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님... 상담을 받고 나서 어떨결에 재회를 했어요... 일단은 트러블의 원인이 되었던 것에 대해서 제가 이해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뭔가 아직 제가 완전한 을같아요... 연락문제든 뭐든 왜 제가 더 항상 애가탈까요? 제가 을의 연애에서 벗어나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 W양 

일단 재회를 하게된건 축하한다! 다만 몇가지를 짚고 넘어가자면 이렇게 재회를 하게 된건, W양이 남자친구와의 트러블에 관해서 무조건적으로 이해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 아니라 남자친구 입장에서 헤어지기 보다는 될 수 있으면 만나는게 좋겠다는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시간이 된다면 차후 따로 자세히 이야길 해보도록 하자. 막상 재회는 했는데... 을의 연애를 하고 있는것 같다라....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처음 재회상담을 신청할땐 무엇이든 할테니 재회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막상 재회를 하고 나면 W양과 비슷하게 "이게 연애인가요!?", "왜 저만 노력하죠!?", "을의 연애를 하고 있는것 같아요..."라는 말을 한다. 을의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원인에 대해 자신이 상대보다 더 많이 좋아해서 라고 이야길 하는데 그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다. 

W양이 지금 을의 연애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욕구지향적인 연애가 아닌 대상지향적인 연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W양에게는 수많은 욕구가 있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다, 데이트 하고 싶다, 사랑 받고 싶다, 위로 받고 싶다, 이성의 관심을 받고 싶다 등등의 많은 욕구가 있는데 이런 욕구를 느낄때 그 욕구를 직시하고 그 욕구를 채우려고 한다면 W양은 다양한 방법과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안정적으로 욕구를 채우고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W양이 대상지향적인 연애에서 아직도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거다. 대화든, 관심이든, 위로든 뭐든 다 남자친구가 해주길 바라니 그 욕구는 항상 결핍되기 쉽고, 무엇보다 나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오직 남자친구 뿐이라는 생각을 하니 남자친구가 뭐라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눈치를 보고 주눅이 들고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조건 남자친구에게 맞춰주려고 하며 알아서 을의 연애를 하고 있는거다. 

W양이 남자친구와의 연애에서 을의 연애가 아닌 동등한 연애를 하고 싶다면, 남자친구와 권력투쟁을 할 것이 아니라 W양이 지금 느끼고 있는 여러 욕구들을 차분히 들여다 보고 그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강구해보면 된다. 

W양이 욕구지향적인 연애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채워간다면 자연히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조금씩 빈자리를 느끼게 되고 이것은 남자친구 입장에서 조금씩 나름의 노력을 늘려야할 동기가 된다. 그래서 항상 자립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연애에 있어서 갑과 을은 결코 갑이 을을 억압하는데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한쪽이 다른 한쪽에서 많은 것을 원할때 그때 스스로 을의 입장을 자처하며 상대의 비위를 맞춰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할때 을의 연애가 시작되는거다. 그러니 명심해라. 지금 W양이 을의 연애를 자처하고 있다면 그것은 W양이 남자친구를 너무 많이 좋아하는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남자친구에게 바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