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인가 범죄인가 불륜인가. 다양한 해석과 감정의 소용돌이가 치게할만한 영화 [헤어질 결심, 2022].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관람했습니다.
이 영화로 올해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셨는데,
영화를 보니 그럴만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었고
배우 박해일 x 탕웨이의 조화가 의외로 굉장히 좋았던 작품이 되었습니다.
형사 '해준'이 사망사건의 아내 '서래'를 만나면서,
그녀를 용의자로 의심도 하지만,
이내 관심도 갖게되면서 서서히 빠져들게되는 수사멜로극입니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서는 그냥 불륜아냐 흔한 통속극 아냐할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가 배치해놓은 수많은 구성과 대사, 연출, 컷 등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둘, 빠지게하는 관객에게 요동치게하는 무언가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서로에게 빠져드는 품격의 시간과 수사물의 몰입감.
작품의 기둥을, 살인사건이 얽힌 수사물로 한건, 다시 생각해도 잘한것 같더군요.
수사물과 멜로물의 조합은, 독특하면서도 기괴한 박찬욱 감독의 뒤틀린 욕망을 표현하기에 너무도 적합하면서도, 흥미와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발했습니다.
거기에, 영화 보면서 내내 감탄한 감독님의 미장센, 연출컷 등에 반했는데요.
원래 멀리서 지켜보고있지만, 바로 앞에서 보고 말하는듯한 연출컷이나, 컷의 연결과 겹침,
서래 집의 벽지, 마지막 바다의 영상미 등
박 감독님의 그동안 돋보였던 미장센과 연출방식이 다시한번 진화하여 돋보인 느낌이었고,
그래서인지 영상적으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게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바르고 청결한 형사, 품위와 자부심이 있던 형사 '해준'역에 박해일은,
이보다도 잘 어울릴 수 없었고, 그러면서 감시, 염탐, 그녀에게 빠지게되는 묘한 순간까지..
그의 말투, 톤, 목소리, 행동은 그 자체였기에,
그가 붕괴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또 다른 변화를 맞기까지 올바르게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면..
탕웨이 & 서래.
'모나리자'같은 오묘함과
비밀스러움을 모두 가진 그녀에 빠지다.
탕웨이는 그 수수한 모습에도, 형사 '해준'이 반할만한 무언가가 있는,
매력과 아름다움을 지녔으면서도, 신비함과 비밀스러움이 모두 공존한 '서래'를 보여주었습니다.
서래와 해준, 헤어질 결심.
<사랑할 결심>이 아니고, <헤어질 결심>인 이유는
오히려 반어법적인 뉘앙스로 전해져왔고,
그것이 그들이 서로를 생각하고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진정한 감정의 교류를 사랑으로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싶더군요.
그래도 누군간 이걸 내로남불 로맨스로 받아들이거나
불륜으로 받아들이거나, 흔한 감정의 치환으로만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영화가 전해주는 분명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빠져들고, 그걸로 붕.괴되는 순간까지.
산과 바다를 거쳐..
안개처럼 드리워진 주위를 모두 걷어내면서까지..
두 명의 인간이 어떻게 깨어지고 붕괴되고,
나 아닌 타인,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생각하면서까지 깊은 곳에 빠지게되는..
그걸 수사물과 로맨스로 결합해 톡특한 방식으로 전한, 감독님다운 영화였습니다.
고경표,이정현,박용우 등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요.
코미디언 김신영도 출연하는데 처음엔 좀 이목을 끌게하지만 이내 극에 잘 안착하더군요.
초반의 고경표같은 역할과 비중으로 나오며, 안정된 연기를 생각보다 선보여주었습니다.
코믹한 대사와 장면도 많아서 볼만했고,
반복되며 귀에 꽂히게한 대사들도 많아서,
의외로 n차하고픈 욕망과 함께 볼때마다 더 새롭게 다가올 부분이 많은 영화라 생각됩니다.
영화내내 '안개'라는 노래가 맴돌고,
결말의 여운이 꽤 있는 편이어서 복합적인 감정의 소용돌이가 남게하는,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었습니다.
