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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 더 벙커] - 이야기는 서투르지만 리얼 액션은 충분히 실감 났다.
12  쭈니 2019.01.04 17:43:46
조회 49 댓글 0 신고

감독 : 김병우

주연 : 하정우, 이선균, 제니퍼 엘

2019년 첫 극장 나들이

원래 예정되어 있던 2019년 나의 첫 극장 나들이 영화는 주말에 아들과 함께 보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였다.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중에서 나의 첫 번째 기대작이기 때문이다. 2018년에 개봉한, 기대작이지만 극장에서 놓친 영화들은 이대로 극장 관람을 포기할 생각이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니까. 그런데 자꾸만 눈에 밟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PMC : 더 벙커]이다. 한국 영화로는 보기 드문 리얼 액션을 담은 영화이기에 기대가 컸지만, 개봉 후 관객 관람평이 그다지 좋지 않아 지난주부터 나를 고민에 빠뜨린 영화이다.

사실 [PMC : 더 벙커]는 2018년의 마지막 영화가 될 터였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마약왕]을 본 후 너무나 큰 실망감을 느끼는 바람에 [PMC : 더 벙커]를 보는 것마저도 망설여졌다. [마약왕]에 이어 [PMC : 더 벙커] 마저 재미없다면 한국 영화에 나의 믿음이 한동안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해를 넘기면서까지 고민을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안 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보고 후회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PMC : 더 벙커]가 재미없어봤자 고작 나의 2시간과 1만 원의 돈만 손해를 보는 것이지만, 만약 재미있는데 못 봤다면 두고두고 '내가 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았을까?' 후회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영화들에게 그런 후회를 하며 살았던가. 그래, 고민을 오래 하는 것도 정신 건강에 안 좋다. 까짓것 재미없으면 또 어떠랴. 그냥 보자.라는 심정으로 극장으로 향했다. 

 

 

2시간 동안 내 심장은 쫄깃했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영화가 끝난 후 나는 [PMC : 더 벙커]를 극장에서 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 영화가 엄청나게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극장에서 못 봤다고 해서 두고두고 땅을 치며 후회를 할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2시간 5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쉼표 없이 무작정 뛰어다니는 영화의 전개가 꽤 좋았다. 한국 영화 중에서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를 배제하고 액션만 강조했던 영화가 있었던가? 마치 잘 만든 할리우드 액션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었다. 만약 다운로드를 해서 작은 화면으로 봤다면 감흥을 훨씬 떨어졌을 것이다.

물론 영화의 내용 자체는 그다지 색다르지 않다. [PMC : 더 벙커] 자체가 [더 테러 라이브]의 공간을 지하 벙커로 옮긴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되었기에 많은 부분에서 김병우 감독과 하정우 주연의 2013년 개봉작 [더 테러 라이브]가 떠올랐다. 그리고 하정우가 주연을 맡았던 2016년 개봉작 [터널]도 오버랩되더라. 여기에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가 남한으로 내려온 상황을 급박하게 잡아낸 2017년 개봉작 [강철비]의 설정을 적절하게 섞은 듯하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부터 액션 영화에 색다른 내용을 기대했단 말인가? 비록 [PMC : 더 벙커]는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1인칭 시점 장면과 드론 촬영을 통해 마치 내가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함을 안겨줬다. 특히 영화 후반부, 적군을 의미하는 빨간 표시들이 물밀듯이 에이헴(하정우)과 윤지의(이선균)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 땐 숨이 막힐 정도로 긴장되었다. 그러한 긴장감을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PMC : 더 벙커]는 최소한 내게만큼은 잘 만든 액션 영화였다. 

 

 

남한과 북한이 배제된 한반도 이야기

앞서 언급했듯이 [PMC : 더 벙커]는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한 영화는 아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며 남과 북의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이러한 분위기에 편성하여 가장 먼저 한국 영화들이 이전과는 달리 북한 관련 소재의 영화들을 마구 내놓았기 때문이다. 2017년만 하더라도 [공조], [강철비], [브이아이피]가 개봉했고, 2018년 여름에도 [공작]이 개봉해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인랑]의 경우는 남북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삼기도 했다.

그런데 [PMC : 더 벙커]는 이들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남한과 북한이 철저하게 배제된 채 미국과 중국을 전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인공인 에이헵은 한국인이기는 하지만 글로벌 군사 기업의 블랙리저드의 캡틴이며 미국의 불법 체류자일 뿐이다. 에이헵의 팀은 신입 팀원인 로건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국적의 미국 불법 체류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에이헵은 미국 CIA 맥켄지(제니퍼 엘)의 의뢰로 DMZ 지하 30M 비밀 벙커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다.

