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대 서부영화의 대표작으로, 네빌 슈트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펄은 백인 아버지와 인디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 처녀. 아버지가 품행이 깨끗하지 못한 어머니를 살해, 교수형을 당한 뒤, 아버지 친척인 남부의 로라벨 아주머니 집에서 살게된다. 로라벨은 남부의 대 목장주 잭슨 맥캔리스의 부인이다. 로라벨의 두 아들 제시와 루트는 곧 펄을 좋아하게 된다. 서부에 철로가 생기면서 철로부설을 반대하는 맥켄리스는 철도회사 편을 든 아들 제시와 의절하고 집에서 쫓아낸다. 루트는 펄을 유혹해서 친하게 되나 아버지의 반대로 펄과 결혼할 생각을 버린다.“

이제 정말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봐

아빠를 위해서 그렇게 할 수 있지?

눈물도 슬픔도 보이지 마라

지금도 앞으로도

지옥과 천국은 불확실한 두려움과 희망을 주지만

이 삶에서 확실한 것은

단 한 가지, 단 한 가지만은 누구에게나 확실한 것이지

한번 피었던 꽃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

‘백주의 결투’는 이름 있는 감독인 킹 비더의 작품이고 제니퍼 존스나 조셉 코튼, 그레고리 펙 그리고 릴리안 기쉬와 같은 유명 배우들이 출연해서 무척 풍성하게 영화를 꾸미지만 굳이 이렇게 영화를 부풀릴 필요가 있었나? 라는 생각도 들게 되는 결과물이었다.

좀 더 규모를 줄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영화를 이렇게 키워내게 된 이유에는 아마도 데이비드 O. 셀즈닉의 영향력 때문이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아마도 크게 틀리진 않았을 것 같다.

데이비드 O. 셀즈닉

헐리우드의 역사 속에서도 유난스러울 정도로 튀는 제작자인 셀즈닉은 단순한 제작자이기 보다는 영화를 만들 때 감독의 권한을 침범하거나 직접적으로 촬영 과정에 개입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무척 악명 높기도 하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레베카’와 같이 불멸의 걸작들을 만들어낸 사람이라 뭐라 쉽게 말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혼혈아 여성 펄

거대한 맥켄레스 목장-왕국의 첫째 아들 제시 그리고 둘째 아들 루트

아름다운 여성 펄을 두고 착하고 모범적인 제시와 잘생기고 매력적이지만 제멋대로인 루트가 둘의 대조적인 성격처럼 펄에게 다가가는 방식 또한 다르면서 그들이 어떤 식으로 사랑을 하게 되고 서로 갈등하다 비극을 겪는지를 ‘백주...’는 지나칠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볼거리를 곁들이며 보여주고 있다.

삼각관계

편애 받는 둘째에 대한 첫째의 서운함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철도의 등장과 그로 인해서 그동안의 삶의 방식과 달라질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

이런 저런 갈등과 다양한 이야기와 여러 주변인물을 통한 덧붙여지는 재미들까지

‘백주...’는 분명 한 영화에 많은 이야기들과 갈등들 그리고 시대적인 변화의 모습까지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에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거대한 시대극이자 통속극이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에서 중심을 잡고 있어야하는 펄이 계속해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오락가락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는 엉성해지고 신통찮은 완성을 보여주고 있다.

펄의 모습은 감정적으로는 이해될 수 있는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영화적인 진행을 혹은 볼거리를 위해서 너무 꾸며낸 것 같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된다.

아내의 부정에 분노해서 아내와 (함께하고 있던) 남성 둘 다 살해하고 사형을 당하게 되는 주인공 펄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너무 신속하게 진행하면서 ‘백주...’는 조금은 충격적인 시작을 하고 있는데, 굳이 이처럼 놀라움을 만들어내면서 영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었는지 생각해보게 되지만 아마도 그건 원작이 이미 그런 식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젊은 여성을 홀로 서부로 향하게 만들기 위핸 이유를 만들 방법치고는 너무 과격한 방식이었던 것 같다.

‘백주...’는 혼혈아라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젊은 여성이 홀로 삶을 꾸려나가기는 가능할 수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로 만들려는 것 같다가 엉뚱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녀가 어쩌다 이쪽저쪽으로 남성들에게 마음을 주고받다가 잘못된 선택들이 이어지게 되는지를, 어머니의 잘못을 운명적으로 이어받아 자신의 삶을 비극적으로 끝맺게 되는지를 쓸데없이 빙빙 돌려서 풀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영화였다.

볼거리도 많고

이야기도 아주 허술하지는 않지만

결국에는 영화를 어쩌다 이런 식으로까지 만들어야했을까? 라는 생각이 크게 들게 된다.

모범적인 첫째 제시의 모습에서 여러 본받을 점들을 찾게 되지만 너무 모범적이고 교과서적이라 이미 접했던 다른 영화들과 큰 차이를 찾지 못하는 배역이었고, 제멋대로지만 인간적인 매력을 갖고 있던 둘째가 점점 무법자가 되어가고 자신의 삶을 망가지게 만드는 모습 또한 흥미를 끌게 되고 그레고리 펙의 연기 경력에서 무척 이색적인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하지만 어째서 펄에게 유독 집착하는지를, 반대로 그러면서도 반대를 무릅쓰고 그녀에게 모든 것을 걸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잘 이해되지 않게 영화가 되는 것 같다.

반복해서 말한다면 잘 꾸며진 영화이면서도 뭔가 이상하고 정돈되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여주인공 펄이 중심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첫째 제시와 아버지의 갈등이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들에 대한 처음에는 선명했지만 나중에는 후회하는 모습들, 아들들 사이의 갈등을 지켜봐야만 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리고 그들의 연기가 더 눈길을 끌고 있고 집중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좋게 본다면 펄이라는 여성이 겪는 기구한 삶을 서부가 큰 변화를 겪어야 하는 시기에 끼워 맞춰 그 격랑의 시대를 어떻게 겪었는지 보여주는 영화이고 서부의 다양한 모습들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들을 단순하고 진부한 이야기 속에서 거대한 풍경화를 그리듯 보여주는 영화라고 볼 수 있는 ‘백주...’이지만 뭔가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구석이 없다는 느낌으로 가득한 영화이기도 한 것 같다.

잘못되고 이상하지도 않지만 알맞지도 않고 어울리지도 않다는 느낌이랄까? 실패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걸 제대로 된 완성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성공적인 완성이라고도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영화를 보게 될 때면 좋은 영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것저것 구색은 다 갖췄음에도 결국에는 뭔가 아쉽고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영화가 됐다.

‘백주...’는 해내려고 하는 야심이나 욕심에 비해서는 뭔가 부족함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데이비드 O. 셀즈닉의 지나친 야심이나 욕심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킹 비더의 부족한 능력과 재능 때문인지 정확하게 따지기는 어렵지만 어쩐지 데이비드 O. 셀즈닉 때문에 이런 문제가 일어났을 것 같다는 편견을 갖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까지 완성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 이야기였다.

좀 더 규모를 줄였다면 더 좋은 완성이 가능하지는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