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루샤오주안(학뢰)과 이혼하고 아들 펭펭을 홀로 키우는 티안웬준(황보).

어느 날, 운영하던 PC방에서 일어난 싸움을 말리는 사이 친구들과 놀던 펭펭이 사라진다.

이혼한 아내와 함께 실종된 아들을 찾으러 전국을 돌아다닌지 수년이 지나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할 때, ‘실종 아동 찾기 모임’ 회원들과 함께 북쪽의 시골 마을에서 그들은 드디어 펭펭과 재회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는 친부모를 기억하지 못하고, 그를 유괴했던 남자의 아내 리홍친(조미)은 아이가 고아인 줄 알았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게다가 펭펭뿐만 아니라, 함께 그곳에서 자란 여동생 양지팡도 납치된 아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아이를 낳은 부모 웬준과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를 길러온 리홍친은 서로 아이를 두고 길고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저는 선전에 몇 년 전에 왔습니다

사업은 시작하자마자 망했고

아내와는 이혼했죠

아이를 잃는 건 상상도 못해봤어요

죽도록 애를 썼지만 희망이 안 보였어요

거울을 보면서 자신에게 말했죠

'아이를 찾을 수 있다. 넌 할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찾을 수 있다'

제 말이 맞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만 커졌어요 

전 생각했죠

난 아이를 잃고 나락까지 떨어졌는데

그걸로 사기를 치려고 하다니

어떻게 사람들이 그럴 수 있어요?

시간이 더 지나자 전화도 안 오더군요

정말 아무런 소식도 없었죠

그러니 어쩌면 사기라도 당하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요

그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희망이라도 생겼으니까요

희망이 없으면 죽음이죠

살 의욕이 사라져요

우린 계속 찾을 겁니다

꼭 찾고 말 거예요

맞죠?

유괴되고 그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기까지 얼마나 걸렸을 것 같아?

최근 중국 영화에 대한 소식을 접했을 때에는 특별한 감흥도 어떤 기대도 찾을 수 없었다. 몇 년 동안 딱히 좋은 영화를 만난 적 없었고 그런 기대를 할 수 있을만한 능력 있는 감독도 줄어들기만 했다. 실망만 커졌다.

경제적으로는 계속적으로 번영하지만 문화적인 면에서는 성장이 더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앞으로는 달라지리라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는 좋은 영화를 만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기대 없이 보게 된 ‘친애적 / 디어리스트’는 그런 기대 없음 때문에 더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현재 중국의 사회문제(들)을 이런 식으로 풀어냈다는 것에 감탄하게 되고 단순히 여러 문제점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에 끝나지 않고 여러 입장에서 그런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인 결과물이었다.

‘친...’은 이야기, 연기 그리고 연출이 잘 뒷받침해주고 있고 전체적인 완성도가 흠잡을 것 없는 영화였고 이런 영화로 완성한 진가신 감독의 능력 또한 새롭게 생각해보게 된다.

실제 이야기와 영화적 이야기가 서로 잘 어우러져 있고 (너무 영화적으로 풀어냈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아이의 실종-납치-유괴라는 중심 이야기 외에도 여러 이야기들(이혼, 부부갈등, 빈곤, 도시와 지방의 격차, 지방에서 도시로 온 사람들의 혼란과 어려움, 아동유괴-납치-매매, 1가구 1자녀의 문제점, 새롭게 생겨나는 사회문제에 대한 법적인 준비의 미흡함, 노인복지문제, 금전만능주의 등등)이 함께 입체적으로 다뤄지고 있어서 더욱 집중해서 영화를 보게 만든다.

중국에서 점차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이혼의 증가와 (도시로) 낙후지역 사람들의 거대한 유입, 인구밀집 그리고 빈곤문제, 아직 개발과 개선이 시급한 도시 이외의 지역들, 악질적인 범죄라고 말할 수 있을 아동유괴-납치 그리고 아동매매, 중국도 피할 수 없는 금전만능주의까지 ‘친...’은 다루려고 하는 것들의 범위는 많고 한쪽의 시선만이 아닌 여러 시선으로 살펴보려고 하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쉽게 말해서는 개인과 가족에 대한 문제와 사회에 대한 문제를 한 영화에 잘 녹여내고 있다.

2009년 7월 중국 남부 선전

거대한 도시의 허름한 뒷골목 

그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아빠와 아이 그리고 이혼한 아내

어느 날 순식간에 사라진(실종-납치-유괴된) 아이

아이를 잃은 것에 대한 충격과 아이를 찾기 위한 노력 그리고 일상의 파괴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한 피폐해진 삶과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을 견디는 과정

엄청난 속도로 발전한 중국-도시의 풍경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성장의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지역-공간들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겨 온 다음 여러 악조건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돈에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의 추악함

다른 환경과 조건으로 인해서 개인과 개인의 차이는 커지고 지역과 지역의 차이 또한 커졌다.

‘친...’은 아이의 실종-납치-유괴라는 이야기로 곧장 시작하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보기가 불편하고 힘들다는 말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아이는 사라졌고 찾을 방법은 막연하기만 하다. 아이를 되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보지만 결과에 좌절할 뿐이고 그러다보니 삶은 점점 망가져간다.

