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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백] - 우리 모두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어야 할 이야기.
12  쭈니 2019.01.03 14:03:48
조회 108 댓글 0 신고

감독 : 이지원

주연 : 한지민, 김시아, 이희준, 권소현, 백수장

2019년 첫 영화는 너로 정했다.

새해 첫 영화는 언제나 내게 의미가 깊다. 달리 생각하면 1년에 보는 200여 편의 영화 중 한편에 불과하지만, 처음이라는 의미가 더해져 영화를 고르는데 있어서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든다. 2019년, 나는 고민 끝에 [미쓰백]을 첫 영화로 선택했다. [미쓰백]은 청순한 이미지의 한지민의 파격적인 연기 변신이 돋보이는 영화로, 가족에 의한 아동 학대라는 민감한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사실 지난 10월 [미쓰백]이 개봉했을 때 나는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자신의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매번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하는 한지민이라는 배우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동 학대라는 소재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나니 아동학대, 유괴 소재의 영화는 꺼려지게 된다. 영화에 쉽게 감정이입이 되는 성격이기에 아동학대, 유괴 소재의 영화를 보면 마치 내 아들이 당하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2011년 [도가니]를 본 후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리고 나서 그런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이렇게 내가 꺼려지는 소재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2019년 첫 영화로 [미쓰백]을 선택한 이유는 지난 10월, 개봉 당시 외면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2019년 첫 영화로 [미쓰백]을 선택함으로써 그러한 미안함이 조금이라도 씻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아동 학대는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문제이다.

내가 [미쓰백]에 대해서 미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아동 학대는 불편하다고 외면하며 모르는척해서는 안되는 문제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가족에 의한 아동 학대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선 [미쓰백]의 소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나니 마치 내가 아동 학대 문제를 모르는척한 것만 같아서 미안했다.

그것은 과거 내 경험에 의한 것이다. 결혼 초기, 나는 작은 연립 주택에 살았다. 그런데 추운 겨울날 옆집 아이가 내복 차림으로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와 아내는 옆집 아이를 집 안으로 데려와 간식거리를 주며 보살폈다. 얼마 후 옆집 아주머니가 아이를 데리러 왔는데, 아이가 잘 못한 일이 있어서 벌을 세웠다고 말했다. 솔직히 나는 아무리 아이가 잘 못했어도 추운 겨울날 내복 차림으로 복도에 세워두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옆집 아주머니의 조금 엄한 교육 철학이라 생각해 별다른 항의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이는 또 집에서 쫓겨났는지 나의 집 문을 두드렸고, 나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옆집 아주머니의 아이에 대한 체벌에 대해 내가 상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세월이 지나고 나니 어쩌면 그것은 체벌이 아닌 아동 학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집 문을 두드렸던 아이의 절박함을 내가 외면했다는 죄책감에 빠졌다. 당시에는 부모가 자신의 자식을 학대할 리가 없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이후 가족에 의한 아동 학대 문제가 뉴스에 나올 때마다 내복 차림으로 복도에 서있던 옆집 아이가 떠올랐다.  

 

  

그녀들이 겪은 학대

[미쓰백]은 두 명의 여성이 주인공이다. 그중 한 명은 과거 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하다가 고아원에 버려진 백상아(한지민)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그녀의 인생은 굴곡졌는데, 고등학생 때는 자신을 강간하려던 남자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전과자가 되기도 했다. 출소 후에는 악착같이 일을 하며 살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누구나 누리는 평범한 행복은 포기한지 오래되었다.

백상아가 과거에 학대를 당한 여성이라면 김지은(김시아)는 현재 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이이다. 게임에만 빠져 있는 무능력한 아버지 김일곤(백수장)과 아버지의 애인인 주미경(권소현)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하는데, 일곤과 미경은 자신의 불행이 지은 때문이라 여기며 아이가 죽기를 바라고 있다. 그 속에서 지은은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상아와 지은은 서로 닮았다. 지은은 상아의 과거이며, 상아는 지은의 미래이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린다. 상아는 지은을 모르는척하려 하지만 그것이 맘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지은을 외면하지 못한 채 보호해주려 한다. 하지만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고, 게다가 전과자인 상아가 일곤과 미경에게서 지은을 지켜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신의 무기력함을 알기에 상아는 더욱 괴롭기만 하다. 

 

 

한줄기 희망이 된 장섭

상아와 지은의 캐릭터만 놓고 본다면 [미쓰백]은 굉장히 암울한 영화일 수밖에 없다. 학대를 당했고, 학대를 당하고 있는 상아와 지은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일곤과 미경은 상아를 주거 침입, 폭력, 유괴로 몰아세운다. 만약 상아에게 장섭(이희준)이 없었다면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일곤과 미경에게 당하기만 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섭은 [미쓰백]의 한줄기 희망이다. 그는 형사이다. 자신이 맡은 첫 사건이 하필 상아가 저지른 살인미수 사건이었는데, 그는 상아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녀를 잡아 가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죄책감에 상아의 주위를 맴돌며 그녀를 지켜주고 있다. 사실 이러한 장섭이라는 캐릭터는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상아와 지은이 현실 속 캐릭터였다면 장섭이라는 희망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사치에 불과했을 것이다.

[미쓰백]이 불편한 소재의 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영화를 즐기며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장섭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상아는 장섭을 거부하지만 장섭은 계속해서 상아의 든든한 희망이 되어준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미쓰백]은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암울하게 끝을 맺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장섭의 누나인 후남(김선영)은 암울하기만 한 [미쓰백]에서 유일하게 웃음을 안겨주는 캐릭터이다. 이래저래 장섭 남매는 [미쓰백]을 조금이나마 상업적으로 만들어준 일등 공신이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어야 할 이야기

막상 [미쓰백]을 2019년 첫 영화로 선택했지만 영화를 보면서 나는 걱정이 많았다. [미쓰백]이 [도가니]처럼 너무 강한 소재를 일직선으로만 몰아간다면 [도가니]를 봤을 때처럼 내게 후유증이 남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지원 감독은 강약 조절을 해냈다. 장섭을 통해 상아와 지은의 숨구멍을 터줬고, 후남을 통해 관객에게 약간의 웃음을 안겨줬으니까.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미경의 폭주가 조금 과해 보이긴 해도 상아의 반격 덕분에 속이 후련함까지 느낄 수가 있었다.

영화를 본 후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 올라온 제작 노트를 읽었는데 깜짝 놀랐다. 이지원 감독은 직접 겪은 일화가 [미쓰백]의 시작이라고 하는데, 그 일화가 내가 겪은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지원 감독 또한 내가 느꼈던 죄책감 속에 살았을 것이고, 그로 인하여 [미쓰백]은 이지원 감독의 죄책감을 씻어주는 살풀이 같은 느낌을 안겨줬다.

분명 장섭이라는 캐릭터는 이지원 감독의 염원이 담긴 캐릭터이다. 이 세상 모든 아동 학대 피해자들에게 장섭같은 희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그리고 영화의 해피한 결말을 통해 이지원 감독은 자신이 하지 못했던 도움의 손길에 대한 죄책감을 씻으려 한다. 내가 [미쓰백]을 보며 그랬듯이... 이지원 감독의 의도가 어떠하든, [미쓰백]을 통해 우리 모두가 아동 학대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 영화는 성공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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