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렌드> '지독한 외로움'이라는 공포
▣ 예쁘고 밝은 성격의 '로라'의 곁에는 언제나 많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로라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마리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친구 신청을 했고 로라 역시 받아줬는데..
예쁘고 밝은 성격의 '로라'(알리시아 데브넘 캐리) 곁에는 언제나 친구들이 가득합니다. 때문에 로라의 '페이스북' 계정은 언제나 많은 친구들이 찾아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보였고 그녀를 친구로 추가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았었는데 '마리나'(리슬 알러스)는 이런 로라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언제나 후드를 눌러쓴 채 음침한 기분이 들 정도로 어두워 보이는 마리나는 로라와 달리 주변에 아무도 없는 학생이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언제나 친구들에게 둘러 쌓여 있는 로라가 부러웠던 것이죠.
그래서 마리나는 용기를 내어 로라에게 '친구 신청'을 하는데, 이런 마리나의 특별한 모습에 호기심을 느꼈던 로라는 그 친구 신청을 수락하지만 그 후로 자신에게 과도한 관심을 넘어 집착을 보이는 마리나가 부담스워지며 점점 섬뜩한 기분까지 느꼈기에 얼마 지나지않아 마리나와의 SNS 친구 관계를 '언프렌드' 하고 맙니다. 그런데 그 뒤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마리나, 특히 마리나의 자살 장면이 찍힌 영상이 자신의 SNS에 올라와 있는 것을 알게 된 로라는 점점 공포스러운 일들과 마주하게 합니다. 자신이 올린 영상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곳은 자신의 SNS였기 때문에 그 끔찍한 영상을 본 이들의 비난은 온전히 로라에게 향했고 그녀와 친구 관계까지 삭제하면서 로라 역시 마리나처럼 점점 외로운 처지가 되어갔던 것입니다.
▣ 쉽게 만들어지고 정리가 되기도 하는 'SNS'상의 인간관계
그리고 거기서 비롯하는 외로움과 공허하게만 느껴지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
이처럼 <언프렌드>는 'SNS'와 연계하여 발생하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담아내는 공포(?)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저 영화적인 이야기로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던 '현상'들이 공포스럽기 보다는 조금씩 그 실체가 밝혀지는 과정속에서 마리나가 그동안 겪어왔고 느꼈을 참담한 심정들이 더 안쓰럽게 와닿는 영화였습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외로웠던 그녀는 어린 시절에도 험한 일들을 많이 겪었기에 그 시절의 기억이 행복한 것으로 남아 있을 수가 없었고 그렇게 일생을 고통스러운 기억과 함께 외롭게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 때문에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사랑을 주는 것이 전혀 익숙할 수가 없었던 마리나였기에 자기 나름대로의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한 부담이자 집착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때문에 로라는 그녀와의 관계를 그저 '클릭' 한번으로 정리하려고 했지만, 마리나에게는 그것이 너무나도 큰 충격과 고통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일테고요.
이렇듯 <언프렌드>는 다소 극단적인 설정을 갖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너무나도 쉽게 만들어지고 또 정리가 되기도 하는 'SNS'상의 인간관계와 거기에서 비롯하는 외로움과 공허하게만 느껴지는 껍데기 뿐인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로도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많은 영화들에서 담아냈었던 이야기들과 교집합을 갖고 있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 '블랙미러의 저주'라는 것을 끌어들이고 있었던 <언프렌드>
다만 굉장히 전형적이고 익숙한 패턴의 이야기는
큰 흥미를 느낄 수 없는 것들이기도 했습니다. 뻔한 공포 효과 역시 마찬가지..
때문에 꺼진 컴퓨터의 모니터나 스마트폰 화면과 연결이 되는 '블랙미러의 저주'라는 것을 끌어들이면서 'SNS'라는 온라인 세상에서 비롯하지만 그것이 현실의 나에게도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그저 공포영화보다 더 무섭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시도만큼은 흥미롭게 느껴지던 작품 <언프렌드>였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없는 외로움을 로라가 직접 느끼게 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그대로 전해주려고 했던 마리나란 여자의 '실체', 자살하는 영상이 찍혀 있지만 시체를 찾을 수가 없었던 그녀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고요.
그러나 이러한 장치들은 제법 흥미롭게 느껴지는 영화였지만, 그를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다분히 전형적입니다. '블랙미러의 저주'라는 듣도 보도 못한 저주에 대한 정보를 너무나도 쉽게 인터넷을 통해서 찾아내고, 또 그렇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저주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로 향하게 되는 이들이 마주하게 되는 진실과 같은 이야기들은 굉장히 익숙한 패턴이기도 한 것인데, 어쩌면 이런 구조의 선택이 가장 안전하고 쉬운 방법일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특별함은 전혀 느낄 수 없는 영화가 되어버린 <언프렌드>였습니다. 그리고 역시 '쾅'하고 치는 사운드와 함께 갑자기 튀어나오는 무언가에만 의존하고 있는 공포 장치들 역시 너무나도 익숙하게만 느껴지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