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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자레드 스턴, 샘 J. 레빈

더빙 : 드웨인 존슨, 케빈 하트, 케이트 맥키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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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첫날, 아들과의 영화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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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의 여름휴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여름휴가 첫날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같은 날 휴가를 내기로 했던 아내가 약속과는 달리 하루 늦게 휴가를 낸 것이다. 졸지에 휴가 첫날부터 혼자 보낼 위기에 처한 나는 아들에게 SOS를 쳤다. 내가 아들에게 던진 휴가 첫날의 미끼는 [DC 리그 오브 슈퍼-펫]. 애니메이션이긴 하지만 그래도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 DC를 대표하는 슈퍼 히어로가 대거 출연하기 때문에 아들을 낚을 미끼로 충분했다. 역시나 아들은 내가 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고, 덕분에 휴가 첫날 혼자 보낼 뻔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극장을 찾을 어린이 관객을 피해 아침 일찍 조조 시간대에 영화를 예매했다. (사실 집 근처 멀티플렉스에서 더빙이 아닌 자막 버전 영화는 아침 일찍과 저녁 늦은 시간대 밖에 없었다.) 그 덕분일까? 극장 안은 한산했고, 아들과 나는 여유롭게 영화를 감상할 수가 있었다. 엄마, 아빠들도 여름휴가를 맞이하여 오랜만에 늦잠을 자야 하니 조조 시간대가 한산할 것이라는 내 예상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문제는 영화를 보고 나서였다. 메가박스에서는 [DC 리그 오브 슈퍼-펫]을 관람한 관객에게 영화 스티커를 선물로 줬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스티커를 받으러 매표소에 가려 하니 조금 눈치가 보였다. 아들도 창피했는지 스티커를 받으러 가는 내게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나중에 올 어린이 관객에게 양보할까 생각도 했지만, [DC 리그 오브 슈퍼-펫] 스티커가 너무 귀여워서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휴가 첫날 아들과 영화 데이트도 하고, 귀여운 영화 스티커도 받고, 3년 만에 낸 여름휴가의 시작치고는 꽤 성공적인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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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지만 활약하는 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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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리그 오브 슈퍼-펫]을 보러 가는 길.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비록 아들을 계획대로 낚았지만, 행여나 아들이 [DC 리그 오브 슈퍼-펫]을 보고 난 후에 아빠한테 속았다며 다시는 아빠와 영화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그래서 나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속으로 제발 너무 어린이 애니메이션은 아니길 빌고 또 빌었다. 아들도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은 즐겨 보는 편이기에 [DC 리그 오브 슈퍼-펫]이 터무니없이 유치한 초등학교 저학년용 어린이 애니메이션만 아니면 아들의 비난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DC 리그 오브 슈퍼-펫]은 약간 애매했다. 내가 아들을 낚기 위해 열심히 설명한 대로 DC 슈퍼 히어로가 대거 등장하긴 했다. 이미 2017년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를 통해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슈퍼맨'(존 크래신스키), '배트맨'(키아누 리브스), '원더우먼', '아쿠아맨', '플래시', '사이보그'는 물론이고, 2011년 개봉한 [그린 랜턴 : 반지의 선택] 이후 비아냥의 소재로 전락한 DC 슈퍼 히어로 '그린 랜턴'도 제시카 크루즈 버전으로 새롭게 등장한다. 게다가 '슈퍼맨'의 영원한 숙적 렉스 루터(마크 마론)와 '슈퍼맨'의 연인 로이스 레인(올리비아 와일드)까지. 이 정도면 [저스티스 리그] 뺨치는 DC 슈퍼 히어로 영화가 맞다. 하지만 DC 슈퍼 히어로의 활약은 미미하다. 아니, 오히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너무 쉽게 기니피그인 룰루(케이트 맥키넌)의 포로가 된다.

