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서울대작전]을 보기 위해서 한때는 거의 매일 접속했던 넷플릭스를 오랜만에 접속했다. 하지만 [서울대작전] 공개 일은 8월 26일이었다. 내가 날짜를 착각했던 것. 그래도 기왕 시간을 내서 넷플릭스에 접속한 이상 그냥 빈손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무더위를 날려 버릴 넷플릭스 오리지널 액션 영화 두 편을 선택했는데, 그것이 바로 루소 형제 감독의 영화 [그레이 맨]과 정병길 감독의 영화 [카터]이다. 두 영화 모두 기대했던 만큼 화끈한 액션 영화여서 꽤 만족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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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맨] -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회색 사나이의 무지막지한 액션이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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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앤서니 루소, 조 루소

주연 : 라이언 고슬링, 크리스 에반스, 아나 데 아르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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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폭력범인 아버지를 죽인 죄로 감옥에 수감된 코트 젠트리(라이언 고슬링)는 CIA 고위 간부인 도널드 피츠로이(빌리 밥 손튼)에 의해 시에라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CIA의 비공식 작전에 투입하기 위해 범죄자들로 구성된 시에라 프로젝트의 여섯 번째 멤버가 된 코트 젠트리는 시에라 식스라는 암호명으로 명성을 떨친다. 그런데 작전 중 테러리스트인 줄만 알았던 시에라 포로부터 CIA 센터장인 데니 카마이클(레게 장 페이지)의 비리가 담긴 USB를 건네받는다. 이때부터 코트 켄트리는 CA의 표적이 된다. 코트 젠트리를 제거하기 위해 데니 카마이클은 소시오패스 킬러인 로이드 핸슨(크리스 에반스)을 투입하고, 로이드 핸슨은 은퇴한 도널드 피츠로이의 조카 클레어(줄리아 버터스)를 납치하여 코트 젠트리를 압박한다. 이제 코트 젠트리는 클레어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모험을 시작하는데...

솔직히 [그레이 맨]이 넷플릭스 인기 순위 상위에 있었기 때문에 선택한 영화이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별다른 정보도 없었고, 영화를 보는 내내 쉬지 않고 터지는 액션에만 집중하다 보니 영화의 주연이 라이언 레이놀즈인 줄 착각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6 언더그라운드], [레드 노티스], [애덤 프로젝트] 등의 영화를 통해 넷플릭스에서 맹활약하는 배우였으니까. 지금까지는 잘 몰랐는데, [그레이 맨]을 보고 나니 확실히 라이언 레이놀즈와 라이언 고슬링이 꽤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쩐지 이 영화의 제목이 기억이 안 나서 '넷플릭스 라이언 레이놀즈'를 검색했는데도 나오지 않더라.)

뭐 특별한 내용은 없다. 범죄자들로 이루어진 CIA 비공식 특수 조직, 조직의 배신으로 쫓기는 주인공, 잔인한 사이코패스 빌런, 인질로 붙잡힌 가녀린 여성 등등. 어디에선가 많이 본 전개가 덕지덕지 짜 맞춰져 있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레드 노티스]와 더불어 제작비가 2억 달러로 넷플릭스 영화 역대 최고 제작비 영화라고 하는데, 그 위용이 영화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레드 노티스]의 경우는 라이언 레이놀즈 외에도 드웨인 존슨, 갤 가돗이 캐스팅되어 제작비의 상당 부분이 배우 캐스팅 비용에 투입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교적 캐스팅 비용이 적게 투입되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그레이 맨]은 태국으로 시작해서 오스트리아, 체코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가는 곳마다 도시를 박살 내 버린다.

