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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맨] - 잘못된 것이 있으면 이렇게 바꾸면 된다.
12  쭈니 2018.12.24 14:00:04
조회 167 댓글 0 신고

감독 : 제임스 완

주연 : 제이슨 모모아, 앰버 허드, 니콜 키드먼, 패트릭 윌슨

마블에 대항하는 DC의 전략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흥행에서 승승장구하자 마블의 라이벌인 DC도 결코 가만히 있지 않았다. DC는 뿔뿔이 흩어져 있던 슈퍼 히어로들을 모아 DC 확장 유니버스(DCEU)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2013년 [맨 오브 스틸]을 시작으로 MCU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MCU의 완벽한 승리이다. DCEU는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 인지도가 높은 슈퍼 히어로를 초장부터 쏟아부었지만 MCU의 아성을 넘어서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DCEU의 초기 전략은 MCU와의 차별화이다. DCEU는 잭 스나이더에게 모든 권한을 넘겼는데, 잭 스나이더는 [300], [왓치맨]을 통해 이미 어둡고 암울한 세계관을 가진 그래픽 노블을 연출하는데 능력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그는 밝은 분위기의 MCU와는 차별화된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들로 DCEU 초기 라인업을 채워 넣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러한 DCEU의 차별화 전략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물론 DCEU의 실패를 무조건 잭 스나이더에게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체계적으로 캐릭터와 세계관을 완성한 MCU와는 달리 DCEU는 인지도 높은 캐릭터의 힘만 믿고 처음부터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캐릭터와 세계관을 만들어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었던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이 처참한 평가를 받자 DC도 전략 실패를 인정하고 변화를 받아들였다. 젊고 참신한 감독을 기용했고, 영화의 분위기를 밝게 꾸몄으며, 개그 코드도 삽입했다. 그 결과 2017년에 개봉한 패티 젠킨스 감독의 [원더우먼]은 좋은 평가를 받으며 DCEU 영화 최초로 4억 달러가 넘는 북미 흥행 성적을 올렸다. 현재까지도 [원더우먼]은 DCEU 영화 중 북미 흥행 1위 영화이다. (월드와이드 1위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이다.) 

 

 

깨알 같은 개그가 가득하다.

[원더우먼]을 시작으로 DCEU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은 [아쿠아맨]으로 이어졌다. [아쿠아맨]을 연출한 제임스 완 감독은 [쏘우], [컨저링]등을 통해 할리우드에 저예산 공포 영화의 돌풍을 일으킨 젊은 감독으로, 이미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을 통해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능력을 발휘한 바 있다. DC는 발 빠르게 제임스 완을 영입했고, 제임스 완은 [아쿠아맨]을 기존의 DCEU와는 전혀 다른 화려한 영화로 완성했다.

확실히 [아쿠아맨]은 기존의 DCEU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이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개그이다. 푹풍우 치던 날 등대지기인 토마스 커리(테무에라 모리슨)는 이상한 옷차림을 한 여인을 구조한다. 그녀는 정략결혼을 피해 도망친 아틀란타 왕국의 공주 아틀라나(니콜 키드먼). 낯선 인간의 집에서 깨어난 아틀라나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토마스의 어항 속 금붕어를 먹는데, 이 장면에서 아틀라나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금붕어를 사랑스럽게 먹는 아틀라나를 보고 토마스는 "강아지는 먹지 말아 줘요."라는 한마디를 던지는데, 겁에 질린 강아지의 모습은 또 어찌나 웃기던지...

[아쿠아맨]의 개그 코드는 이런 식이다. 결코 웃길 수 없는 상황에서 불현듯 튀어나오는 개그가 영화 내내 이어진다. 아서 커리(제이슨 모모아)에게 "당신이 피시보이냐?"고 시비를 걸던 덩치들은 한바탕 싸움 대신 셀카를 요청하고, 아서와 함께 아틀란 왕의 삼지창을 찾아 위험한 모험에 나선 메라(앰버 허드)는 아서와 계속 티격태격한다. '피노키오' 동화를 이용하여 아틀란티스를 빠져나오는 장면 (메라는 "고작 동화 하나에 우리의 목숨을 건 가야?"라고 책망하고, 아서는 "이게 책으로도 있었어? 난 영화로 봤는데."라며 응수한다), 유물을 작동시키기 위해 물이 필요한 장면 등 [아쿠아맨]은 깨알 같은 개그가 가득하다.  

