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런 K양... 나 그렇게 냉정한 사람아니다... 조금 시니컬한 성향이 있긴 하나... 알고 보면 마음이 따뜻한... 쿨럭... 하여간... 본론으로 들어가 K양이 보내준 썸남과 2주일치의 모든 카톡들은 잘 읽어보았다. 한참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인터넷 글이 있었는데 연애를 잘 못하는 남자와 반년정도 연애하다 헤어졌다는 여자의 글이었다. 

글쓴이는 연애를 잘 못하는 남자의 문제점으로 '사고가 경직화 되고 융통성이 부족하여 진지한 이야기는 할 수 있어도 시시한 잡담에 파생되는 다양한 조크가 통하지 않는다. 그 결과 단순히 진지하고 상냥한 인간이 된다.' 라고 이야기 했다. 

아무래도 일본 트윗을 번역한 것이다 보니 뭔가 엄청 문제있고 심각한듯 보이는데 순화해서 이야기 하자면 이성과 원활한 교류가 없었던 사람의 경우 센스가 없어서 대화가 너무 진지하고 뻔하다 정도랄까? 

K양이 보내준 카톡들을 살펴보면 분명 쉴새없이 카톡을 주고 받고 있지만 대화내용은 썸남과 썸녀가 아닌 아들과 엄마의 대화 내용에 가깝다. K양은 계속 상대에게 무얼하는지를 물어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상대의 말에 응원해주고 지지를 보낸다. 

이것을 잘못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초등학교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철수와 영희가 서로를 격려하고 위하는 방식의 대화로는 썸의 즐거움을 고조시키긴 어렵다. 

잘못은 아니지만 K양의 대화 방식에 부족한점 두가지를 꼽자면, K양은 일상에 대한 질문을 하고 격려하는 동일한 패턴의 대화를 하고 있다. 대화라는건 꼭 상대를 격려해주고 응원해줘야만 하는건 아니다. 친한 친구끼리 서로 쌍욕을 주고 받거나 장난을 치면서 서로가 가까운 사이라는걸 느끼는 것처럼 막연히 상냥하고 착한 후배이고자 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짖궂은 장난을 칠수도 있고, 신동엽스러운 농담도 자연스레 주고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상대에게 쌍욕을 건낸다고 다 친해지는게 아닌것처럼 어느 타이밍에 장난을 치고, 어느 타이밍에 신동엽스러운 농담을 던질지인데... 신동엽은 어떻게 하면 그렇게 불쾌하지 않게 야한 농담을 잘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사람들이 기분 안 나쁠 때까지 야한 농담을 했어!" (그래... 결국은 경험이다.) 

또한 카톡과 전화는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일뿐이다. 실제 만남에 비해 카톡만 많아지면 대화 패턴이 뻔해지기 쉽다. 가뜩이나 이성과의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K양이라면 늘어지는 카톡은 썸을 고조하기 보다 오히려 지루한 느낌이 들기 쉽다. 

모든 관계는 오프라인에서 결정이 된다. 그런데 K양은 썸남과 신나게 카톡만 할뿐 만남에 있어서는 너무 수동적이다. 심지어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으면서! 어째서 단둘이서만 뭘 하려고만 하나? 다른 선배나 동기나 후배들과 함께라도 충분히 만날 기회들이 있었거나 만들 수 있었을텐데... 

지금부터라도 의미없는 카톡은 이제 그만하자... 학년이 다르지만 K양도 선배도 나름 학과 생활을 열심히 하는 편인것 같은데 자꾸 상대에게 상냥해보여서 호감을 끌어내려고만 하지말고 일단은 학과 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끼를 부려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