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귈때부터 남자친구는 회피형 남자였어요. 툭하면 동굴에 들어가고, 싸우면 100% 동굴에 들어갔다가 얼마 지나고 나면 아무일 없었다는듯 연락을 하고요... 그러다 최근에 남자친구가 게임에 빠져있는것 가지고 한마디 했더니 그게 또 싸움이 되었고 또 잠수... 연락이 안된지 벌써 이주째네요... 

이거 뭔가요? 잠수이별인가요? 정말 답답하네요... 헤어질거면 헤어지자고 말이라도 하던가... 확 욕이라도 한바탕 퍼부어버릴까요? - N양 

우리의 두뇌는 기본적으로 호와 불호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오로지 컴퓨터처럼 0과1, 자극이 있느냐 없느냐만 구분할뿐이다. 그러다보니 가장힘든건 힘든 일상이 아닌 아무자극없는 일상이며 연인관계 또한 싸우다 헤어지는 것보다 잠수이별이 더 괴로울 수 밖에 없다. 

그러니 N양의 입장에서 이렇다할 말없이 잠수이별인것만 같은 이 상황이 얼마나 괴롭겠는가?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달리해보면... 잠수이별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싫다면 상대가 연락이 되든 되지 않든 내가 헤어지기로 결정하면 될 일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고통이 너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네가 그 고통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잠수이별이라는건 사실 아무 말이 없거나 애매한 상황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의견표현이다. 투표를 할때에도 일부러 무효표를 던질 수 도 있는것처럼 이별도 잠수이별을 택할 수도 있는거다. 

상대는 나름의 선택을 했으니 N양 또한 나름의 선택을 하면 그만이다. 이것이 예의가 아니네 어쩌네 한다한들 달라질것이 무엇일까? N양이 남자친구에게 비난을 쏟아낸들 남자친구가 N양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나름의 보상을 할까? N양 입장에서는 남자친구를 비난하고 욕을 하면서 복수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관점에 따라 N양의 행동은 다 끝난 일에 혼자 방방뛰는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욕을 하든, 가끔 연락을 하든 뭐든 N양의 선택이다. 중요한건 현재의 상황에서 N양이 나름의 선택을 하는 것이지, 남자친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비난할 필요가 없다. 남자친구가 잘못한게 없고, 남자니까 이해를 해줘야한다는게아니라. 쓸데없는 흥분은 부처님의 말처럼 내가 스스로 고통을 붙잡고 있는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