대신 '슈퍼맨'의 반려견 크립토(드웨인 존슨)와 얼떨결에 초능력을 얻은 유기 동물 보호소의 동물들이 맹활약한다. 뭐 어느 정도는 예견된 전개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연성은 간단하게 무시된다. 굳이 비슷한 영화를 고르라면 [마이펫의 이중생활]이라 할 수 있는데, 솔직히 영화의 만듦새는 [마이펫의 이중생활]이 훨씬 나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아들이 '왜 이런 유치한 영화를 보자고 했어요?'라고 항변할까봐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이 영화, DC 슈퍼 히어로가 활약하는 SF 영화 아니었어요?'라는 짧은 불만과 함께 별말이 없는 것을 보니 아들에게 [DC 리그 오브 슈퍼-펫]은 그렇게 심하게 유치한 영화는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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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 리그'가 어쩌다가 기니피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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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리그 오브 슈퍼-펫]은 '슈퍼맨'이 폭발 직전인 크립톤 행성에서 탈출하기 직전 반려견이 함께 탈출을 했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크립토라는 이름을 가진 이 강아지는 '슈퍼맨'과 마찬가지고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슈퍼맨'과 함께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지켰다. 하지만 슈퍼 강아지 크립토 또한 반려견의 숙명만큼은 피할 수가 없었으니, '슈퍼맨'이 연인 로이스 레인과 결혼을 앞두게 되면서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슈퍼맨'과 로이스 레인 사이에서 질투심을 느끼는 크립토. 크립토를 위해 '슈퍼맨'은 크립토의 친구를 만들어주려 한다. 하지만 막강한 초능력을 가진 크립토의 친구가 될 수 있는 동물이 있을 리가 없다. 그때 마침 렉스 루터의 실험용으로 쓰다가 버려졌지만 렉스 루터를 향한 일방적인 사랑에 빠진 기니피그 룰루가 크립토나이트의 힘으로 초능력을 얻게 되고, 졸지에 같은 보호소 출신인 강아지 에이스(케빈 하트), 돼지 피비(바네사 베이어), 거북이 머튼(나타샤 리온), 다람쥐 칩(디에고 루나)도 초능력을 얻게 된다. 뭐 이후 전개는 예상했던 그대로이다. 룰루는 렉스 루터를 위해 '슈퍼맨'을 납치하고, 크립토는 '슈퍼맨'을 구하기 위해 에이스, 피비, 머튼, 칩과 힘을 합친다. 영화 마지막엔 보호소 4인방이 '슈퍼맨'이 찾던 크립토의 친구가 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뭐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말이다.

자, 여기에서 내가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했던 부분이 등장한다. 크립토나이트만 등장하면 힘을 잃고 일반인보다도 약한 존재가 되어 버리는 '슈퍼맨'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슈퍼맨'을 제외한 '저스티스 리그' 슈퍼 히어로들이 룰루에게 간단히 제압되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DC 리그 오브 슈퍼-펫]은 호기롭게 '저스티스리그' 슈퍼 히어로들을 총동원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하여 영화가 억지스러워졌다. 차라리 크립토나이트 때문에 힘을 잃은 '슈퍼맨'만 룰루에게 납치되고, 다른 '저스티스 리그' 슈퍼 히어로들은 영화 후반부에 깜짝 등장해서 크립토, 보호소 4인방과 함께 룰루의 음모를 저지하는 것으로 설정되었다면 덜 억지스러웠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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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깐깐하게 볼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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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정식 DCEU 영화도 아닌데 어린이 관객을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에서 개연성까지 들먹이며 깐깐하게 영화를 볼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약간 눈높이를 낮추고 동심으로 영화를 본다면 [DC 리그 오브 슈퍼-펫]은 충분히 즐길 거리가 많은 영화이긴 하다. 일단 보호소 4인방 동물들의 개성이 뚜렷하다. 그중에서 특히 에이스는 크립토와 꽤 잔망스러운 케미를 자랑한다. 국내 더빙 버전에서는 정준하가 크립토를, 하하가 에이스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고 한다. 정준하와 하하는 <무한도전>에서부터 최근 <놀면 뭐 하니>의 'WSG 워너비'에서도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기에 더빙 버전을 본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사악함을 과시하는 고양이 위스커 역시 'WSG 워너비'에서 예능감을 폭발시키고 있는 이미주가 더빙을 맡았다.

