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배트맨 무비> 유쾌 상쾌 통쾌 훈훈
▣ 수많은 DC 캐릭터들을 '레고판'으로 옮긴 <레고 배트맨 무비>
그 다양한 캐릭터에서 비롯하는 영화의 매력과 깨알같은 유머들
작년, 야심차게 출발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과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연이은 혹평 세례로 인해 다소 의기소침해져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DC'에게 어쩌면 <레고 배트맨 무비>가 한 줄기의 빛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 이 작품은 'DC 유니버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영화이고 '배트맨'이란 그들의 대표적인 히어로를 비롯하여 조커, 할리 퀸, 미스터 프리즈, 리들러, 포이즌 아이비, 캣 우먼, 베인 등등의 수많은 DC 캐릭터들을 '레고판'으로 옮긴 영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본 영화가 보여준 캐릭터의 매력과 깨알같은 유머들은 DC 캐릭터들에 대한 호감을 갖게 하기에도 충분해 보였던 것인데, 그만큼 <레고 배트맨 무비>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레고 브릭'의 질감을 잘 살리면서도 애니메이션의 재미와 익숙한 캐릭터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 온갖 것들을 다 끌어다 쓰고 있는 패러디의 향연
그리고 서슴없이 날리는 독설(?)과 셀프 디스들이 만들어내는 웃음
특히 <레고 배트맨 무비>가 흥미로웠던 부분은 온갖 것들을 다 끌어다 쓴 다양한 패러디를 비롯하여 서슴없이 날리는 독설, 즉 'DC'의 셀프 디스입니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사"를 외치며 빌런으로 등장하는 볼드모트나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던 '사우론의 눈', 유명 건물들만 때려부수고 다니다는 악당 '킹콩', 그리고 죠스, 메두사 등등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패러디' 된 수많은 캐릭터들뿐 아니라 앞에서 언급했던 'DC' 코믹스 내의 수많은 악당들까지 모두 출동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멤버는 한없이 초라하게 보일 정도의 캐릭터의 향연을 보여주고 있었고 이를 통한 깨알 같은 웃음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죠.
또한 '슈퍼맨'에 대한 한없는 경쟁심, 질투심, 혹은 열등감이나 호승심까지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배트맨의 모습도 귀여웠고, "악당을 잡는데 악당을 이용한다? 멍청한 생각이군" 같은 셀프 디스, 그리고 '마블'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아이언맨'을 타겟으로 하는 "아이언맨 재수없어"라는 배트맨의 암호 등등 영화 곳곳에 숨어 있는 위트있는 장면들과 대사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유머들이 즐거웠던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DC'의 영화를 알고 봐야 더 큰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 화려하면서도 귀여운 볼거리를 자랑하고 있었던 <레고 배트맨 무비>
이처럼 유머와 위트가 살아 있는 <레고 배트맨 무비>는 꽤나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저 많은 캐릭터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난리법석을 떠는 고담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자 초토화가 되고 마는데 일반 영화 같았으면 이런 장면들을 표현해내기 위해서 대단히 막대한 제작비가 들 수 밖에 없었겠지만 '레고 브릭'을 통해 표현되는 이런 장면들은 그 아비규환의 현장이 그저 귀엽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멋진(!) 액션을 선보이는 배트맨과 양아들이자 든든한 파트너 '딕', '그에게 이런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게 해줬던 알프레드와 배트맨이 첫눈에 반한 상대 '바바라 고든'의 팀플레이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었고요. 또한 영화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레고가 아닌 실제 영상'들 역시 흥미로운 유머 포인트들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 배트맨에게 있어서 그 누구보다 가장 큰 적이었던 그 내면의 두려움
이 아비규환을 겪으며 '함께하는 삶'의 의미를 되찾게 되는 배트맨을 통해
영화는 '함께하는 공존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결코 무게를 잡진 않고요
그리고 이렇게 함께 악당들과 맞서는 과정을 통해 언제나 혼자하는 것이 익숙했던 배트맨은 '함께'의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에서 기인하여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것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와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는 것을 피하려고만 했던 배트맨. 그래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쉽게 내뱉기도 했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밀어내면서 스스로 선택한 외로운 삶을 살아야만 했는데 난리법석의 고담에서 함께 힘을 모아 악당들과 맞서며 네 사람이 하나의 '팀'이 되어갔던 과정은 배트맨에게 있어서 그 어떤 적보다도 가장 큰 두려움이었던 내면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조커와도 남다른 우정을 과시했던 배트맨, 이처럼 <레고 배트맨 무비>는 결코 무게를 잡지 않는 이야기들을 통해 '함께하는 공존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그 이야기들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극중 배트맨처럼 작년의 아픔(?)을 딛고 올해는 좋은 작품들로 만날 수 있길 바래요 DC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