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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 - 보수적인 집착마저 벗어던진 디즈니의 놀라운 상상력.
12  쭈니 2019.01.07 15:04:59
조회 119 댓글 0 신고

감독 : 필 존스턴, 리치 무어

더빙 : 존 C. 라일리, 사라 실버맨, 갤 가돗

절대 후회하지 않은 뿌듯했던 시사회의 추억

한때 저는 영화 시사회 죽돌이였다. 최신 개봉작을 남들보다 먼저 볼 수 있다는 우월감과 나는 일반 영화 관람객과는 다르다는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우월감과 특별함을 느끼기 위해 나는 평일 낮에 진행되는 기자 시사회 참가를 위해 회사에 연차 휴가를 내야 했고, 평일 밤에 진행되는 일반 시사회를 참가하기 위해 칼퇴근 후 시사회장으로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어다녀야만 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실체 없는 우월감과 특별함 따위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있는지... 그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영화 시사회 참가를 포기했고, 그냥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내가 원하는 극장에서, 내 돈 내고 영화 보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은 뿌듯한 영화 시사회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2012년 12월에 갔던 [주먹왕 랄프] 시사회이다. 내가 [주먹왕 랄프] 시사회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아들의 첫 영화 시사회였기 때문이다. 내 손을 잡고 영화 시사회에 처음 간 아들은 시사회 진행 요원이 건네준 [주먹왕 랄프] 캐릭터 선물도 받았다. 그날 기뻐하던 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비록 영화 시사회에 참가한다고 해서 우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 [주먹왕 랄프] 시사회 덕분에 최소한 아들에게만큼은 특별한 아빠가 될 수 있었다.

그 후 정확하게 6년하고 1개월이 흘렀다. [주먹왕 랄프] 시사회 당시 10살이었던 아들은 이제 막 17살이 되었고, 엄마보다 키도 크고, 아빠보다 힘도 세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일주일에 한번 가량 함께 극장 나들이를 나선다. 그것은 내게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그리고 때마침 [주먹왕 랄프]의 속 편인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가 개봉했다. 17살 아들에겐 유치한 영화일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주저 없이 2017년 함께 보는 첫 영화로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를 선택했다. 

 

 

평생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시간을 되돌려 [주먹왕 랄프]의 설정을 잠시 되짚어 보자. [주먹왕 랄프]는 8비트 게임 '다고쳐 펠릭스'에서 건물을 부수는 악당 캐릭터인 랄프가 모두에게 인정받는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게임을 이탈하여 다른 게임으로 들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전자오락 게임을 의인화한 설정에 있는데 조잡한 그래픽의 8비트 게임 '다고쳐 펠릭스', 잿빛 영상과 캐릭터의 현란한 움직임이 돋보이는 슈팅게임 '히어로즈 듀티', 알록달록한 배경이 매력인 레이싱 게임 '슈가 러시'의 각기 다른 색감의 캐릭터가 한데 어우러지는 장면은 당시엔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다.

결국 랄프(존 C. 라일리)는 '히어로즈 듀티'에서 온 우주 해충 사어버그의 무한 증식을 막고 기억을 잃은 '슈가 러시'의 공주 바넬로피(사라 실버맨)와 함께 게임 세계의 평화를 지켜내며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영웅이 된다. 그리고 랄프와 바넬로피는 절친이 되어 평생 행복하게 잘 살았다. 이대로 끝? 설마 그럴 리가... 만약 그렇다면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가 만들어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주먹왕 랄프]가 평생 악당 짓을 해야만 하는 랄프가 영웅이 되고 싶다는 소망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의 문제도 비슷하다. 매일 똑같은 레이싱을 벌여야 하는 바넬로피는 무기력증을 느끼며 좀 더 특별한 레이싱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된다. 이에 랄프는 바넬로피를 위해 '슈가 러시'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랄프의 선한 의도와는 반대로 새로운 길 때문에 '슈가 러시'의 오락기 부품이 망가져 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대로라면 '슈가 러시'는 오락실에서 퇴출된다. 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슈가 러시'의 오락기 부품을 구하는 것.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는 '슈가 러시'의 오락기 부품을 구하기 위해 와이파이를 타고 인터넷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 랄프와 바넬로피의 소동극이다. 

 

 

세계관이 무한 확장되다.

랄프와 바넬리피가 인터넷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며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의 세계관은 확장된다. 당연하다. [주먹왕 랄프]가 작은 오락실 세상을 다루고 있는데 반에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는 오락실 세상을 벗어나 무한한 인터넷 세상으로 발을 내딛기 때문이다. 거대한 미래 도시처럼 그려진 인터넷 세상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세계 각국의 웹 사이트들이 건물처럼 늘어서 있고, 각 시스템을 의인화한 것도 눈에 띈다.

