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인터넷에서 많은 글들을 보며 정말 반성이 되더라고요. 처음엔 갑자기 헤어지자는 남자친구가 예의가 없고 나쁜것이라 생각을 했었는데... 글을 읽다보니 참... 남자친구도 힘이 들었겠다 싶었어요. 

특히 바닐라로맨스님 글들을 보며 제가 얼마나 감정적이었고 자기 중심적이었는지 알게 되더군요. 늦게라도 매달릴까 싶다가도 그러면 서로에게 더 큰 상처만 될것 같고... 그래서 이별후 마음정리를 깔끔히 하고 서로 새출발을 해야하나 싶다가도 자꾸 머릿속에서 남자친구가 지워지질 않네요...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 K양 

할 수만 있다면 이별후 마음정리를 빨리하고 다른 사람과 새출발을 하고 싶은데 이별후 마음정리라는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마음정리를 하려고 하면 할수록 상대에 대한 기억들은 선명해지고 더욱이 내가한 잘못들만 계속 생각이 나게되니 마음정리를 하려고 해도 되질 않는다. 

대체 왜 이러는걸까? 상대를 너무 사랑해서? 나의 마음이 너무 아파서? 물론 이런 로맨틱한 이유들도 영향을 끼치겠지만 이별후 마음정리가 쉽지 않은건 그런 로맨틱한 이유 보다는 자이가르닉효과의 영향이 더 크다. 자이가르닉효과란 러시아의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이 발견한 심리현상이다. 

자이가르닉은 동료 학자들과 함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그곳에서 메모를 하지도 않으면서 서빙을 완벽하게 하는 종업원을 만나게 된다. 자이가르닉은 그가 정말 뛰어난 기억력을 가졌다고 여겼는데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섰다가 물건을 놓고왔다는게 떠올라 다시 식당에 들어갔는데 그 식당 종업원은 자이가르닉을 전혀 기억을 못하는게 아닌가? 

이에 자이가르닉은  심리실험을 하였다.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누고 간단한 과제를 주어 풀게 하였는데 A그룹은 그들이 과제에 집중하도록 내버려 두었고, B그룹은 중간에 다른 과제를 주기도 하였다. 이후 참가자들에게 기억나는 과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주문을 하였는데 과제 도중에 다른 과제를 받기도 했던 B그룹이 월등히 더 많은 기억을 해냈다. 

이로인해 자이가르닉은 우리의 두뇌는 목표를 달성할때까지는 긴장을 하며 높은 기억력을 유지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긴장이 풀려 기억을 잊어버린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이로인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때 우리의 두뇌는 긴장을 계속 유지하며 그것을 계속 기억하려고 하고 미련이 남는다는거다. 

이별후 마음정리가 잘 안되는건 결국 자이가르닉 효과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뇌는 실패라는 개념이 없다. 그러기에 목표가 이뤄질때까지 긴장을 하며 기억을 붙잡는거다. 일방적으로 이별통보를 받은 입장에선 그것이 연애의 끝이 아닌 트러블로 인식되고 "그 트러블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을 하게 되는거다. 

이별후 마음정리를 하고 싶다면 제일 먼저 이별을 트러블이 아닌 끝이자 연애의 완성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남자친구와 싸웠던 기억과 K양이 잘못했던 기억만을 떠올리면 우리의 두뇌는 자꾸만 그 상황을 해결할 방법에 매달리게 된다. 그러니 연애 초반과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의 일들을 모두 동일한 비중으로 생각하며 한편의 영화가 끝이 났다는 것을 스스로 납득시켜야 한다. 

막상 스스로 이별후 마음정리가 된다면 새출발을 시작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선 한껏 가벼워진 느낌으로 헤어진 남자친구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니 가장먼저 자신의 마음을 리셋해라. 그래야 새로운 출발이든, 새로운 관계든 시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