전형적이고 일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진행이지만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영화적이기 보다는 사실적인, 다큐멘터리와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연출 때문에 좀 더 감정적으로 흔들려지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지아장커말고 다른 감독의 시선으로 중국의 어두운 모습들을 보기는 무척 오랜만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무척 각별하게 생각된다. 과연 얼마만큼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지만 ‘친...’은 그런 슬픈 이야기에만 몰두하고 있진 않다. 이야기 진행과 함께 왜곡됐고 뒤틀린 중국의 산업화-도시화와 경제성장, 도시로의 인구 유입과 초고속 성장 뒤의 암울하고 어두운 뒷모습들, 뒷골목과 뒷거리의 풍경, 도시로 향했지만 갖은 것 없이 제대로 머물 곳 없이 여러 사람들과 뒤섞여 지내고 있는 열악한 환경 등등 중국의 성장 이면의 모습들을, 드넓은 중국의 거대함과 그 거대함으로 인해서 순서 없이 혼란스러움 가득한 상황들이 어떤 식으로 일어나고 있는지를, 엄청난 성장으로 인해서 어떤 식으로 뒤쳐진 사람들이 생겨나는지 내몰려지고 아예 그 성장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또 어떻게 살아가고 변해버렸는지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냉정하고 비난에 가까운 시선은 아니지만 삭막하게 변해버리고 두려움으로 가득하게 된 중국의 현재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친...’은 실종-납치-유괴 사건을 통해서 중국의 변화된 모습들을 두루 살펴보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런 의도가 없었어도 여러 가지를 함께 다루고 있는 시도가 좋았고 그걸 성공적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무척 인상적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

아이 잃은 부모의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을 다루는 전반부 이후 우연하게 그리고 너무나도 운이 좋게 아이를 되찾은 다음 ‘친...’은 그것으로 이야기를 마치지 않고 그 이후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다른 영화와는 다르게 무척 흥미로운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친...’은 아이를 되찾은 다음 그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해도 충분했을 것이다. 이 작품의 이야기가 갖고 있는 힘과 그밖에 함께 다뤄지는 이야기들이 갖고 있는 무게감도 있어서 아이를 되찾는 것으로 끝을 냈어도 큰 문제는 없었을 영화였다. 하지만 ‘친...’은 아이를 되찾은 이후의 여러 당혹스럽고 복잡한 상황들로 인해서 좀 더 특별한 영화가 되고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아이를 되찾기는 했지만 되찾은 아이는 부모를 알아보지 못하고 실종 이후의 기억만 있어 되돌아온 환경이 낯설기만 하고 어려워하기만 하다. 어색하게 반응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당황하고 괴로워하는 부모의 심정 또한 복잡하기만 하다.

잃었던 아이를 되찾은 다음 모든 것이 쉽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그건 여의치 않다. 이혼했던 아내는 새로운 가정을 꾸렸지만 아이를 잃고 다시 되찾는 과정에서 다시금 이혼을 하게 되는 괴로움을 겪게 되고 남편 또한 아이를 찾는 그간의 과정 때문에 경제적으로 무척 궁핍하게 지내게 된다. 마지막으로 아이 또한 연거푸 뒤바뀌는 부모와 생활환경의 변화로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친...’은 이렇게 관계가 끊어지고 다시 관계가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야기의 후반부를 진행시키면서 그것과 함께 이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척 이상한 설정에 관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자신이 불임인줄 알고 있던 여성이 남편이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아이(들)을 데려왔고 그걸 그대로 믿고 정성껏 사랑으로 키웠던 아이들이 납치되고 유괴됐던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그동안 진심으로 사랑 가득하게 키웠던 정을 지울 수 없어 아이를 되찾아보려는 애처로운 노력이 더해지면서 이 영화는 무척 묘한 방식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분명 일정한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유괴됐지만 부모를 찾을 수 없는 아이에 대한 양육권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일까? 반대로 그렇지 않게 한다면 끈끈하기만 한 가족관계를 강제로 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새로 아이를 갖기 위해서 실종된 아이에 대한 사망신고를 해야 한다면 과연 그것은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어떤 상처를 더하는 것일까?

뭘 그런 것까지 고민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되물음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곤혹스럽기만 한 질문이 계속해서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친...’은 단순하게 볼 수 있을 문제일 것 같으면서도 조금은 어렵게 그리고 대답하기 곤란하게 상황을 만들고 생각을 해보도록 보는 사람을 밀어 넣고 있다.

가파른 상승을 이뤄낸 중국의 성장과 변화 그리고 늘어나고 새롭게 생겨난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해내지 못하는 현재 중국이 갖고 있는 상황과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런 저런 아픔과 상실 그리고 어려운 삶을 꾸려가고 있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친...’은 아이의 실종-납치-유괴가 영화의 중심에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급격한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혹은 통제하지 못하는 중국의 곤혹스러움을 영화로 담아내려고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좋은 영화였다.

오랜만에 추천할만한 중국 영화를 만난 것 같다.

보기 편한 영화도 아니었고 어떤 입장을 쉽게 정할 수 있는 영화도 아니었다. 온갖 고민과 문제점들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참고 : 아무리 생각해도 공식 포스터는 영... 그리고 영화가 끝난 다음 배우들과 실제 가족이 만나는 장면은 조금은 과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 사건과 영화가 얼마나 다른지를 더 강조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