무엇이든 알려주는 검색엔진 노스모어(앨런 투 딕)는 박사모를 쓰고 있고, 동영상 사이트 '버즈튜브'의 운영자 예쓰(타라지 P. 핸슨)는 마치 TV 쇼 기획자처럼 보인다. 홍보문구가 쓰인 패널을 들고 클릭을 유도하는 영업사원 JP 스팸리(빌 헤이더)는 영락없이 인터넷 서핑 중 자주 많나는 짜증 나는 광고성 팝업창이다. 지하세계 '다크넷'에서는 바이러스 생산자 더블 댄(알프레드 몰리나)이 흉측한 모습으로 숨어 있다.

경매가 뭔지 모르는 탓에 '이베이'에서 턱없이 비싼 가격으로 '슈가 러시' 부품을 구매한 랄프는 돈을 구하기 위해 '버즈튜브'에서 웃긴 동영상을 찍어 좋아요를 유도한다. 바넬로피는 랄프의 동영상을 홍보하기 위해 디즈니 사이트에 접속하다가 디즈니 공주들과 만난다. 바넬로피가 디즈니 공주들과 만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이다. 역대 디즈니 공주들을 각기 다른 매력을 폼 내며, 스스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풍자하는데 그동안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즐겼던 나로서는 이러한 자기 풍자가 너무 기발해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6년 만에 뒤바뀐 그들의 인생철학 (이후 스포 포함)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는 굉장히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관객층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캐릭터 부자인 디즈니의 장점을 맘껏 발휘해서 디즈니 소유의 온갖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출연한 장면은 디즈니이기에 가능한 장면들이라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가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6년 만에 뒤바뀐 영화의 인생철학이다. [주먹왕 랄프]는 보수적인 디즈니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랄프는 악당이라는 자신의 본분이 불만스럽다. 그는 영웅이 하고 싶었고, 그로 인하여 오락실 세상은 혼란에 빠진다. 결국 랄프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며 평화를 지켜낸다. 그러면서 영화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보수적인 메시지를 안겨준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뛰어넘어 다르게 살고 싶다는 랄프의 소망은 사회 파괴적 행위로 간주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아닌, 새로운 모험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지닌 바넬로피도 결국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바넬로피는 '슈가 러시'와는 완전히 다른 레이싱 게임 '슬로터 레이스'에 남고 싶지만 보수적인 랄프는 그러한 바넬로피를 이해하지 못한다. 랄프가 보기에 '슬로터 레이스'에서 귀여운 바넬로피가 해서는 안될 위험한 성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예전대로라면 바넬로피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슈가 러시'라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는 그러지 않는다. 

 

 

보수적인 집착마저 벗어던지다.

나는 나중에 '슬로터 레이스'의 리더 섕크(갤 가돗)이 무슨 음모를 감춘 채 바넬로피를 꼬드기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의 결말은 정반대이다. 오히려 바넬로피에 대한 랄프의 집착이 바이러스가 되어 인터넷 세상을 위험에 빠뜨린다. 결국 랄프는 깨닫는다. 자신의 집착은 바넬로피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바넬로피를 행복하게 하려면 그녀를 자유롭게 놔줘야 한다는 사실을... 영화 후반 수백, 수천의 랄프가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랄프 바이러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답지 않게 징그럽기까지 했다.

바넬로피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인 알록달록, 착한 전자오락 '슈가 러시'를 떠나 보수적 관점에서 본다면 너무 자극적인 쓰레기 같은 오락에 불과한 '슬로터 레이스'에 남는 것으로 영화를 마무리 지은 것은 정말 놀라운 결정이다. 그동안 디즈니가 보수적인 가치관을 중요시한다고 생각했던 내 선입견마저 깡그리 부숴버릴 정도로... 그렇기에 영화가 끝난 후 내가 느낀 신선함은 더욱 커졌다.

영화의 첫 번째 쿠키 영상에서 그러한 신선함을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귀여운 토끼에게 팬케이크를 먹이는 토끼가 폭발하는 장면에서 나는 그야말로 '빵' 터졌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아무리 쿠키 영상이라고 하지만 동심을 파괴하는 장면이 나올 줄이야... 첫 번째 쿠키 영상이 너무 신선하게 충격적이라, [겨울 왕국 2]의 미리 보기라는 두 번째 쿠키 영상의 개드립이 쉽게 용서가 되었다. 그동안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사랑했던 나로서는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 덕분에 그 사랑이 더욱 커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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