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과제의 분리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받았을거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의 과제 나의 과제라니..." 뭔가 정없어 보이기도 하고, 너무 개인주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과제의 분리의 핵심은 과도한 간섭으로 관계를 망치지 말라는 것임을 명심하도록 하자. 똑같은 문제에도 서로 다른 해결방식이 있는거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내가 신경쓰인다고 상대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접근은 서로의 관계를 더 해친다는걸 명심하자. 

사랑하는 연인이 어떤 고민을 갖고 있다면 덜어주고 싶은 게 당연하겠죠. 하지만 정말 덜어줄 수 있을까요? 남자 친구가 회사에서 어떤 안 좋은 일이 있다고 박지은 님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본인이 해결해 주실 수 있나요? 박지은 님께서 답답한 것은 남자 친구가 고민을 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남자 친구가 말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에 대해 박지은 님께서 궁금해하기 때문이에요. 

고민을 꼭 타인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지인들과 나누며 덜어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혼자 삭히는 게 편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남자 친구 집에 무슨 일이 있거나, 어려운 회사일을 앞두고 신경이 곤두서 있을 때 알아서 연락을 줄인다고 말씀을 하시며 상대를 위해 노력을 하시는 것처럼 이야길 하시는데, 굳이 그러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오히려 “아~ 남자 친구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신경 딱! 끄고 박지은 님 생활에 충실하시는 편이 좋아요. 박지은 님께서 남자 친구의 비위를 맞추려고 눈치를 보거나 답문을 남겨달라는 식으로 남자 친구에게 “나는 노력하고 있다 빨리 너도 노력해라”라는 뉘앙스를 주는 건 오히려 부담스럽고 남자 친구로 하여금 더 말을 하지 않게 만들게 되니까요. 

이렇게 생각해봐요. 박지은 님께서 시험을 망쳐서 기분도 안 좋은데 친구와 다투기까지 해서 최악의 하루를 보낸 후 집에 돌아왔어요. 너무 기분이 안 좋아서 밥도 먹지 않고 방에 들어갔는데 어머니께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요. 대답하기 싫은 박지은 님은 짜증을 내기도 하고 내버려두라고 하시겠죠.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자꾸 박지은 님의 눈치를 보며 말을 거는 것조차 어려워하세요. 이때 박지은 님의 기분은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잘 풀어서 이야기하기를 어려워해요. 특히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남자답지 못한 것이라고 교육받아온 남자들은 더하죠. 이때 이것을 마치 문제인 것처럼 대하지 마세요. 그럴수록 상대는 더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워지니까요. 

평소 충분히 신뢰를 쌓았다면 자신의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했을 때, 혹은 도움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신뢰하는 사람을 찾기 마련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의 고민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그래도 각자의 과제는 각자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정도가 심하다면 별일이 없을 때 사소한 것도 좋으니 느낀 것을 표현하는 대화를 유도해 보세요. 영화를 함께 봤다면 영화가 어땠느냐, 어느 부분이 공감되었느냐, 주인공이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 것 같냐 등등의 질문들로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함께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