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 Icarus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선 진실을 알리는 게 혁명이다
모두가 거짓을 수용하면 거짓은 역사의 일부가 되어 진실이 된다
- 조지 오웰 -
엄청난 혐의를 제기하려면
엄청난 증거를 가져오셔야 할 겁니다
그런데 그런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어요
지금은 육상 종목뿐이지만
모든 스포츠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향후 모든 스포츠의 존립 여부를 좌우할 수 있어요
결과가 정해진 운동 경기를 뭐하러 보겠어요?
한국에서 크게 불거진 스포츠 관련 부정과 부패 그리고 스캔들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불법도박이나 승부조작과 관련된 내용들이 먼저 생각날 것이다. 불법 약물 복용과 같은 경우도 있어왔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런 유형보다는 승부조작과 관련된 문제가 더 많이 있어왔다고 기억된다.
해외의 경우는 승부조작과 같은 유형의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도 크지만 불법 약물 복용에 대한 문제 또한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고 ‘이카루스’는 최근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단 불법 약물 복용 파문에 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숨겨져 있던 진실들을 폭로하고 있다. 스포츠에 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생각 이상으로 충격적이고 불법 약물 복용을 감추려는 거짓과 위선을 낱낱이 까발리고 있다.
‘이...’의 시작은 조금은 엉큼하게 시작하고 있다. 감독 브라이언 포겔은 자전거 선수로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약물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금지 약물 복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하면서 약물검사의 시스템을 피할 수 있고 그 결함을 파고들 수 있는 방법-사람을 찾아내게 된다.
육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만이 아닌 육체의 한계를 더 높이는 방법을 찾게 된다. 금지된 약물을 통해서.
그리고리 로첸코프
은밀하게 소개받은 그리고리 로첸코프는 모스코바 올림픽 연구소장이고 약물 복용에 관해서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게 될 정도로 그쪽 분야에 정통해 있는 사람이었고 그리고리 로첸코프를 통해서 감독 브라이언 포겔은 약물검사를 피할 수 있으면서도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금지된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다.
잘못된 방식이지만 적발되지는 않는 방법. 약물복용과 약물검사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을 통해서 그 모든 것들을 피하면서 인위적으로 경기력은 높아져간다.
그리고 그런 잘못들을 적발해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적발되지 않는 방법을 개발하고 선수들의 성적과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서 불법적인 방식이 가능하도록 방법을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스포츠에 대한 순수함은 환상일 뿐이며 거짓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거짓만으로 채워진 세상.
그리고리 로첸코프 그리고 감독 브라이언 포겔 모두 간단하게 말해서 윤리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행동들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보여주면서 어떤 과정과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모든 것을 설명하면서 그들의 잘못은 폭로의 모습으로 변해버린다.
금지 약물 복용 중 러시아의 모든 선수가 약물을 복용한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독일 공영방송 ARD 에서의 도핑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는 그리고리 로첸코프와 감독 브라이언 포겔 모두를 새로운 상황에 빠져들게 만든다.
너무나 폭발력이 강했고 스포츠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만한, 한번 불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갈 사건이기 때문에 모든 이들은 불안감 속에서 상황을 지켜보게 되었고 결과는 적당하게 덮일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약물 복용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들이 얼마나 안이하게 생각하거나 해야 할 절차를 건너뛰고 대충 뭉개면서 진행하는 모습에서 어째서 이런 부정이 더 활발해지고 확산되었는지 알만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부정과 부패는 싹트고 더 퍼지게 된다.
불법 약물 복용과 관련해서 만연한 부정과 부패를 구조적으로 시스템으로 만든 이들이, 조직적 체계적 계획적으로 운영한 이들이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단이고 그들은 국가적 우월성을 선전하고 국민들을 하나로 결집시키기 위해서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잘못을 조장하고 부추긴다.
그리고리 로첸코프는 그런 금지 약물 복용에 관한 실무자 중 한명이었고 그 과정 모두를 알고 있는 사람 중 핵심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꼬이고 꼬이면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그리고리 로첸코프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들을 숨기려하지 않고 고백하게 되고 감독 브라이언 포겔은 어쩌다보니 그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게 되는 관찰자가 되어버린다.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단 불법 약물 복용을 주도한 이들 중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 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까지 밝히고 지금까지 오랫동안 이뤄졌던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단의 불법 약물 복용까지 폭로하면서 스포츠 정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까지 만들어내는 ‘이...’는 러시아에 의해서 최대한 덮어내려고 하고 은폐하려고 했고 그 과정 속에서 석연찮은 죽음들이 있었지만 많은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올림픽이라는 것에 대해서 스포츠-운동경기에 관해서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이 남아있는지 의문을 갖도록 만든다.
너무 큰 충격이라 이게 과연 얼마만큼의 충격인지 깨닫지 못할 정도로의 충격이랄까?
특히 러시아가 스포츠를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에 이용하려는 정화이나 폭로로 인한 여러 정치적 파장은 ‘이...’가 다루는 것이 단순히 스포츠와 관련한 부정만이 아닌 금지된 약물 복용에 관한 내용만이 아닌 더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스포츠가 운동경기가 단순히 스포츠만이 운동경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직적인 개입이 이뤄졌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는 스포츠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부정하고 그 근본까지 뒤흔들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과연 어떤 식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 속에서 영화를 끝맺고 있다. 교묘하게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고 국가차원에서 불법 약물을 복용하도록 하는 경우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스포츠 경기에 어떤 부정도 없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과연 어떤 식으로 부정을 막을 수 있을까?
사안 자체가 너무 거대한 충격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빨리 잊으려 하거나 덮어내려고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더 당연시하게 벌어질 수 있는 불법 약물 복용을 어떤 식으로 막아야 할 것인지 ‘이...’를 보면 그 가능성에 큰 의문을 갖게 하고 얼마만큼 부정이 만연하고 누구나 쉽게 부정에 동참할 수 있는지도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스포츠가 운동경기가 갖는 그 순수한 재미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해준다.
충격적인 진실이면서 그 진실에 얼어붙게 만든다.
참고 : ‘이...’는 넷플릭스 NETFLIX 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