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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블비] - 가장 밝은 별은 가장 어두운 밤에 뜬다.
12  쭈니 2018.12.26 14:21:39
조회 476 댓글 0 신고

감독 : 트래비스 나이트

주연 : 헤일리 스테인펠드, 존 시나, 조지 렌드보그 주니어

옵티머스 프라임보다 범블비

지난 주말부터 나는 케이블 TV에서 방영해주는 [나 홀로 집에 시리즈]를 멍하니 시청하고 있는 중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나 홀로 집에 시리즈]는 최소한 열 번 이상은 본 것 같은데,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또 보게 된다. 그리고 볼 때마다 재미있다. 이게 시즌 영화의 힘인가 보다. 아마도 내년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나는 [나 홀로 집에 시리즈]를 멍하니 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크리스마스에 그저 [나 홀로 집에 시리즈]를 보며 집에만 있기 싫어서 온 가족이 극장 나들이에 나섰다. 다행히 [범블비]가 크리스마스에 맞춰 개봉을 해준 덕분에 마약과도 같은 [나 홀로 집에 시리즈] 시청을 멈출 수가 있었다.

2007년 [트랜스포머]가 처음 개봉했을 때부터 아들은 옵티머스 프라임보다는 범블비에 더 환호했었다. 2009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칼로 변신하는 캐논 범블비 장난감을 받고 싶다고 산타 할아버지한테 편지를 썼을 정도이다. 결국 아내는 포장지가 파손된 덕분에 싸게 판매되었던 '범블비 3종 세트'를 구매해야 했다. 그해 크리스마스엔 아들과 함께 범블비 세 녀석을 변신시키느라 2시간 동안 끙끙거렸던 기억이 난다. (내 손재주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완전 꽝이다.)

옵티머스 프라임보다 범블비를 더 좋아했던 아들의 혜안은 2018년 크리스마스에 범블비 솔로 영화로 완성된 셈이다. 그렇기에 큰 기대를 안고 극장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극장은 만원사례였고, 어린이 관객도 꽤 많이 보였다. 그 사이에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두 눈이 반짝이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정확히 9년 전 '범블비 3종 세트' 장난감을 받고 좋다고 팔짝 뛰던 그 모습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마이클 베이가 떠난 '트랜스포머'는 어떨까?

2007년 [트랜스포머]가 처음 개봉했을 때의 설렘을 나는 잊지 못한다. 거의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이 그러하듯이 나 역시도 어렸을 때부터 로봇 만화, 장난감에 흠뻑 빠졌었다. 그러한 로봇에 대한 로망은 어른이 되면서 잠시 잊혔는데, [트랜스포머]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로봇에 대한 나의 로망을 완벽하게 부활시켜준 영화였다. 많은 이들이 [트랜스포머]를 두고 화려한 특수효과와는 달리 스토리가 부실하다며 혹평을 했지만 나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로 완벽하게 구현된 로봇만으로도 황홀했다.

이후 [트랜스포머]는 2009년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2011년 [트랜스포머 3]가 개봉했고, 주인공을 샤이아 라보프에서 마크 윌버그로 교체하여 2014년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와 2017년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가 개봉되며 명맥을 이어 나갔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1년 동안 총 다섯 편의 '트랜스포머'가 개봉한 셈인데, 주연 배우는 바뀌었어도 모든 '트랜스포머'에는 한결같이 마이클 베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문제는 '트랜스포머'에 대한 평가가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나 역시도 처음엔 로봇에 대한 로망 덕분에 부실한 스토리의 단점을 무시하며 영화를 즐겼었는데, 시리즈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실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에서는 캐릭터의 총체적 난국과 걷잡을 수없이 복잡해진 세계관으로 인하여 영화에 대한 재미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이렇게 '트랜스포머'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지고 있을 때 [범블비]가 개봉된 것이다. 게다가 [범블비]에서 마이클 베이는 감독이 아닌 제작자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과연 마이클 베이가 없는 '트랜스포머'는 어떨까?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에 내가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너무 많은 캐릭터와 복잡해진 세계관 때문이다.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는 아서왕의 전설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켰는데, 시리즈가 진행되며 점점 늘어난 오토봇과 디셉티콘 캐릭터가 난립했으며, 지구가 유니트론이라는 새로운 설정이 '갑툭튀'했다. 유니트론이란 행성을 먹고 사는 트랜스포머인데, 결국 지구가 트랜스포머 세계관에서 최강의 빌런이 되는 어리둥절한 상황이 전개된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범블비]에서만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범블비]는 2007년 개봉한 [트랜스포머] 이전의 상황을 그린 영화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트랜스포머' 세계관이 복잡해지기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렸다. 영화의 시작은 사이버트론 행성에서 디셉티콘과 오토봇의 전쟁 장면이다. 사이버트론에서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오토봇의 지도자 옵티머스 프라임은 오토봇을 각각 다른 행성으로 피신시키며 훗날을 기약한다. 그렇게 지구로 가게 된 오토봇의 막내 범블비는 지구에 도착하여 낡은 비틀로 변신해 폐차장에서 은둔을 하게 된다.