미국 CIA가 DMZ 지하 비밀 벙커에 사설 업체를 투입하여 위험한 작전을 펼치는 이유는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세인 맥그레거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여 재선을 돕기 위해서이다. 단지 그 이유뿐이다. 맥그레거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가 지지율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다. 한반도의 전쟁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이 직결된 문제이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정치적 판단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별로 큰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핵시설 위치를 알고 있는 북한의 고위 간부 망명을 돕는 임무에 투입된 에이헵. 그런데 현장에 뜻밖에도 북한의 킹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찌 된 영문일까? 그것은 한반도의 주도권을 미국에게서 빼앗으려는 중국의 음모이다. 북한 킹의 주치의인 윤지의에 따르면 그들은 납치되어 지하 벙커에 감금되었다고 한다. 미국 CIA의 계획을 눈치챈 중국이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을 미끼로 북한 킹을 이용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 CIA가 북한의 킹을 납치하여 죽였다는 명분으로 북한을 집어삼킬 음모를 꾸민 것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PMC : 더 벙커]를 보며 조금 서글퍼졌다. 서울 한복판으로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이 발사되고, 북한의 킹이 DMZ 지하 벙커에서 암살되었다는 뉴스가 전 세계로 생중계되지만 영화에서 남한과 북한의 움직임은 어디에도 없다. 그저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글로벌 군사 기업을 내세워 DMZ 지하 벙커에서 대리전을 벌일 뿐이다. 전쟁은 우리 땅에서 벌어지는데, 미국과 중국만이 주판알을 튕기며 자국의 이익을 가늠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과장이 심하다. 아무리 미국과 중국에 비해 남한과 북한이 약소국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한반도가 전쟁의 불길로 휩싸일지도 모를 위기 속에서 찍소리도 못 내고 숨죽이며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남한과 북한의 군사 경계선인 DMZ 지하 벙커가 노골적으로 사설 군사 기업의 전쟁터가 되고, 급기야 영화 마지막엔 중국의 전투기가 직접 미국의 수송기를 공격하기까지 한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중국이 미국에서 전쟁을 선포하는 것인데 과연 이런 설정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남과 북이 함께 사는 세상

솔직히 영화의 내용을 따지고 든다면 한국인으로서 자존심도 상하고, 허점도 많이 눈에 보인다. 모든 긴박한 위기가 CIA가 보낸 지원군 하나로 싹 해결되는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급격하게 풀리며 허탈하기까지 하다. CIA가 에이헵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장면도 석연치 않다. 솔직히 내가 만약 맥켄지라면 북한의 킹은 넘겨받고,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에이헵은 조용히 처리했을 것이다. 에이헵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 맥그레거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 테지만, 영웅이 꼭 살아있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내가 만약 김병우 감독이었다면 에이헵의 증언이 미국과 CIA 입장에서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 맥켄지가 CIA 지원팀에게 에이헵과 윤지의를 죽이라 명령하고, 이를 눈치챈 에이헵이 윤지의와 미국 수송기에서 낙하산 하나를 탈취하여 탈출하는 것으로 영화를 마무리 지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에이헵과 윤지의가 낙하산 하나로 탈출하는 장면은 꼭 넣어야만 하는데 그 이유는 그 장면이 내게 있어서 최고의 명장면이기 때문이다. 에이헵의 1인칭 시점으로 촬영된 이 장면은 하나의 낙하산에 에이헵과 윤지의 두 명이 의지한 탓에 가속도가 붙어 땅으로 낙하한다. 빠른 속도로 땅에 닿을 때 느끼게 되는 공포감은 꽤 컸는데, 윤지의를 놓아 버리고 혼자 살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윤지의를 놓지 않을 것인지, 두려움과 싸워야만 했던 에이헵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결국 이 장면을 통해 [PMC : 더 벙커]는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닌 남과 북이 함께 사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평화가 아닐까? [PMC : 더 벙커]는 한국 영화답지 않은 리얼한 액션에도 불구하고 서투른 이야기 전개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의 마지막 메시지인 모두가 함께 살아남는 세상에 대해서 공감이 되었다. 정말 그런 세상이 와서 더이상 전쟁의 공포가 없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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