기니피그 룰루는 '포켓몬스터'의 인기 캐릭터 뮤와 뮤츠를 연상시켰다. (나만 그랬나?) 여기에 케이트 맥키넌의 통통 튀는 목소리가 덧붙여지니 오히려 렉스 루터보다 매력적인 빌런이 되었다. 룰루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탈출한 렉스 루터가 룰루를 너무나도 빨리 배신하는 바람에 렉스 루터를 향한 룰루의 짝사랑이 싱겁게 끝나 버려서 아쉬웠지만, 렉스 루터의 배신으로 더욱 광폭해진 룰루의 폭주는 영화 후반부의 최고 볼거리이다.

DC와 마블을 넘나드는 영화의 개그 포인트도 슈퍼 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는 내겐 잘잘한 즐거움이었다. 안경을 쓰며 '변장을 해야겠어'라고 말하는 크립토의 대사는 안경 하나로 '슈퍼맨'과 신문 기자 클락 켄트로 이중생활을 하는 '슈퍼맨'의 상황을 빗댄 것이고, 2016년 개봉작인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드러난 '슈퍼맨'과 '배트맨'의 라이벌 관계는 반려견 장난감으로 풍자된다. DC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마블 슈퍼 히어로들이 언급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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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영상 두 개는 2편 예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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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해당 영화의 쿠키영상을 검색하게 된다. MCU가 쿠키영상을 보편화시키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DC 리그 오브 슈퍼-펫]에서도 두 개의 쿠키 영상이 존재한다. 첫 번째 쿠키 영상은 크립토와 보호소 3인방에게 패한 룰루를 렉스 루터를 떠난 부하가 데려가는 장면이다. 2편에서도 룰루의 활약을 예고한 것인지, 아니면 렉스 루터에게 버림받은 비운(?)의 캐릭터 룰루를 위한 배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2편이 나온다면 좀 더 개연성 있는 룰루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그렇지 않아도 텅 빈 극장에서 영화가 끝나자마자 모든 관객이 퇴장하고 나와 아들만 덩그러니 남아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나오는 두 번째 쿠키 영상까지 기어코 보고 나왔다. 두 번째 쿠키 영상에서는 ' 블랙 아담'이 등장한다. 첫 번째 쿠키 영상만으로는 2편을 장담할 수가 없었는데, 두 번째 쿠키 영상을 보니 DC가 [DC 리그 오브 슈퍼-펫 2]를 처음부터 기획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DCEU의 새로운 희망이자 오는 10월에 개봉 예정인 '블랙 아담'을 굳이 쿠키 영상에 집어넣은 것이겠지.

솔직히 DC 영화에 대한 나의 만족도는 마블 영화와 비교해서 항상 낮은 편이었다. 그러한 아쉬움은 [DC 리그 오브 슈퍼-펫]에서도 이어졌다. 하지만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DC의 캐릭터는 마블을 능가할 정도로 매력적이니까. 제대로 된 기획과 능력 잇는 감독만 만난다면 충분히 잠재된 포텐을 터트릴 수 있을 것이다. [DC 리그 오브 슈퍼-펫] 역시 그러하다. 마블보다 먼저 여성 슈퍼 히어로 단독 영화를 만들었고(원더우먼), 마블보다 먼저 안티 히어로 영화를 만들었던(수어사이드 스쿼드) DC의 아이디어는 마블보다 먼저 슈퍼 펫 영화로까지 이어졌다. 그러한 DC의 아이디어에 먼저 박수를 보내며, 어린이 관객과 더불어 성인 관객도 즐길 수 있는 2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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