이후 진행은 [트랜스포머]와 비슷하다. [트랜스포머]에서 사춘기 소년 샘 윗윅키(샤이아 라보프)가 생일 선물로 받은 낡은 자동차가 '범블비'가 변신한 카마로이듯이, 아버지를 잃고 사춘기 방황을 하던 찰리 왓슨(헤일리 스테인펠드)은 자신의 생일날 낡은 폐차장에서 '범블비'가 변신한 비틀을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샘이 그랬듯이 찰리도 '범블비'와 친구가 된다. 

 

 

범블비와 찰리의 우정이 영화의 전부이다.

[범블비]는 초반 사이버트론 행성에서의 전쟁 장면을 제외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디셉티콘과 오토봇을 최소화시켰다. '범블비'와 '범블비'를 잡기 위해 지구에 온 두 대의 디셉티콘이 이 영화에 등장하는 '트랜스포머'의 전부이다. 그 덕분에 영화는 1시간 54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범블비'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있었다. '범블비'의 이름이 B-127이라는 딱딱한 숫자에서 호박벌이라는 뜻의 'Bumblebee'가 된 사연, '범블비'가 자신의 목소리를 잃고 라디오 방송으로 목소리를 대체해야만 했던 사연 등이 세세하게 영화 속에 펼쳐진다.

'범블비'의 캐릭터와 완성되는 동안 찰리의 캐릭터는 성장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어머니의 재혼으로 방황하던 소녀 찰리는 우연히 '범블비'를 만나고, '범블비'와 함께 목숨을 걸고 디셉티콘에 대항해 싸우면서 한 단계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다이빙 선수였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 다이빙을 할 수 없었던 그녀가 '범블비'를 구하기 위해 다이빙을 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이며, 더 이상 액션만 집착하지 않고 가슴 따뜻한 드라마를 삽입한 노력의 결실이다. 그리고 찰리와 메모(조지 렌드보그 주니어)의 풋풋한 로맨스도 좋았다.

확실히 [범블비]는 이전의 '트랜스포머' 영화들과 비교한다면 액션의 비중이 상당히 낮아졌다. '범블비'가 위기에 처하는 순간 옵티머스 프라임이 '짠'하고 나타나 도와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러한 깜짝 등장 없이 [범블비]는 오로지 '범블비'와 찰리의 활약만으로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뚝심을 보인다. 그로 인하여 액션의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처럼 혼란스럽지 않고, 한편의 가슴 따뜻한 가족 어드벤처 영화를 본 느낌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입김이 느껴지다.

누가 뭐래도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이다. 그는 자신의 주특기인 액션을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강철 로봇의 묵직한 액션과 군인의 총격씬은 이제 '트랜스포머'의 상징이 되었다. [범블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영화는 '범블비'와 찰리의 우정을 바탕으로 진행되지만, '범블비'를 뒤쫓는 정부 일급 기밀 기관 섹터-7의 번스(존 시나) 요원을 등장시켜 '트랜스포머'의 상징을 이어 나간다.

하지만 확실히 마이클 베이가 일선에서 물러나며 [범블비]는 마이클 베이보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입김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사실 스티븐 스필버그는 [트랜스포머]에서부터 제작자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었다. 하지만 워낙 마이클 베이의 입김이 강하다 보니 스티븐 스필버그의 입김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범블비]에서는 드디어 스티븐 스필버그의 입김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범블비]에서 [E.T.]가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호불호는 갈릴 것이다. 액션을 좋아하는 이라면 마이클 베이의 스타일이 그리울 것이고, 마이클 베이의 스타일이 아쉬웠던 이라면 스티븐 스필버그 스타일의 [범블비]가 반가울 것이다. 나는 스티븐 스필버그 스타일이 반가웠다. 물론 마이클 베이의 스타일도 싫었던 것은 아니지만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에서 분명 그 한계가 보였기 때문이다. 메모가 찰리에게 "가장 밝은 별은 가장 어두운 밤에 뜬다."라는 위로를 해준다. 내게 있어서 가장 어두운 밤이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라면, 가장 밝은 별은 [범블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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