여화 중반 체코 프라하 광장에서 벌어지는 액션 소파에 편안하게 누워서 영화를 보던 나를 벌떡 앉아서 온몸이 긴장한 채 보게 만들 정도로 엄청났다. 영화를 보고 나서 '도대체 감독이 누구길래?'라는 궁금증에 검색해 보니 역시나 루소 형제였다. 루소 형제는 MCU 영화 중에서도 걸작으로 손꼽히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 엔드 게임]을 연출했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그레이 맨]이 지난 7월 13일 제한 개봉되었을 때 극장으로 달려가서 보는 건데... 이 엄청난 액션을 TV 화면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그레이 맨]의 마지막 클라이맥스는 크로아티아 즈브르카성에서 벌어진다. 그곳에서 진을 치고 시에라 식스를 기다리는 로이드 핸슨, 클레어를 구하기 위해 CIA 요원 대니 미란다(아나 데 아르마스)와 함께 즈브르카성에 잠입하는 시에라 식스. 물론 이 아름다운 고성은 시에라 식스와 로이드 핸슨의 총격전 끝에 폐허가 된다. 영화를 보며 즈브르카성은 괜찮은지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즈브르카성은 프랑스 파리 근교의 상티이성을 중심으로 삼고 거기에 다른 장소를 편집해서 만든 가상의 성이라고 한다. 이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그레이 맨]의 또 다른 재미는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한 빌런 로이드 핸슨이다. 신경 써서 보지 않는다면 로이드 핸슨을 연기한 배우가 바로 '캡틴 아메리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크리스 에반스는 완벽한 연기 변신을 해냈다. 영화를 같이 보던 아내가 '혹시 저 악당이 캡틴 아메리카야?'라고 물으며 깜짝 놀랐을 정도. 아마 루소 형제와 크리스 에반스의 친분이 작용된 캐스팅 같은데(루소 형제가 연출한 네 편의 MCU에서는 모두 크리스 에반스가 출연한다.) 덕분에 [그레이 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색다른 재미를 나에게 안긴 셈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온몸이 짜릿했다. 나를 더욱 흥분시키는 것은 속편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시에라 식스는 로이드 핸슨을 처치하고 (굳이 말한다면 시에라 식스가 처치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CIA로부터 감금된 클레어를 구하지만, 아직 최종 흑막인 데니 카마이클은 건재하니까. 속편에서는 대니 미란다 대신 클레어와 시에라 식스가 데니 카마이클을 상대로 한 액션이 펼쳐질까? 그렇게 된다면 약간 [레옹] 느낌이 날지도... 넷플릭스 구독을 끊으면 안 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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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 코로나19 시대를 관통하는 남북 첩보 논스톱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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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정병길

주연 : 주원, 이성재, 정소리, 김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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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DMZ 바이러스가 창궐한다. DMZ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이성을 잃고 좀비처럼 변하여 공격성을 띠게 되고, 발병 후 2주가 경과되면 죽는 치사율 100%의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북한은 국민의 절반 가까이 감염되어 국가 붕괴 사태 직전까지 몰렸고, 미국 또한 귀국한 주한 미군에 의해 빠르게 전파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만큼은 DMZ 바이러스의 청정 지역으로 WHO로 인증을 받는다. 그 이유는 정병호(정재영) 박사가 DMZ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 정하나(김보민)를 완치하는데 성공했으며, 정하나의 혈청을 통해 DMZ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을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정병호 박사와 정하나를 북한에 보내 치료제를 대량 생산, 북한의 국가 붕괴를 막으려 한다. 그런데 DMZ 바이러스의 유일한 희망인 정병호 박사와 정하나가 사라진다. 북한의 국가 붕괴를 바라는 한국 정부의 음모일까? 아니면 북한 쿠데타 세력이 벌인 일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자국 내 바이러스 확산으로 궁지에 몰린 미국 CIA가 벌인 짓일까? 정하나의 실종으로 떠들썩한 가운데 한 남자가 정병호 박사를 데리고 있다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정병호 박사를 만나고 싶다면 서울 모처의 모텔로 오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에 CIA는 팀을 급파하여 모텔을 습격한다.