 

 

더 이상 화려할 수는 없다.

DCEU 영화들은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라는 인식을 단번에 밝고 코믹한 분위기로 탈바꿈시킨 [아쿠아맨]의 최대 장점은 아틀란티스의 화려한 절경이다. 나는 [아쿠아맨]을 보며 MCU의 세계관을 우주로 확장시킨 2011년 개봉작 [토르 : 천둥의 신]이 생각났다. [토르 : 천둥의 신]처럼 [아쿠아맨]은 형제 간의 왕위 쟁탈전이 주요 내용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토르 : 천둥의 신]에서 신의 세계 아스가르드의 화려한 풍경에 압도되었었는데 [아쿠아맨]은 아예 대놓고 아스가르드의 화려함을 넘어서겠다고 선언하는 듯했다.

인간 세상을 공격하려는 야망을 가진 상어를 타고 나타난 아틀란타 왕국의 옴(패트릭 윌슨) 왕과 병사들, 해마를 타고 등장한 제벨 왕국의 네레우스(돌프 룬드그렌) 왕과 병사들의 대면 장면에서부터 기대감을 갖게 하더니, 메라의 요청에 아서가 아틀란타를 몰래 방문하는 장면에서는 화려함의 극치를 맛볼 수가 있었다. 아서와 옴이 불의 고리에서의 대결하는 장면과 영화 후반 해저 7개 왕국을 통합하여 인간 세상을 공격하려는 옴 왕국, 제벨 왕국, 피셔맨 왕국의 연합군과 브라인 왕국의 전쟁 장면 등 [아쿠아맨]은 그동안 DCEU는 물론 MCU 통틀어 가장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영화라고 할만하다.

물론 공포 영화를 통해 이름을 알린 제임스 완 감독의 주특기를 느낄 수 있는 공포스러운 장면도 있다. 해저 7개 왕국 중에서 퇴화하려 괴물이 되어 버린 트렌치 족의 소굴 장면은 정말 섬뜩했는데, 외모도 무시무시했지만 엄청난 수의 트렌치 족이 아서와 메라를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숨이 '탁' 하고 막히는 것을 체험했을 정도이다. 아틀란 왕의 삼지창을 수호하는 괴수 카라덴(줄리 앤드류스)의 위용 역시 공포 영화 전문 감독의 영화다웠다. 

 

 

DC는 모계 사회?

아틀란 왕의 삼지창을 아서가 빼내는 장면에서는 아서의 이름 그대로 아서 왕의 전설이 느껴졌고, 벌코(윌렘 대포)가 건네준 고대 유물을 통해 이제는 멸망한 데저터 왕국이 위치했던 사하라 사막에서의 여정,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에서 블랙 만타(야히아 압둘 마틴 2세)와의 결투 등 [아쿠아맨]은 2시간 2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전체를 인상적인 장면들로 가득 채워 놓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아서와 죽을 때까지 싸울 듯했던 옴이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 아틀라나의 등장으로 곧바로 아서에게 굴복하는 장면은 DC의 마더 콤플렉스를 떠올리게 했다. 실제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가장 놀림감이 된 것은 마사 사건이다. 끝없는 대립으로 죽을 때까지 싸울 기세였던 슈퍼맨(헨리 카빌)과 배트맨(벤 애플렉)이 어머니인 마사의 이름으로 화해하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웃음거리였는데, [아쿠아맨]에서도 아틀라나의 등장으로 모든 갈등이 단번에 봉합되는 장면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지금까지의 DCEU 중에서 나는 [아쿠아맨]이 가장 재미있었다. 2시간 23분이 짧게만 느껴질 정도로 볼거리가 풍부했고, 영화 중간중간에 웃을 수 있어서 가볍게 영화를 즐길 수도 있었다. 영화에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면 된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것은 DCEU에 대한 제임스 완 감독의 진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DCEU는 잘못된 전략으로 MCU와의 경쟁에서 뒤처졌지만 잘못된 전략을 빠르게 수정한다면 앞으로의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찌 되었건 MCU는 페이지 3를 마무리하고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한 페이지 4를 앞두고 있는 반면, DCEU는 이제 겨우 시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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