하지 않다.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고, 대사량도 누가 아론 소킨의 영화가 아니랄까봐 어마어마하지만 한번 영화에 빠져들면 시계를 볼 틈도 없이 영화에 빠져든다. 이는 물론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력도 한몫한다.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자발적인 팁만으로 포커판을 운영하면 불법이 아니라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승승장구하던 그녀가 거액의 미수금 탓에 결국 수수료를 받기 시작하고, 러시아 마피아와 엮으며 점차 몰락하는 과정에선 안타까움을 느낄 정도이다. 내가 이렇게 범죄자에 불과한 그녀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아론 소킨 감독의 연출력과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력 덕분이다. 

 

 

그녀의 실패가 매력적인 이유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아론 소킨 감독이 몰리 블룸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바로 이 시점에서 찰리는 몰리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그녀의 고객 정보를 담은 하드 디스켓을 검찰에 넘겨주면 그녀는 사면됨과 동시에 몰수당한 재산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이건 몰리에게 크나큰 기회이다.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 몰리는 검찰의 제안을 거부한다. 사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데 있어서 고객의 실명을 공개하면 엄청난 돈을 지불하겠다는 출판사의 제안도 이미 거부한 상황이다. 도대체 왜? 의리 때문에? 보복이 두려워서? 아니면 나중에 다시 포커판을 운영하기 위해서? 솔직히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실패의 벼랑에 서 있는 그녀로서는 고객 정보를 파는 것이 마지막 희망이었을 텐데...

어쩌면 바로 몰리의 이러한 선택이 아론 소킨 감독을 매료시킨 것은 아닐까? 실제 아론 소킨 감독은 "몰리는 이길 수 있는 복권을 쥐고 있었다. 입만 열어도 부자가 되거나 유명해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도, 그리고 이 영화도 그런 몰리를 멋지게 여기는 것."이라며 연출변을 소개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잃지 않은 용기. 그것이 [몰리스 게임]을 통해 아론 소킨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나 보다. 하긴 가끔은 성공보다는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는 법이니까. 그런 면에서 [몰리스 게임]은 아론 소킨의 명성에 부합되는, 역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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