동영상을 남긴 남자의 이름은 카터 리(주원). 문제는 그가 지금 기억을 모두 잃었다는 것이다. 영문도 모르는 채 CIA 요원에 둘러 싸인 그에게 귓속 장치로부터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전해진다. 그녀는 카터가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돕고, 그가 CIA에 납치된 정하나를 구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하지만 아무런 기억도 가지고 있지 않는 카터는 혼란스럽다. 과연 귓속이 목소리를 믿을 수 있을까? 의심을 하면서도 정하나를 구해낸 카터는 남북 요원들과 함께 북한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또 다른 위험과 마주하게 된다.

[카터]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레이 맨]을 봤으니 그에 필적하는 액션 영화 한 편 더 봐야겠다는 생각에서이다. 당시 [카터]는 [그레이 맨]이 그랬던 것처럼 넷플릭스 인기 순위 상위권에 올라 있었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액션 영화라는 것이 나의 구미를 당겼다. 역시 영화에 대한 정보는 전무했다. 그저 주연이 주원이라는 것뿐. 나에게 있어서 주원은 [캐치 미], [패션왕]이 먼저 떠올라 코미디 배우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그의 액션 영화라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영화 자체가 놀랍도록 새로웠다. 특히 2시간 12분이라는 러닝타임을 마치 원테이크 형식으로 찍은 촬영 기법이 눈에 띄었다. 영화 초반 카터가 CIA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뛰어든 옆 건물에서 수십 명의 야쿠자와 혈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기괴함도 느껴졌다. 특히 총을 든 전라 여성의 흐느적거리는 몸짓은 무슨 호러 영화 같더라. 이후 영화는 비행기, 오토바이, 헬기, 기차를 오고 가며 단 한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액션을 쏟아 낸다. '이게 정말 한국 영화가 맞아?'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카터]의 감독이 누구이길래...라는 궁금증이 발동했다. 검색해 보니 [악녀]를 연출했던 정병길 감독이었다. 역시... 김옥빈을 원톱 주인공으로 내세운 [악녀]도 한국 영화로는 보기 드문 새로운 액션 영화였다. (나는 가끔 [악녀]와 [마녀]가 헷갈린다.) [악녀]를 통해 워밍업을 끝낸 정병길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드디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한국 액션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 영화로서는 분명 새롭지만 사실 2016년 국내 개봉한 [하드코어 헨리]와 비슷하긴 하다.)

[그레이 맨]도 그러했듯이 [카터] 역시 스토리는 부실하다. 비록 DMZ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소재를 꺼내 들었지만 DMZ 바이러스는 좀비 바이러스와 별 차이가 없다. 단지 죽은 시체인 좀비와는 달리 DMZ 바이러스는 2주 정도 후엔 죽는다는 것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촌스러운 DMZ 바이러스 대신 좀비 바이러스를 소재로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한국형 좀비는 넷플릭스에서 잘 먹힌다.) 북한의 쿠데타 세력인 김종혁(이성재)이 최종 빌런인 것도 너무 뻔하다. 김종혁이 내세운 이유 또한 남북 영화에서 북한 쿠데타 세력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전형적인 개소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터]가 흥미로웠던 이유는 액션뿐만 아니라 기억을 잃은, 또는 조작된 카터의 캐릭터 덕분이다. 그는 CIA 비밀 요원으로 북한에 위장 귀화했다가 조선노동당 대외연락부 요원 한정희(정소리)와 사랑에 빠지고, DMZ 바이러스가 터지자 북한을 탈출하려다가 김종혁에 의해 딸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그래서 기억을 지우고 정하나를 찾아 한국에 잠입한다. 그런데 과연 그 기억은 사실일까? 중국으로 탈출하려는 기차의 철로가 폭파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속편을 예고하며... 젠장... 그래, 넷플릭스 구독 해지 안 할 테니까 넷플릭스는 빨리 속편을 내게 내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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